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부모님께는 잔인한 말씀이지만, 저희 유족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윤 일병이 부럽습니다. 적어도 윤 일병은 부대에서 무슨 일을 겪었고, 왜 죽게 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나요."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들의 유가족들이 입을 열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살로 처리된, 군 당국의 제대로 된 설명없이 마주한 자식의 죽음 앞에 속수무책 침묵했던 부모들이다.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윤모(20) 일병 집단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들의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무복무 중 사망 군인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 유가족협의회' 회원 50여 명은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마다 약 150여 명의 군인이 죽고 그 중 100여 명은 군 수사 당국의 일방적인 결론에 의해 '자해 사망'으로 분류돼 아무런 예우없이 처리되고 있다"며 군인사법 개정을 요구했다.
군인사법 개정안은 군 의무복무 중 사망한 모든 군인을 순직 처리한다는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족들은 호소문에서 "이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일을 부럽다고 말하는 우리가 제정신일까요"라며 "윤 일병을 생각하면 부들부들 떨리는 심정으로 숨이 막혀올 지경인데 도대체 누가 이런 군대에 자식을 맡길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윤 일병이 가혹 행위와 구타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을 매었거나 방아쇠를 당겼다면 그 역시 자살로 분류돼 일반 사망으로 처리됐을 것"이라며 "윤 일병 부모님께는 잔인한 말씀이지만 우리 입장에선 차라리 윤 일병이 부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유도 모른 채 군에서 장남을 잃은 어머니가 둘째 아들의 입대 전날 밤에 아들을 붙잡고 '얘야 만약 정 견디기 힘들면 죽지 말고 탈영해라'고 말한 심정을 아느냐"면서 "어제는 우리가, 오늘은 윤 일병이, 내일은 누가 이 자리에서 울고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우리는 특별한 것을 원하는 것도, 아들 잃고 팔자를 고치려는 것도 아니다"라며 거듭 "군 인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본회의 통과를 위해 국방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향해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자살로 처리해 아무런 예우도, 명예회복도 없이 내버리는 지금의 야만적인 군 인권 현실과 군 폭력 문제를 고쳐달라"며 국방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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