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출산 해보니…엄마도 아가도 편하다

[박진현의 제주살이] 김순선 자연조산원

제주도에서 지난달 23일 둘째를 낳았다. 조산원에서 자연출산을 했다. 이번에는 아내와 김순선 자연조산원 원장, 두 명을 인터뷰했다. 모든 인터뷰가 글 쓰는 사람의 생각이 개입되지만, 이번 인터뷰는 자연출산을 바라보는 내 생각의 극적인 변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김순선 원장을 8월 7일 조산원에서 만났다. 김 원장이 자연출산을 간략히 설명했다.

"자연출산은 무통주사와 촉진제를 쓰지 않고, 산모가운도 입지 않습니다. 회음부 절개도 하지 않으며, 바큠 (vacuum delivery 흡입분만)을 쓰지도 않습니다. 관장도 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분만대에 올라가서 손발을 못 움직이는 자세로 아기를 낳는 게 아니라, 아랫목에서 편한 자세로 낳습니다. 병원 분만은 병원 의료진들에게 편안한 시스템입니다. 자연출산은 엄마가 주체가 됩니다. 엄마가 편한대로 출산을 합니다. 그야말로 자연에 맡깁니다."

▲ 김순선 자연조산원 원장 ⓒ 제주의 소리

자연출산은 그 어떤 의료적 개입이 없다. 산모 스스로의 힘과 의자가 제일 중요하다. 김 원장은 "자연출산은 엄마가 주체"라고 강조했다. 아내도 이번 출산을 하면서 "아이를 자연스럽게 낳겠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내는 첫째 아이를 병원에서 힘들게 출산했다. 그 경험이 둘째 아이는 자연출산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는 처음에 반대했다. 병원 출산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뿌리 깊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그렇지만 2010년 6월에 방영한 sbs스페셜 <자연주의 출산이야기>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내의 자연출산을 같이 준비했다. 두 권의 책은 자연출산의 고전으로 불리는 <농부와 산과의사>(미셀 오당), <폭력 없는 탄생>(프레드릭 르봐이예)이다. 이 책을 쓴 저자 둘 다 산과의사다. (산과의사는 산부인과에서 부인과만 빼고 아이 출산과 관련된 것만 전문으로 하는 의사다.)

병원출산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을까. 우리나라는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세계적으로는 1900년대 초 미국에서 병원출산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농부와 산과의사>에 따르면, 미국의 산과학 교수 조셉 들리이는 병원 출산 도래에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 그는 1920년 쓴 유명한 글과 강연에서 '분만은 병리적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출산에서 겸자와 회음절개, 진정제와 촉진제 등 약물 투여를 권장했다. 병원출산이 안전하다는 신화에는 출산을 자연스런 과정이 아닌 병리적 과정으로 바꿔버린 불편한 진실이 있지 않을까.

첫째 아이는 2010년 11월 병원에서 낳았다. 자궁문이 다 열려 본격적인 출산이 시작되고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시간은 90여 분으로 첫째 아이나, 둘째 아이나 비슷했다. 두 번 다 시간을 꽤 지체했다. 하지만 출산현장은 전혀 달랐다. 내가 본 첫째 아이 분만실 모습은 의사가 "이러면 아이가 죽을 수 있어요"라면서 고함을 지르고, 간호사가 아내 배에 올라타 무지막지하게 배를 눌렀다.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나는 위생장갑을 낀 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아내는 첫째 아이 출산이 힘들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무통주사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무통주사를 맞고 내가 힘을 제대로 못줬어"라며 "그래서 은유(둘째 아이)를 낳을 때는 최소한의 의학적 개입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아내는 "윤슬(첫째 아이)이를 낳을 때 병원에서 환자 취급하는 것 역시 출산을 힘들게 했다"고 토로했다.

김 원장은 "무통주사를 맞는다고 안 아픈 것도 아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 무통주사를 안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sbs스페셜 <자연주의 출산이야기>에서도 무통주사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소변 막힘, 임산부 저혈압, 임산부 열통, 진통시간이 더욱 길어지는 부작용을 꼽는다. 김 원장은 무통주사 등 약물이 아이에게 끼치는 위험성도 지적했다.

"아기한테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10대 청소년 시기에 컴퓨터 중독, 약물 중독 등 다양한 중독에 빠질 수 있다. 확률은 낮지만 자폐아가 될 우려도 있다."

<농부와 산과의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다. 저자는 "스웨덴과 미국에서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어머니가 출산 시에 특정한 진통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약물중독자가 될 위험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아내는 이번 출산 느낌이 어땠을까. 병원 분만 때의 느낌이 "차가움"이였다면, 이번에는 "편했다"고 얘기했다. 왜 차가운 느낌이 들었는지 물었다. 아내는 "일단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자세를 취해야 하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 때 오후 1시 넘어 아이를 낳았는데 너무 환했다. 의사와 간호사가 소리를 지르고, 화까지 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아이를 억지로 꺼내려고 해서 나중에 진통보다 그게 더 아프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둘째 아이 출산은 비록 힘들었지만 훨씬 부드러웠고 따뜻했다. 원장도 아내에게 "잘할 수 있어요"라는 격려를 했다. 나도 옆에서 손을 꼭 잡고 힘을 보탰다. 첫째 아이도 동생이 태어나는 장면을 직접 봤다. 아내가 내는 신음 소리 외에는 누구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지지와 격려, 인내였다.

