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미국서 '자주외교' 행보

"주적 표현 없애도 문제없어" "미, 북에 대담한 제안해야"

미국을 방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6일(현지시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주적개념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도 대북경제지원과 북미수교 등 미국에 '구체적이고 대담한 대북 제안'을 촉구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여 주목된다.

***"주적개념, 남북경제교류와 통일도 고려해야"**

박 대표는 이날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 대학원(SAIS)을 방문,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남북한 관계에는 이중성이 있다"며 "군사적으로 북한은 주적이 맞지만 남북한 경제교류를 활성화시키고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표는 특히 "주적 표현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당장 우리 군의 변화는 없을 것이며 군은 안보의식을 갖고 든든하게 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주적개념이 필요없으려면 북한의 군사적 의지와 군사적 능력, 군사적 대치에 있어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단 것이기는 하나, 헨리 하이드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의 주적 발언을 적극 옹호한 한나라당내 강경파 주장에 비해 진일보한 입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 대표는 "북한은 한반도 적화통일을 규정한 노동당 규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재래식 무기의 40%를 휴전선 인근에 배치하고 장사정포로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국방백서>의 주적개념 삭제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럼즈펠드 장관과 면담**

박 대표는 이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 일정에 없던 면담을 갖는 등 보폭을 넓히기도 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한국인사들이 방문할 때마다 보여주던 한반도 야간 위성사진을 보여주며 "나는 매일 이 사진을 보며 한반도 문제를 생각한다"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민족인데 남북으로 체제만 달리해 살고 있는데 너무도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한쪽은 풍요롭고 자유로운 자유민주주의 체제인데, 다른 한쪽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독재체제"라고 덧붙였다.

럼즈펠드 장관은 70년대 포드대통령과 함께 방한했을 당시 박정희 전대통령과 박 대표를 만난 것을 회고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또 더글라스페이스 국방부 차관과 한미동맹,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으며, 이자리에서 박 대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미국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북한에 대담한 제안해야"**

박 대표는 이에 앞서 전날 아놀드 캔터 전 미국무부차관을 면담한 자리에서도 "미국이 북핵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제안을 대담하게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미국의 전향적 접근을 촉구했다.

전 대변인은 이와 관련 "박 대표의 발언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엄청난 선물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미국은 구체적으로 북한이 어떤 선물을 받을 수 있는지를 밝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말한 '미국의 구체적이고 현실적 제안'에는 대북경제지원과 북미간 수교가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다만 "핵포기가 북한의 체제안정과 경제문제 해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워싱턴 동포언론 간담회에서는 한미간 민감한 현안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거론하며 "주한미군의 기본 임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대북억지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미국이 세계적 전략변화를 추진하고 있고 이미 쓰나미 지진해일 구난활동이나 이라크 차출 등으로 이미 시작된 만큼 한미간 긴밀하게 대화와 협력을 통해 풀어나가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당, "박 대표 발언 의미있게 평가"**

박 대표의 이같은 전향적 대미 접근 방식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17일 환영 논평을 냈다.

임종석 대변인은 박 대표가 언급한 '대북경제지원과 북미수교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 제안' 발언 과 관련, "2.10 북한 외무성 발표 이후 강경파가 압도하고 있는 미국 외교가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박 대표의 발언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대변인은 "앞으로 한나라당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화해협력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신호로 판단되어 반갑게 생각한다"며 "외교는 무엇보다 국익이 우선되어야 하고, 때문에 초당적이어야 한다. 국익외교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박근혜 대표의 발언을 의미있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이어 "앞으로도 한나라당이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구체적 비전을 준비하며 더욱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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