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출마가 지옥행? 매혹적인 도전이다"

[고성국의 총선견문록]<5>'철옹성' 강남에 도전장 낸 전현희 의원

야당 의원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중진급 의원들도 당선 가능성을 재며 비교적 쉬운 지역구를 택하는 마당에, 여성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 '사지(死地)'나 다름없는 강남에 출사표를 던졌다. 19대 총선에서 강남을에 도전장을 낸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이다.

그러나 전 의원은 시종일관 자신감에 넘쳤다. 단 한 번도 민주당 의원이 당선된 적 없는 강남에 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이를 "행복한 도전"이라 말했고, 당 거물인 정동영 의원이 강남을 출마를 고려하는데 대해서도 "멋진 경선을 하자"고 받아쳤다. 다른 지역구에선 중진급 의원들의 출마선언에 오래 전부터 출마를 준비해온 정치신인들이 반대 성명까지 쏟아내는 마당에, 전 의원은 "정동영 의원과의 경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 의원은 "민주당의 이름으로 강남에서 당선되는 게 한국정치를 바꾸는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의 강남 출마가 "지역주의와 계급주의를 없애는 밀알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매혹적인 도전'이라는 것이다.

치과의사에서 변호사로,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으로, 이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철옹성' 강남 도전까지. 또 한 번의 '매혹적인 도전'을 준비 중인 전현희 의원을 지난 31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고성국 <프레시안> 기획위원(정치학 박사)이 진행했다. <편집자>

▲ 최근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쉬운 곳엔 일부러라도 안 간다. 강남에서 기적 만들 것"

고성국 : 강남을 출마, 언제부터 생각했나?

전현희 : 비례대표 당선 후 지역구 출마를 고려하다가 1순위로 현재 제가 거주하고 있는 강남을을 고민하게 됐다. 물론 많은 분들이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씀들을 하셔서, 당선 가능한 지역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강남을에 나서기로 1년 전 쯤 마음을 굳혔다.

고성국 : 주변에선 뭐라고 하나?

전현희 : 100% 반대였다. 당선 가능성이 없으니 절대로 안 된다고, 절대로 가지 말라고.(웃음) 정말 존경하고 친분이 있는 분들도 다 그렇게 말리시니까 결심하기 힘들기도 했다.

고성국 : 민주당 후보로선 '사지(死地)'나 마찬가지인 곳에 대한 도전이다.

전현희 : 쉬운 곳엔 일부러라도 가고 싶지 않았다. 남들은 사지라고 하지만, 저에겐 굉장히 행복하고 매혹적인 도전이다. 그렇지만 강남 출마가 저 개인의 도전이 아니라, 여기서 최선을 다해 민주당의 이름으로 강남에서 당선되는 기적을 꼭 만들고 싶다. 전현희라는 의원이 강남에서 당선된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 도전에서 성공해 한국정치를 바꾸는 밀알이 되고 싶다.

고성국 :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언제인가?

전현희 : 지난해 연말이다. 연말에 책을 쓰면서 제 생각을 정리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치과의사를 하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사법시험에 도전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인 것 같다. 당시에도 현직 의사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일이 없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저를 아끼는 분들 대부분이 100이면 100 절대 이건 아니다, 불가능이다, 그런 말씀들을 하셨다.

고성국 : 사법시험이 강남 출마 같은 것이었나 보다.

전현희 : 그 당시엔 의사가 합격한 일이 없었고, 제가 처음이었다. 그 때도 한 분도 찬성을 안 해주셨다. 10년 넘게 공부해도 안 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제가 되겠냐고…. 그렇지만 그 때도 남들이 못한 일, 꼭 하고 싶은 일이었기에 도전을 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지금도 그렇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않을까. 책 제목도 그래서 <도전, 너무나 매혹적인>이다. 그런 도전 자체에 매혹된다.

"정동영 강남 출마가 부담스럽냐고? 환영한다"

고성국 : 정동영 상임고문 역시 강남 출마설이 돌고 있다.