▲ 건강하게 태어난 둘째 아이ⓒ박진현


한국에서는 생소한지만 외국에는 '둘라'라는 직업이 있다. 간호사나 의사는 아니지만 출산현장에서 산모를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사람이다. 미국에서는 둘라를 인간진통제로 부른다. 또 둘라의 존재가 의료적 개입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진통시간은 25%, 제왕절개율은 45% 감소했다. 약물 투여 또한 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를 격려하면서 아이를 낳게 해도 사실 출산이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진통을 할 때 어떤 병원에서는 정말 폭력적인 얘기를 한다. 산모한테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잘못하면 큰일 난다. 산모가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힘이 저절로 나온다. 조산사의 장점인데 둘라 역할도 같이 해준다. 힘도 같이 주고, 아기가 천천히 내려오지만 잘 내려올 거야면서 격려해주고, 어느 시점에서 허리가 아픈지 아니까 덜 아프도록 도와준다. 둘라 역할만 잘해도 출산에 큰 도움이 된다."

김 원장의 말대로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러운 손길이 출산에 큰 도움이 된다. 둘째 은유가 천천히 내려왔지만 드디어 태어났다. 머리가 다 나오고 나니 바로 미끄러지듯이 세상으로 내려왔다. 첫째 윤슬이는 태어나자 마자 출산의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의사가 "아빠가 탯줄 자를 수 없어요. 아이가 위험한지 봐야 해요"라고 말했다. 탯줄도 의사가 가위로 싹둑 잘랐다. 아이는 거꾸로 매달린 채 울음을 터뜨려야 했다. 아내와 나, 둘 다 갓 태어난 아이를 한번 안아보지도, 쓰다듬어 주지도 못했다. 잠시 얼굴만 보고 난 후 포대기에 싸인 채 신생아실로 갔다. 그리고 4시간이 지나서 신생아실에서 볼 수 있었다.

둘째 은유는 달랐다. 태어나고 나서는 100분 동안 아이와 가족만의 시간이었다. 엄마와 아빠 모두 갓 태어난 아이를 안았다. 엄마는 소중한 초유를 아이에게 줬다. 김 원장은 "출산 후 100분은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사랑의 호르몬이 듬뿍 나오는 시기다. 이 순간만은 올곧이 엄마와 아이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탯줄도 천천히 잘랐다. 김 원장은 내가 탯줄을 만져 태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태맥은 생각보다 힘찼다. 태맥이 완전히 잦아들고 나서 나는 직접 탯줄을 잘랐다. 모든 것이 적당히 어두운 조명 속에서, 조용히 이뤄졌다. 100여 분이 지난 후 아기는 따뜻한 물로 목욕을 했다.

