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너무 적어요" 울상 짓던 노인...그 돈은 어디로?
2019.11.20 10:01:15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신도시 개발사업, 토지보상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촛불시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숨 돌릴 틈 없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 중 하나는 바로 3기 신도시 개발을 통한 공급 확대 정책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가 바로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 공급론자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공급을 확대하여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주택 공급을 위하여 낙후된 도심 지역, 도시 외곽, 그린벨트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여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이 흔히 사용된다. 

그런데 왜 부동산 가격이 올랐을까. 신도시 건설 방식의 주택 공급 정책은 얼마나 효과적이며,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용보상금은 어떻게 산정되나?

택지개발, 주택 공급 사업은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익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유재산권을 강제로 박탈하는 강제 수용권 행사를 허용해 토지를 확보한다. 보호해야하는 개인의 재산권보다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는 이유다. 우리 헌법 23조는 재산권을 박탈하는 대가로 정당 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당 보상은 바로 돈이다. 정당 보상의 대가로서 수용보상금은 어떻게 산정되는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수용보상금의 90% 이상은 대체로 토지 보상이다. 나머지 10%가 토지상의 건물, 기타 지장물에 대한 보상, 영업 손실, 농축산업 손실, 이전비 등에 대한 보상이다.

토지 보상금은 해당 토지와 가장 유사한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토지의 용도지역, 이용 상황, 형상, 지세 등의 개별요인을 고려하여 토지별로 산정한다. 토지의 소유자별로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별로 산정하는 것이다. 누가 얼마만큼의 토지를 갖고 있는지, 누가 얼마나 많은 보상금을 받아가는지는 감정평가사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감정평가사는 토지별로 토지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균형 있게 보상 가격을 산정하는 것을 공평하고 객관적인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보상 현장에 들어가면 감정평가사는 지적도와 항공사진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표준지를 찍고, 현황 도로와 지적 상 도로를 표시하고, 용도지역, 토지 용도와 같은 토지의 개별 특성들을 비교하면서 보상현장을 돌아다니며 도면을 보고 또 본다. 그러나 현실에서 토지의 소유 구조는 매우 불평등하다는 큰 문제가 있다. 

수용보상금은 공평한가?

국토교통부(2018.11.1.보도자료)가 발표한 토지소유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78만 명 중 32.6%인 1690만 명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세대를 기준으로 총 2163만 세대 중 60.9%인 1317만 세대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 50만 세대의 소유비율이 56.0%다. 세대를 기준으로 상위 2.3%가 전체 토지의 56.0%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유 구조는 보상 현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집 한 채, 공장 하나, 소규모 전답 정도를 소유한다. 영세한 농축산업이나 작은 점포를 운영하는 경우다. 극소수의 주민만이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10%의 보상금은 90%의 주민에게, 90%의 보상금은 10%의 주민에게 돌아가는 형태가 된다. 

불평등한 토지 소유 구조에서 토지 보상금이 단순히 '토지의 경제적 가치'로 환가되는 경우에 불평등이 심화한다. 신도시 개발 사업이 이루어지는 낙후 지역이나 도시 외곽 지역에서 토지와 같은 자산 소유자가 아닌 거주자이거나, 농업이나 영업만을 영위하거나, 적은 규모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하다. 세입자에 대한 주거이전비 보상이나 영업손실 보상, 농업손실 보상 등을 이것저것 다 끌어와 보상금을 산정해봤자 수천만 원을 넘기기가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90%의 보상금을 받아가는 상위 10%는 수백억 원의 보상금을 받아가는 경우도 흔하다.

토지 투자는 부동산 투자 중 최고수(最高手)만이 할 수 있다고 한다. 토지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개별성이 강하고 행정적 규제가 복잡하며, 무엇보다도 환가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아파트만을 사려고 하는 이유는 아파트가 환가성이 좋기 때문인데, 토지는 특별한 호재가 있지 않는 한 팔기가 어렵다. 몇 년째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땅이 많다. 덩치가 큰 땅일수록 매수할 수 있는 수요층이 한정되기 때문에 더욱 팔기가 어렵다.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토지에 투자를 할 수 없다. 

반면 보상지역에서는 아무리 못생기고 쓸모없는 자투리땅이라도 약간의 감가는 될지언정 몽땅 화폐로 환산해 준다. 토지 개발 사업지의 지주들에게 국가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액을 바로 환가해주니, 이보다 더 좋은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놀랍게도 현장에서는 더 큰 금액의 보상을 받는 사람이 오히려 더 억울하다고 한다. 재산에 대한 애착도, 내야하는 세금도 더 많기 때문인 듯하다. 보상 현장에서 만났던 한 토지 소유자는 날카로운 눈매의 호탕한 노인이었는데, 수만 평의 땅에 대한 보상가로 300억 원가량을 보상받을 예정이었다. 이 분은 족히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허름한 낡은 재킷을 항상 입고 다니셨고, 사무실에는 역시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 책상과 철재 캐비닛 같은 낡은 가구들이 있었다. 이분은 300억 원의 보상금액이 너무나 억울하다고 여러 차례 호소하였다. 모 건설사에서 더 큰 금액에 팔라 했을 때도 팔지 않았던 땅이라며, 이 땅의 보상가격은 자신의 자존심과 같다고 하였다. 

