"김태흠 발언 논란 후, 올해도 계약해지 통보 받았다"

"국회의 약속, 3년 기다렸다"…청소노동자 '눈물의 호소'

2일 오후, 자줏빛 작업복을 입은 이들이 어색한 듯 국회 기자회견장 앞에 섰다. 매일같이 국회 곳곳을 쓸고 닦았던, 국회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이다. 많은 이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점심시간 외에는 청소 때문에 짬을 낼 수 없다는 이들은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유령처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숨어 일해야 했던" 청소 노동자들이지만,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의 "무기계약직 되면 툭 하면 파업한다"는 발언 이후 상당한 여론의 관심을 받은 터였다.

국회환경미화원노동조합 김영숙 부위원장은 "김태흠 의원님의 발언 이후 저희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이 어색하다"면서도 "하지만 언제나 유령처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은 곳에서 숨어 일하고, 숨어 살아야 했던 저희에게 많은 국회의원들과 직원분들께서 이제 마주치면 인사도 해주시고, 따뜻한 말 한 마디도 건네주시니, 우리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내어 볼 작은 용기가 생기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요구는 간단했다. 3년 전, 청소 노동자를 포함해 국회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약속을 이제는 지켜 달라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연말마다 다시 이곳 국회에서 일하게 될 수 있을까를 걱정해야 했던 저희들은 박희태 의장님의 말씀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다. 이제 박봉이지만 최소한 잘릴 걱정없이 정든 국회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면서 "그러나 3년이 지나도록 국회에선 아무런 이야기가 없고, 그래도 올해는 되겠지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갑자기 김태흠 의원님의 문제의 발언 이후, 새누리당 소속 다른 의원님들도 국회 청소노동자 직접 고용에 반대한다는 말씀을 하셔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며 "그 논란 이후에도 용역회사는 저희들에게 12월31일자 용역계약 만료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 통보를 해왔다"고 말했다.

약속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당장 일부 청소 노동자들은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돼 일자리를 잃게 될 상황에 놓였다. 용역업체가 고용 승계를 한다고는 하지만,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의 중심으로 매년 계약 해지 걱정에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김 부위원장은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을 밝히고, 2014년을 기다리는 부푼 마음 가득한 연말이지만 저희 국회 청소 노동자들은 매년 이런 두려움과 걱정 속에 12월을 보내고 있다"는 대목에선 끝내 눈물을 터트렸다.

김 부위원장은 "박희태 의장님과 국회의 약속을 3년을 기다렸다"면서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부 방침도 몇 년째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온 나라가 움직이는데, 유독 국회만 이런 흐름을 거스르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한탄했다.

앞서 국회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달 26일 국회 비정규직 직접고용 논의에 "무기계약직 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된다. 툭 하면 파업할 텐데 어떻게 관리하려고 하느냐"며 찬물을 끼얹은 김태흠 의원의 발언 후 운영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이마저도 업무를 모두 마친, 퇴근 시간이기에 가능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은, 유독 청소노동자들에겐 모든 업무에서 그나마 자유로운 점심 시간이나 퇴근 이후에서야 가능했던 것이다.

'점심시간이 자유로운' 민주당 의원들도 이들의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김광진, 김기식, 남윤인순, 배재정, 서영교, 우원식, 윤관석, 은수미, 장하나, 홍영표, 홍익표 의원 등 10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빼곡하게 자리를 채웠다.

은수미 의원은 "하청 비정규직이지만 국회 청소 노동자들에게도 분명히 노동3권이 있다"며 "매년 계약 갱신을 할 때마다 해고되지 않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분들인데,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여야가 합의해 이 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도 "다행히 김태흠 의원이 (청소 노동자들에게) 사과했다고 한다"면서 "그 사과가 국회 청소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과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진심어린 사과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2010년부터 국회와 도급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소속으로 총 203명에 달한다. 이들은 새벽 5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일하고, 보너스와 식비를 포함해 한 달에 121만 원가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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