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위험한 도박', 한나라당 전체가 무너진다"

[전망] 오세훈 무상급식 주민투표, 대권 직행 티켓?

서울시는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청구한 사실을 17일 공표했다. 서울시 선관위는 이날부터 주민투표 발의일 전까지 주민투표운동이 전면 금지된다고 밝혔다.

'무상급식 전쟁'이 선포된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상급식보다 오 시장의 행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이 지난 15일 올해 안에 대권을 위해 시장직을 던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데 이어 16일 "주민투표 결과에서 전면 무상급식이 채택된다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기 때문. '박근혜 대세론'이 한나라당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 시장이 대권 도전을 하느냐 여부에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오 시장 측은 한사코 손사래를 치지만 현재 보수 언론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100% 무상급식 반대 투쟁에 선봉장이 된 오 시장이 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선된 지 1년을 갓 넘긴 오 시장이 만약 시장직을 던진다면, 2012년 12월 대선으로 직행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게 된다.

일각에서는 주민투표 실시가 승패와 상관없이 보수층의 집결을 유도해 오 시장을 유력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민투표가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도 오 시장이 대권 도전에 나설 수 있을까?

오세훈, 대권 도전 가능할까?

▲ 오세훈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먼저 오 시장이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해 5월 20일, 박근혜 전 대표가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등을 지원 유세하던 도중 테러범이 휘두른 흉기에 오른쪽 턱 주위가 11cm나 찢기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 상황을 포착한 사진은 전 세계로 팔렸고, 이 사건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기를 잡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비해 후발 주자인 오 시장도 이 사건을 계기로 판세를 완전히 굳혔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은 그해 5월 27일 유세장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남겼다.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박근혜 대표의 테러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연설 중에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는 박근혜 대표의 피습으로 생긴 반사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표 테러의 반사이익인 싹쓸이를 저지해야 됩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무상급식 투표에서 오 시장이 이길 경우를 상정해봐도 2012년 대권에 나설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박사는 "오 시장이 대권에 나선다는 것은 2006년 자신이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준 박근혜 전 대표를 꺾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게 된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지도 못하고, 한나라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이어 "오 시장이 투표에서 이긴다면, 한나라당 내 입지를 다지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지만, 지게 된다면 한나라당 전체가 지는 것이 된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봐도 오 시장의 '게임'은 지나치게 위험한 '게임'이다. 이기면 오 시장만 득을 보겠지만, 지면 한나라당 전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민투표 실시 자체를 우려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려하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서울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주민투표 얘기를 물어보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정말 말리고 싶었는데, 기왕 시작된 것이니 도와주긴 할 것"이다. 대부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 의원은 "왜 이런 부담을 우리에게 지우는지 정말 알수 없는 일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의 측근인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부자집 아이 가난한 집 아이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해준다는 아젠다는 (진보 측이) 선점을 했다. 우리는 '100%는 안 된다'는 것이니까 불리한 아젠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정치라는 게 항상 유리한 길만 선택 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은 불리하고 외로워도 나라 재정을 봐야 한다. 지금 정치권이 단순히 무상 급식만 얘기하는 게 아니지 않나. 무상 의료 등 다른 복지 과제를 무상으로 하자는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막아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전면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주민투표 서명을 받고 있다. ⓒ뉴시스

주민투표 실시되면 오세훈이 이길까?

주민투표 전망은 어떨까? 오 시장과 가까운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솔직히 100% 무상급식 반대 서명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런데 강북 사람들이 서명을 많이 하고, 강남 사람들은 서명을 안한다. 강남 사람들은 아예 관심도 없더라. 오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강남 3구에서 몰표를 많이 얻었던 것을 생각해보라. 강남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면 실제 투표에서 정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난 4.27재보선 때 봤지 않나. 트위터 등을 통해 야권이 똘똘 뭉쳐 실시간, 전략적으로 행동을 했다. 이번에도 그런 것이 재현되는 게 두렵다"며 "주민투표가 우려되는 또 하나 이유는 이번 투표가 내년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권 도전을 선언한 남경필 의원도 "8월로 예정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는 만큼 주민투표를 철회하고 정치적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이같은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갈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의 '큰 꿈', 그리고 '복지포퓰리즘 저지 의지'가 내년 총선, 대선을 아우르는 정치판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민투표, 어떻게 시행되나?

주민투표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제출한 주민투표 요구 서명자 80만 1263명 명부에서, 주민투표법이 명시한 기준에 부합하는 유효 서명자가 41만 8005명 이상이 돼야 한다. 즉 강요된 서명, 식별할 수 없는 서명 등 무효 서명자가 절반 정도만 되도 주민투표는 무산된다.

이 경우 부족한 15일 동안 추가로 유효 서명을 채울 시간이 주어진다. 그러나 현행법은 재보궐선거(올해 하반기 선거는 10월 26일) 60일 이전에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칫하면 주민투표가 무산될 수도 있는 것.

8월말 주민투표가 시행되더라도 효력을 발휘하려면 투표율이 3분의 1 이상이 돼야 한다. 836만83명의 서울시 유권자 중 278만6695명이 투표를 해야 투표함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낮으면 개표 없이 아예 폐기된다.

오 시장은 민주당의 공세도 넘겨야 한다. 민주당은 "주민투표법에는 (무상급식) 예산 관련 사안, 재판 중인 사안은 주민투표를 실시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투표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투표 시행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 측은 "주민투표법상 주민들의 관심사안에 해당되므로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투표시 사용될 문구를 두고도 공방이 예상된다. 이를테면 "전면 무상급식 시행이 옳으냐, 단계적 무상급식 시행이 옳으냐"는 취지의 질문은 오 시장 측에 유리할 수 있고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은 민주당 측에 유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측은 "주민투표 문구와 관련해 주민투표청구심의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여기에는 민주당 시의원을 포함해 법률가, 교수, 회계사, 시민단체 대표, 주민투표 전문가, 시 공무원 등 11명이 참여하고 있어 공정한 문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은 이번 주민투표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17일 성명을 내고 "무상급식은 대다수의 시민이 찬성하는 사안으로, 이미 개별 구청에서는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약 180억의 시민혈세를 낭비하여 주민투표를 강행함으로서 일선 현장에 막대한 혼란을 일으킬 것이 예상된다"며 "결국 주민 투표는 오 시장의 대권 놀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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