노인은 자신의 땅이 얼마나 좋은 땅인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정말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를 만들어 제출하였다. 이 분은 이후 행정소송뿐만 아니라 헌법 소원 등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이 분은 이후 여러 법적인 절차를 밟으시면서 동시에 보상금으로 다시 주변의 부동산을 샀다. 수십억, 수백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이 갈 곳은 결국 다시 부동산 시장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상액은 다시 주변의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 지난 13일 국토연구원 발표를 보면 3기 신도시사업비를 기준으로 정부의 대규모 택지사업은 수도권과 서울의 주택가격을 끌어올린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토지보상금

반면, 개발 사업으로 인하여 터전을 잃고 정말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잘 드러내지도 못한다. 은평뉴타운 보상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주택이라 칭하기에도 남루한 낡은 건물에 들어가자 바닥과 천정이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개발 사업으로 갈 곳이 없어진 세입자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건물에서 분신하여 생을 마감하셨다고 하였다. 혼자 남겨진 고등학생 아들은 갈 곳이 없어서 아버지 죽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이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나와 보지도 않았다. 돌아가신 분의 형님이 나오셔서 보상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신신당부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 아이가 얼마나 보상금을 받았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수백만 원에 불과한 주거이전비 보상 정도를 받지 않았을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수백억 원의 보상금이 자존심이지만, 누군가에게 수백만 원의 보상금은 생존이다. 수십, 수백억 원의 보상금은 다시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이로 인하여 갈 곳 없는 사람들은 더욱 갈 곳이 없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방식의 보상 제도가 정의롭고 공평한가.

가난한 사람에게 더욱 가혹한 보상제도, 부동산이 생활 터전이자 생존권이었던 사람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나 완충 장치가 너무나도 미약한 상태에서 LH공사는 감정평가에 개입하여 보상금을 낮추겠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한다(2019.11.13. KBS 32조 풀리는 3기 신도시... 감정평가까지 압박해 돈줄 죈다). 

신도시는 LH공사와 민간 건설사의 수익 모델인가?

정부와 LH공사는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에 개입하여 보상금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강제 수용권을 발동하여 빼앗은 토지를 이용하여 공공임대주택사업과 같은 진짜 서민을 위한 ‘공익사업’을 어떻게 수행할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신도시 개발로 인하여 들썩거리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이 감정평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보상금을 낮추는 것이라는 KBS의 보도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보상금을 낮추라는 압력이 들어가면 땅 부자의 보상금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보상금도 함께 낮아진다. 터전을 빼앗는 대가는 돈이 아니라 삶의 공간을 재건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농부에게 땅과 돈의 의미는 천지차이다.

LH공사가 주택 공급, 공익이라는 명분하에 감정평가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보상금을 낮춰 국민의 재산권을 강제로 빼앗고 택지를 조성하고, 민간 건설사에 시세로 분양하여 성과를 내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한민국에서의 '공익'이 되었다. 사기업이 골프장과 리조트를 건설하는 데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수용권을 발동하여 서민들의 터전을 빼앗는다. 민간 건설사는 택지를 분양받아 아파트를 지어 올려 다시 이익을 취하는 이중 삼중의 수탈구조다. 

심지어 LH공사는 2기 신도시인 판교신도시에서는 10년 임대 후 분양이라는 '참신한' 제도를 이용하여 그나마도 허술한 분양가상한제도 무력화하고 있다. 소수에게 집중된 불평등한 보상금은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부동산 가격을 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갈 곳 없게 만든다. 삶의 터전을 헌납한 대가로 받은 적은 보상금으로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부동산을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부동산 공급, 신도시 개발 사업은 서민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소수 땅 부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신도시 개발 사업은 LH공사와 민간건설사의 수익사업에 불과할 뿐,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 현금 보상의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대토 보상, 채권 보상 또한 본질은 다르지 않다. 신탁 방식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하여 개발업자들의 손으로 흘러가거나, 잉여자산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에게 양도세 등의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결국 더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결과가 된다.

불평등한 소유 구조 개선하는데 집중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지속되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지치고 분노한 국민이 많다. 이런 투기판을 방치하면 부동산 투자를 할 여력이 되지 않는 사람까지도 무리하게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어 많은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 우려된다.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갭 투기 행태는 피해 규모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 

무리한 강제 수용으로 서민의 터전을 빼앗고, 다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공급 확대 정책보다는 부동산 소유 구조를 정상화해 필요 없는 주택,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보유세 강화를 통한 공급 확대 정책이 우선이다. 

어떠한 경우에든 자신의 소득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을 이용한 위험한 부동산 투자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성실하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부동산을 구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보고 있는 듯 느끼게 만들어, 상대적 박탈감에 절망한 나머지 투기판으로 뛰어들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도박판, 투기판이 되어버린 부동산 시장을 언제까지 내버려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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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부동산은 투자 대상, 재산 증식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이자 기반입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계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 부동산을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