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상급식' 전쟁에 곽노현 교육감, 자치구 가세

오세훈 시장, 시의회 대신 현장에서 학부모 간담회

'무상급식'을 둘러싼 서울시 안에서의 갈등 전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시의회 대신 현장을 찾아 학부모들을 만나며 여론전에 나섰다. 이에 맞서 시의회 뿐만 아니라 무상급식의 한 축인 서울시교육청은 곽노현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자처해 오세훈 시장을 직접 비난했고, 민주당 소속 구청장은 무상급식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오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 예산의 0.4%"

오 시장이 퇴로 없는 싸움에 나서자 서울시와 시의회 간의 다툼에 한 발 물러나 있던 곽노현 교육감도 직접 오 시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곽 교육감은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이들 교육에 몰두해야 하는 서울시교육감이 자칫 정치적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에 오랜 망설임 끝에 조심스럽게 이 자리에 섰다"면서 "그렇지만 보편적 교육복지의 참 뜻이 일부 정치권에서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참담하게 폄훼당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려웠다"고 오 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에 대해 "복지의 탈을 씌워 앞세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정책은 거부하겠다"고 말했었다.

곽 교육감은 또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헌법 규정에 의해 부모님들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초·중학교의 수업료와 납부금을 면제하고 모든 학생들의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것"이라며 "오 시장의 공약사항인 학습준비물 지원은 부모님들의 소득과 상관없이 지원하겠다는 것 역시 보편적 교육복지의 일환인데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습준비물 간에 이중잣대가 적용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곽 교육감은 "학교급식법에 따라 국가와 서울시는 학교급식을 지원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갖는다"며 "초등학교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서울시가 2011년 부담해야 할 총액은 750억 원 정도로 서울시 총예산 20조 원의 0.4%도 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 교육감은 "언론을 통해 소개된 오 시장의 제안(끝장토론)에 대해서는 이미 정중하게 거절했다"며 "아이들 밥을 먹이는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이념적 편 가르기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며 이러한 시도들을 중단해 줄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끝장토론' 제안과 관련해 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제안이 와 정중하게 거절을 했는데, 오늘(6일) 언론을 통해 제안한 것 처럼 하고 있다"며 "교육감을 정치적 논란에 끌어들이려 하는 것 같아 유감이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친환경무상급식연대'는 "끝장토론 제안을 환영한다"며 "지금 바로 친환경무상급식연대와 토론 일정을 협의하라"고 요구해 오 시장이 시민사회단체와의 토론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성북구 "학부모·학생 80% 이상 찬성"

서울 시내 자치구 중 유일하게 초등학교 6학년을 상대로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하고 있는 성북구(구청장 김영배)는 이날 학부모, 교사, 학생 75%가 무상급식의 전학년 확대 시행을 바란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구가 여론조사 기관인 (주)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초등학교 학부모 500명, 교사·영양사 342명, 초등학생(5,6학년) 23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86.4%가, 학생의 82.5%가 무상급식 확대시행에 찬성했다. 교사는 53.8%가 찬성했다.

구 관계자는 "설문조사에서 많은 학부모와 학생이 지지를 보냄에 따라 내년 친환경무상급식 확대시행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시의회 안 가고 학부모 만나러

한편 오 시장은 6일 오후 중구 신당동 신당초등학교에서 '학무보와의 현장대화'를 열고 무상급식 대신 교육예산으로 학교 환경 개선 사업에 우선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오 시장은 "한정된 교육예산을 교육환경 개선 대신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한 급식 사업에 써선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시 교육예산을 학부모가 원하는 양질의 교육 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현장에서 학부모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년부터 학교당 2명씩 전문성을 갖춘 학교 보안관을 배치하겠다", "사교육 대신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다른 학생과 같은 수준의 학업성취도가 가능하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등의 '무상급식' 외 정책들을 약속하기도 했다.

다음은 곽노현 교육감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존경하는 서울교육가족 여러분, 서울교육감 곽노현입니다.

오랜 망설임 끝에 조심스럽게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이들 교육에 몰두해야 하는 서울시교육감이 자칫 정치적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보편적 교육복지의 참 뜻이 일부 정치권에서 '망국적 포퓰리즘'으로 참담하게 폄훼당하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려웠습니다.
학부모님 여러분, 우리 아이들에게 질 좋고, 맛있는 식사 한 끼를 세금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다수 시민들의 소박한 선의가 이처럼 무참하게 매도당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쏟아내는 강경한 언어들을 지켜보면서 서울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으로서 자못 마음이 무겁습니다.

