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키로…"反민주주의 결정판"

극한까지 치달은 박근혜 정부의 '비판 진영' 몰아세우기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난 사이, 정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강행키로 5일 결정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노동자와 민중이 나라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통합진보당의 강령 등이 '국민주권주의'에 위배된다는 판단 근거 등도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오전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법무부가 낸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안이 가결됐다.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서 우리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능멸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반(反) 민주주의의 결정판"이라며 "소중하게 피워 온 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짓밟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은 의원총회와 '투쟁본부 긴급회의'를 잇따라 열고 대응책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 황교안 법무부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노동자가 주인되는"…헌법에 위반된다는 법무부

앞서 법무부는 이석기 의원 사건이 있은 후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시켜 2개월 가량 통합진보당 해산 가능성 여부 등을 연구했다. 그 결과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법무부가 밝힌 심판 청구 근거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 먼저 통합진보당 강령인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고, 민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민중주권 보장을 위해 정당법과 선거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이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인 '국민주권주의'에 위배된다는 것.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 이와 연동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를 해체", "대표적 반민주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 폐지",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이행하고 자주적 평화통일을 추구" 등의 내용이 '고려연방제' 통일을 주장해온 북한 강령의 핵심 내용과 일치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관련 수사 자료 역시 심판 청구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이 이제 시작된 상황이고 결론도 나지 않은 사건인데, 정부가 검찰의 주장만을 심판 청구 근거로 삼고 이 의원의 소속 정당을 해산하려 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스터 국보법'이라고 불리는 황 장관은 지난해 8월 13일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주최한 '반국가 단체-이적 단체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토론회에 윤창중 전 대변인 등과 함께 패널로 참석한 적이 있다. 그는 '반국가 단체' 해산법 도입 및 국가보안법 재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발제안의) 반국가 단체 해산법 방안에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X파일 무혐의' 황교안, 공안 정국 선봉장 나서나)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는 통합진보당을 반국가 단체 및 이적 단체로 간주하는 극우 단체로 최근 법무부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다.

극한까지 치달은 박근혜정부의 '비판 진영' 몰아세우기

정당 활동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이번 정부의 결정은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입법부의 근간이 되는 정당에 대해 행정부가 사실상 해산을 요청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세력에 다분히 적대적인 조치들을 내려왔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노조 아님' 통보를 하면서 "(법외노조 통보가 위헌이라고 생각한다면)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 개입 실체가 드러나는 와중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야권 지지 성향을 대놓고 문제삼았다. 새누리당은 이를 거들면서 보수단체가 고발한 전공노에 대한 수사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급기야 정권에 비판적인 정당에 대해 설립 자체가 '위헌'이라고 자체 해석한 뒤, 해산시키겠다며 두팔을 걷어붙였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기각하거나 합헌 결정을 내릴 경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지만 그런 '시나리오'에 따른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가 '공안몰이'의 시작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 측은 지난 9월 TF를 만들면서 "이번에 출범하는 TF는 위헌 정당뿐 아니라 반국가·이적 단체 등 위헌 단체 문제까지 함께 연구해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팀이라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설명했었다. 법무부의 '표적 해산' 대상이 될 단체들이 더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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