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회장, 이사회에 전격 사의 표명

배임·비자금 조성·국부 유출 등으로 전방위 사퇴 압박

KT 이석채 회장이 3일 오후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부동산 헐값 매각 등의 혐의로 검찰의 두 번째 KT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이틀 만이다.

이 회장은 3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직원들의 고통을 더는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것을 보고 사의를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후임 CEO(최고경영자)가 선임될 때까지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다면 나의 연봉도 숨김없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 왔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지난 2월 이석채 회장이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 MBA 사업 등을 적자를 예상하고도 강행함으로써, 회사에 200억 원대의 손해를 입혔다며 이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관련 기사 보기 : 참여연대, KT 이석채 회장 검찰 고발…"200억대 배임")

지난달 초엔 참여연대와 함께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 회장을 재차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 회장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며 감정가의 7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아, 회사와 투자자에 최대 869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다.

이에 대해 KT는 "사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비논리적 주장"이라며 "감정가 대비 실제 매각 금액 비율은 95.2퍼센트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2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KT 사옥과 이 회장 및 임직원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최대한 빨리 압수물을 분석해, 이르면 다음 주 중 이 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이 회장이 측근 임원들의 연봉을 높게준 뒤 이 중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KT 기업 공시자료에 따르면, KT 사내 이사 3명은 2009년 취임 때 총 4억여 원의 연봉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20억 원 이상으로 연봉이 대폭 올랐다.

한편, 이 회장은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에도, 아프리카 르완다로 출국해 '도피성 출장'이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르완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배임·비자금 혐의 등을 부인하며 "지난 5년 (재임) 동안 노력해온 게 KT를 투명하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회사로 만들려는 것이었다"며 "우리는 1급수에서만 사는 물고기"라고 말한 바 있다.

▲ 3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한 KT 이석채 회장. ⓒ연합뉴스

최근 국정감사에선 KT의 무궁화 위성 매각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KT가 2010년~2011년 무궁화 위성 2호와 3호를 투자 금액의 1퍼센트 수준에 불과한 헐값 45억 원을 받고 홍콩 위성 서비스 전문기업인 ABS에 매각했다며 '국부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미방위 국감에서 "KT는 위성 매각과 관련, 전파법, 전기통신사업법, 우주개발진흥법 등 4개 법을 위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공위성은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 수출 허가 대상이기 때문에 매각 시 산업자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석채 회장은 김영삼 정권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거쳤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후 2009년 1월 KT 회장으로 취임했다.

비자금 조성 및 배임 혐의 외에도, 이 회장은 노동계로부터 극악한 노무관리를 자행해 노동자들을 자살 등으로 몰아 KT를 '죽음의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연쇄 사망, 낙하산 집합소"…KT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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