탯줄을 왜 천천히 잘라야 하는지 이번에 알았다. 아기는 엄마 배속에서 탯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는다. 출산과 함께 폐호흡을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이 원활치 않을 경우 산소결핍이 생긴다. 아이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자연은 위험한 통과 과정 동안 아기가 두 배의 산소를 공급받도록 했다. 폐를 통해 그리고 탯줄을 통해. 두 시스템이 함께 작동한다. 일단 엄마에게서 나온 아기는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는 탯줄로 엄마와 아직 연결되어 있다. 4,5분 그 이상 탯줄은 살아 있다. 탯줄에 의해 산소가 공급되어 산소결핍증을 피한 아기는 위험과 충돌 없이 호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셀 오당은 자연출산을 방해하면 '아이의 사랑하는 능력에 손상'을 가져온다고 강조한다. 집단적으로 아이의 공격성을 키워야 할 필요성이 있는 사회일수록 출산문화가 그렇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그는 우리 문명의 미래는 저명한 정치지도자들보다는 미래의 조산원들에 달려있다고까지 얘기한다. 프레드릭 르봐이예는 <폭력없는 출산>에서 의료진이 외치는 큰소리, 아기 눈을 부시게 하는 환한 빛, 태어나자마자 자르는 탯줄, 아이를 거꾸로 매다는 행위 등 병원 출산시스템이 아이를 존중하지 않으며 폭력적인 것이라고 규정한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스파트르쿠스인은 신생아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자연출산은 좋지만 만약에 위험한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하냐. 많은 사람들이 하는 질문이다. 나도 은유를 낳고 이런 질문을 주위 사람에게 받았다. 사실 나도 조산원에서 아이 낳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출산에 대한 공부와 조산원에서는 진행한 교육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김 원장은 "위험한 경우는 아기가 심장이 멈추거나, 산모가 출혈을 많이 할 때다. 도플러나 트라우베 같은 도구로도 아이 심장을 잘 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 이후 산모가 출혈이 심할 경우 조산원과 연계된 병원으로 바로 옮겨서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산모의 95%가 자연출산이 가능하다. 자연출산이 힘든 경우는 출산 이전에 조산원과 병원 진료에서 대부분 미리 걸러진다. 우리 사회는 세계적으로 출산 이전에 초음파 진료 회수가 아주 높은 나라다. 김 원장은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은 자연이다. 그다지 위험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엄마와 아빠가 준비 부족이 자연출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자연출산은 언제나 교육을 강조한다. 김 원장은 "엄마, 아빠가 마음이 편하면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내는 둘째 은유를 출산하고 첫째 아이 때보다 몸 상태도 훨씬 좋았고, 회복도 빨랐다.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은 이유도 크다. 또 출산이 평화롭게 했는지와 아니면 아이를 억지로 꺼낼려고 온갖 난리를 쳤는지의 차이가 출산 후 산모 상태도 매우 다르게 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자연출산을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얘기한다. 첫째 아이도 동생이 태어나는 것을 직접 봐서 그런지 질투는 없고, 아기를 예뻐한다. 엄마가 아기를 안고 있을 때 심부름을 시키면 곧잘 한다. 이 엄청난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 5세 남자 아이가 말이다. 윤슬 그리고 은유, 이름은 예쁘지만 둘 다 남자 아이다. '은유'는 수사법으로써 은유도 있고, 지금은 잊혀졌지만 고어로도 쓰였다. 고어로 '은유'는 '애지중지 사랑하거나, 너그러이 은혜를 베풀다'이다. 자연출산에 참 어울리는 이름 같다. "은유야, 세상을 은유하고 사람을 은유하면서 살아라."
▲ 큰 아이와 함께 누워 있는 둘째 ⓒ박진현


제주 아이 7000명이 태어난 곳, 김순선 자연조산원

김순선(62세) 자연조산원 원장은 32년 동안 조산사 일을 해왔다. 그동안 받은 아이가 7000여 명이 넘는다. 1983년 2월에 조산원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김 원장이 30여 년 전에 받은 여자 아이가 산모가 되어 김순선 자연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았다고도 한다.

ⓒ박진현
조산원하면 돈이 없던 시절에 병원을 이용하지 못해 가던 곳으로 생각한다. 1989년 전 국민의료보험을 실시하면서 많은 조산원들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제주는 달랐다. 김순선 자연조산원은 그 때에도 많은 산모들이 찾았다. 우리 부부는 올해 1월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에서 알게 된 지인들, 아내 직장 여성 동료들도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만큼 제주는 자연출산을 한 사람이 많았다. 김순선 자연조산원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김 원장은 "대학교 1학교 간호학과를 다닐 때 조산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무척 아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조산사가 되려면 간호학과 4학년을 다니고 간호사 자격증을 딴 후 1년 병원에서 조산학 공부를 해서 조산사 자격증을 따야한다. 조산원이라고 옛날 산파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김 원장은 "전남대 병원에서 조산사 면허를 받고 다시 부산일신기독병원에 가서 1년 동안 일을 배웠다"고 말했다. 당시 부산일신기독병원은 부산에서 많은 산모들이 찾던 곳이다. 한 해에 만 명의 아이가 그 곳에서 태어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일신기독병원에서 쌍둥이를 정상분만 하는 것을 봤고, 발과 엉덩이부터 나오는 출산을 봤다"며 "그래서 지금도 쌍둥이 자연출산도 잘하고, 발과 엉덩이부터 나오는 출산도 잘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자연출산을 위해서 교육을 중시한다. 김순선 자연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으려면 4주 교육을 꼭 이수해야 한다. 산전관리, 산후관리, 신생아 관리, 모유수유, 스포롤로지 분만법, 아기목욕법, 아기마사사지 등 출산과 아이 돌보는데 꼭 필요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김 원장은 모유수유 119도 운영하고 있다. 김 원장은 아이를 기르는데 선배 엄마로서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김순선 자연조산원은 조리원도 함께 한다. 모자동실이 기본이다. 아내는 "모자동실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걱정이 많았다"고 했으나 "자연출산을 하니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아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모자동실을 하면 모유수유 가능성이 높고, 아이하고도 애착형성이 빨리 되는 것 같아 좋았다"고 "윤슬이를 이렇게 못해 아쉽다"고 소회를 말했다. 첫째 아이는 조리원에 있는 내내 신생아실에 있었다.

김 원장은 한살림 제주생협 이사장이기도 하다. 생명을 평화롭게 낳고, 생명을 건강하게 기르는 일이라는 점에서 한살림과 자연주의 출산이 만난다. 이 세상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일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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