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민간인 사찰 근절 조치" 권고…여태 뭐하다?

첫 대통령 상대 권고, '뒷북' 비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불법사찰이 근절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대통령에게 권고를 한 것은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인권위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국민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을 확인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대통령에게 불법사찰이 근절되도록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의한 총 180여 명의 민간인 등에 대한 불법사찰 행위는 민정수석실 묵인 하에 박 모 씨, 이 모 씨 등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행위는 정치적 반대세력 관리 등을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고, 또 수집된 정보를 직무와 관련이 없는 이 모 씨, 박 모 씨 등 일명 영포라인 관련자들에게 유출하는 등 권력 남용으로 귀결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 내지 공공기관의 임직원에 대해 정부 각 부처 및 공공기관의 감사, 감찰 업무를 지휘, 조정, 감독 업무를 수행하려면 법률에 따라야 하고, 직접적인 감찰 등 권한행사를 하려면 별도의 수권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그러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관련 법률과 직제상의 권한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포괄적인 통치권과 그 위임을 근거로 직무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 적용하여 민간인을 비롯,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사법부 등 헌법기관 관련자 등을 불법적으로 사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한 사찰 방법도 미행 및 차적조회 등 정보수집의 적정성을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부 정책에 반대 또는 비판적인 사회의 각계각층의 민간인을 포함하여 공직자 및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하여 개인 비리는 물론, 정치적 성향 및 주변관계를 사찰하는 등 동향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대통령 이외에도 국회의장에게 국가기관의 감찰 및 정보수집행위가 적법절차를 벗어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의 공백이나 미비를 파악하여 필요시 입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국무총리에게는 공직복무관리관실(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무수행이 공직기강 확립이라는 목적의 정당성과 절차적 적법성을 벗어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공개할 것과, 이 사건 사찰 피해자들이 명예회복 등 권리구제를 원할 경우 이의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무총리실이 2008년~2010년 민간인들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사찰한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킴에 따라 피해자 등 관련자들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한 사실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2012년 4월 16일 제8차 전원위원회에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권고는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2010년에 발생한 사건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20일 남은 시점에 발표해 '뒷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은 인권위의 권고를 받은 뒤 90일 이내에 이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권고 이행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하고 퇴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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