전현희 : 그 정신을 정말 존경하고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강남지역이 우리 당으로선 사지나 마찬가지인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지에 뛰어드는 정신을 높이 사야 한다. 사실 가장 상징적인 지역이 강남갑이고, 강남3구 중 강남을을 제외하곤 도전자가 없기 때문에 어디를 선택하실지는 아직 모르겠다.

고성국 : 강남을 출마 가능성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프레시안(최형락)
전현희 :
만에 하나 강남을로 선택을 하신다면 저로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다른 지역위원장들은 이른바 '거물급' 의원들이 그 지역에 출마한다고 하면 왜 오냐고 성명도 내고 하는데, 전 정반대로 정 고문이 오실 때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어차피 어려운 지역인데 같이 정정당당하게 경선을 한다면, 정 고문이 이긴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고성국 : 거꾸로 정동영을 꺾으면 전현희는 그야말로 스타가 될 것 같다. 누가 이기더라도 멋진 경선이 이뤄지면, 본선 경쟁력이 더 강화된다는 의미인가?

전현희 : 그렇다. 당으로선 이 지역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축제나 이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성국 : 그렇지만 유력한 출마자 두 명이 유독 강남을에서 맞붙는다면, 당 전체로 볼 때는 전력의 약화가 아닌가?

전현희 : 제 입장에선 경선에 패배하더라도 당을 위해 강남지역에서 의미있는 도전을 했고, 결과적으로 누가 후보가 되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데 밀알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바라는 것은 민주당이 당헌·당규상 완전경선이 원칙이니, 그런 경선을 해서 민주당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후보를 내세웠으면 좋겠다.

"강남 출마, 계급주의·지역주의 깨는 밀알 될 것"

고성국 : 그런데, 왜 하필 '강남'인가?

전현희 : 물론 제가 이 지역에서 10년 가까이 거주한 것도 판단에 영향을 줬지만, 거주 지역보다는 제 정치철학 자체가 그렇다. 비례대표를 하면서 비례대표 출신이 기득권을 이용해 당선이 쉬운 지역에 가선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었고, 민주당으로서 가장 어려운 지역에 도전을 해 살아 돌아오는 것이 당의 은혜를 입은 비례대표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쉬운 지역은 전부 배제했다.

사실 부산도 고민을 많이 했다.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제가 16대나 17대 총선에서도 다른 당에서 영입 제안을 많이 받았는데, 그 때도 다른 당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깨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또 하나는 저 자신이 국가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사회와 국가를 위해 돌려주는 정치가 의미가 있지, 기득권을 노리는 정치는 안 된다고 봤다. 이런 맥락에서 강남과 부산, 대한민국의 계급주의와 지역주의를 깰 수 있는 곳에 기여하고 싶었다.

고성국 : 최종 결정은 왜 부산이 아닌 강남에 했나?

전현희 : 부산엔 다행스럽게도 우리당의 '문성길 트리오(부산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문성근, 김정길 후보를 통칭하는 말-편집자)'가 있지 않나. 그 분들로 인해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지역민들의 거부 의지라든지, 고질적인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기미가 보인다. 실제 조사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상당히 의미있는 수치까지 올라오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있는데 거기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것 보다는 마지막 남은 '최후의 철옹성'인 강남에 도전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계급주의의 상징인 강남이 아직 성역으로 남아있고, 민주당으로선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더 저라도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성국 : 그런 만큼 낙선 가능성도 높은 것 아닌가?

전현희 : 심사숙고해서 결정했고, 일단 결정하고 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승리만 생각하면서 갈 것이다. 낙선이라니,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한다.(웃음)

"박근혜, 빈틈없는 모습이 긍정적…한명숙, 최고의 여성정치인상"

고성국 : 여성으로서 의정활동을 할 때 느끼는 부당함이나 불편함은 없나?

ⓒ프레시안(최형락)
전현희 :
특별히 그런 점을 느끼진 못했는데, 초선 의원 입장에선 당의 고도의 정치적 행위나 판단에서 여성 의원들이 조금은 소외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당 지도부에 여성의원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이제 그럴 수 없지 않겠나.