◯ 친환경무상급식은 헌법정신의 충실한 실현입니다.
아시다시피 의무교육 기간의 초·중학교 학생들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은 저의 공약이었습니다. 그리고 초중등 학교정책을 책임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시민들 다수가 지지함으로써 '시민적 합의'가 이뤄진 사항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1조 제3항에서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초·중학교 의무교육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제반요소는 무상으로 지원하라는 것이 헌법의 정신입니다. 바꿔 말씀드리자면 의무교육에 필요한 것은 보편적 복지로 제공하라는 겁니다.
부모님들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초.중학교의 수업료와 납부금을 면제하고, 모든 학생들의 건강검진을 실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사항인 학습준비물 지원은 또 어떻습니까? 부모님들의 소득과 상관없이 학습준비물을 지원하겠다는 것 역시 보편적
교육복지의 일환인 것입니다. 친환경무상급식과 학습준비물 간에 이중잣대가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헌법정신에 따라 지난 8월 전국 16개 시도의 교육감 전원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친환경 무상급식의 당위성에 공감하고, 국가도 이에 필요한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중앙정부에 건의한 바 있습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은 서민감세요, 경제활성화 정책입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어차피 학부모님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돈을 공공이 대신 부담할 뿐이므로 국가 경제 측면에서도 낭비적 요소나 추가 비용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무상급식으로 경감된 가계 비용은 소비와 저축을 통해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급식 비용은 년 180일을 기준으로 학생 1인당 연간 44만원이 넘습니다. 아이 둘을 학교에 보낼 경우 연간 90만원의 부담을 져야 합니다.
무상급식은 초중학 자녀를 둔 젊은 학부모님들에게 경제적 큰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서민감세' 정책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오 시장은 급식시설 및 학교시설 부족을 말씀하시는데 이는 무상급식 여부와 상관없이 교육재정 확충을 통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교육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부자감세만 철회해도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의 추진은 부모가 가난하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밥 한 그릇에 상처 한 그릇을 줄 수 없다'는 교육적 정의와 배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서까지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일 수 없다는 우리 사회 공정심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육감으로서 학령기 아이들에게는 보편적 복지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소득층 아이건 부유층 아이건 모든 아이는 학교에서 동등한 존재로 대우받아야 합니다. 부모가 누구이건, 어디서 자라나건 상관없이 그렇습니다.


◯서울교육청의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으로 인하여 교육사업이 축소되거나,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복지예산이 줄어드는 일은 없습니다.
일각에서 무상급식으로 인해 학교의 교육활동을 위한 예산이 축소된다고 주장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내년에 학교의 교육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학교운영비를 한 학교당 3천만원씩 증액하였습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최대한 절감함으로써, 친환경 무상급식과 교육활동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음을 내년 예산안을 통해 보여준 것입니다.
학교급식법에 따라 국가와 서울시는 학교급식을 지원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가집니다. 또한 식품비 등 학부모가 부담할 급식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도 지원할 법적 권한을 갖습니다. 학교급식법상 국가와 서울시는 교육청과 함께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노력할 법적 의무를 가집니다.
초등학교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해 서울시가 2011년에 부담해야 할 총액은 750억원 정도로 총예산 20조원의 0.4%도 채 안 됩니다. 따라서 서울시가 친환경 무상급식의 초등학교 전면실시를 거부하는 이유는 재정문제에 있지 않습니다. 이는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중 21개가 서울시에 비해 훨씬 재정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한 데서도 잘 드러납니다.

◯ 서울교육청의 무상급식은 흔들림없이 실현됩니다.
서울교육청은 이미 독자적으로 3개 학년의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는 데 필요한 예산안을 편성해 놓았습니다. 여기에 자치구의 재정지원으로 보태지면 1개 학년 정도를 추가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강조합니다만, 서울교육청은 서울시의 협조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부터 최소한 3개 학년에 대해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합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과 학부모님 그리고 서울시민들께 약속드린 발걸음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적인 논쟁은 정중히 거절합니다.
저는 오늘 언론을 통해 소개된 오 시장의 제안에 대해서는 이미 정중히 거절한 바 있습니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을 시민에 제출한 상황에서 다분히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시민적 합의' 사항인 친환경 무상급식을 다시 흔들려는 뜻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서울교육을 책임진 교육행정가로서 아이들 밥을 먹이는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이념적 편 가르기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며, 이러한 시도들을 중단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 서울시민 여러분
서울교육은 소통하고 배려하는 창의적인 민주시민 육성을 교육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저는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희망과 책임교육을 위해 정성을 다해 노력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 12. 6
서울특별시 교육감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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