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선거인등록 저조, 누구 책임인가?

[기고] 뿌리깊은 기민정책, 새누리당과 보수 정권의 책임

재외동포의 대통령선거 선거인등록 기간이 종료됐다. 일본에서는 영주권을 가진 재일한국인 등록률은 5.45%에 지나지 않았다. 이와같은 유감스러운 결과를 가져온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정희 독재정권의 공화당을 계승하여 오랫동안 정권을 장악한 보수본류의 정당이다. 한국의 역대 보수정권은 일관하게 재일동포에 대해 기민화 정책을 펼쳐왔다. 1965년 한일조약 체결 당시 재일한국인의 법적지위도 논의되었으나 그때 김종필 총리는 "재일한국인 2.3세는 완전히 일본사람이 되어 일본에 동조하는 사회인으로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고 이동원 외무장관은 "재일동포는 언젠가는 귀화할 운명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서는 본국정부의 재일동포에 대한 동족애나 재외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의지를 전혀 볼 수 없다.

바로 재일동포를 잘라버리는 기민정책(棄民政策)이다. 더구나 전두환 대통령이 되어서는 "재외동포는 살고 있는 나라에 따라 일본인, 미국인, 아프리카인이 되어야한다"고 까지 말했다. 이렇게까지 되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한국정부는 민단중앙을 통해 지난 35년간에 걸쳐 총액 20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재일동포를 위해 써왔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지원금의 대부분이 민단중앙의 운영비로 써왔으며 진정으로 재일동포를 위한 지원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민단중앙의 반민족적인 정치활동을 뒷받침하고 재일동포의 단결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되고 있다.

본국정부의 기민정책으로 대부분의 재일동포는 민족교육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3.4.5세의 젊은 세대의 민족의식은 급속도로 희박해지고 있다. 그들이 한국 국민이라는 강한 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국적을 선택하는 동포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같은 재일한국인사회의 현실에서 한국 국정선거에 참여하려는 동포가 적은 것이다.

반세기에 걸쳐 재외동포에 대해 재외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이나 자각을 촉진하는 정책을 취해오지 못했던 보수정권은 재외동포 참정권 부여에 대해서도 당연히 무관심했다. 그것이 돌연 4년 전 표변하여 참정권 부여를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그 배경에는 새누리당 집행부가 재외동포의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른 것 이외에도 민단을 비롯하여 해외 한인조직 가운데 보수단체가 많으며 재외동포의 표가 보수에 유리하다고 단순하게 타산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새누리당이 재외동포에 진정으로 참정권을 부여하려 한다면 지금까지의 기민화 정책의 잘못을 근본적으로 검증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작업은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재외동포의 기민화 정책과 참정권 부여는 모순된다. 따라서 우리는 참정권 부여를 환영하면서도 새누리당의 자세를 보고 선거가 과연 순조롭게 될 것인가 우려 했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우려는 적중했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새누리당은 재외선거를 통해 민주주의와 재외동포의 권리를 진흥하려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 한편에서 선거 방해책동만 진행됐다.

민주주의와 공정선거 원칙에서 보면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국적을 가진 모든 재외동포의 선거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한통련의 선거개입 차단하라'(지난해 8월 18일자 <동아일보> 사설)는 등 선거권 행사에 까지 색깔론을 들고 나와 재외선거에 찬물을 끼얹었다. 더구나 여권소지를 선거인등록의 필수조건으로 함으로써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여권을 가지지 않은 재일동포 유권자를 당초부터 제외했다.

새누리당 보수정권의 재일동포에 대한 기민정책과 색깔론, 이것이 일본에서 재외선거인등록 저조를 초래한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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