고성국 : 그래서 '여인천하'란 말도 나온다.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를 각각 평가해 달라.

전현희 : 박근혜 비대위원장과는 복건복지위원회에서 2년을 같이 있었다. 일단 복지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은 것 같고, 무엇보다 훌륭하다고 본 것은 어떤 경우에도 빈틈없이 흐트러지지 않는 꼿꼿한 모습이었다. 그런 면에서 약간 인간미가 없어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면 소탈한 면도 있는 것 같다.

한명숙 대표는 역경을 많이 겪으셨고 보통 사람이면 주저앉고 포기할 상황인데도 그걸 극복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존경하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뵐 때도 굉장히 인상이 온화하고 좋으시다. 여성정치인으로서는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이 아닐까 싶다.

고성국 : 전현희 의원은 적지나 다름없는 강남에 출마선언을 했고, 비슷하게 새누리당에선 조윤선 의원이 종로에 출마선언을 했다. 조 의원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전현희 : 새누리당 의원들 중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이다. '비례대표 음지 차출론'이란 당의 정책에 맞게 종로에 출마선언을 한 것은 굉장히 용기있는 일이라고 본다.

고성국 : 여성후보 가산점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전현희 : 사실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온 고육지책 아닌가. 여성과 남성이 당당하게 겨루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정치, 특히 선거에선 여성이 경쟁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제도가 아닌가. 동등한 수준의 경쟁이 가능하게 되면 가산점제는 당연히 없애야겠지만, 그 수준이 되기 전엔 나무에 거름을 주듯이 차선책이 필요하지 않겠나.

4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 4년 연속 우수 입법의원으로 선정

고성국 :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 중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을 소개해 달라.

전현희 : 4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위원, 4년 연속 입법처가 선정한 우수 입법위원으로 선정됐다. 또 제가 국민건강복지포럼이란 연구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 단체가 국회의장이 수여하는 최우수연구단체상에서 3년 연속 1등상을 받았다. 올해 시상식이 3월에 있기 때문에 4년 연속을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웃음) 상임위나 본회의 출석률도 최상위권이라고 자부한다.

내용적으론 보건복지위에서 보육이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예방접종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문제라든지, 양육수당 지원 등에 대한 법안 발의를 많이 했다.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현재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00세 정도가 평균수명이 될 것 같은데, 정년은 55~60세라 은퇴 후 50년을 사실상 수입없이 살아야 하는 형국이다.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고, 단순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아니라 사회생활이나 경제생활을 제대로 꾸려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마련 등 실버세대에 대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고성국 : 요즘 지역구 분위기는 어떤가?

전현희 : 강남 대치2동에 오래 살아서, 이 동네에 지인이 많다. 그 분들이 나서서 선거운동을 도와주고 계시는데, 여전히 새누리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지만 그와 별개로 저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편인 것 같다. 또 지역 자체가 교육열이 높다 보니 저 같은 경력을 가진 사람에 대해 많은 학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롤 모델로 생각하시는 것 같다. 당의 지지도에 비해 저 자신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고성국 :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

전현희 : 강남 지역이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챙기는, 다소 이기적인 지역이란 인식이 있었고, 실제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런데 또 많은 분들을 만나보면 후원이나 봉사활동에 뛰어들며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를 위해 나누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그런 분들과 함께 우리 강남도 내 것만 챙기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강남이 아니라, 같이 나누고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강남인들이 이기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존경받는 부자라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하고자 한다.

고성국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현희 : 제가 강남을에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당선된다면 한국정치의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우리나라 정치가 영남이나 강남은 새누리당, 호남이나 강북은 민주당, 이런 틀로 짜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가 바라는 정치는 지역주의나 계급주의에 함몰된 정치가 아니라 정책으로 정당이 선택받고, 정치인의 철학이 선택받는 그런 정치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통합당 의원이 강남지역에 당선된다면 그간의 지역주의, 계급주의의 틀이 깨지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한 단계 성숙해지고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강남 출마의 의미를 그런 정치를 만들겠다는데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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