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자식 내가 키우면 0원…미혼모 자살 권하는 사회"
2018.05.14 08:25:06
[토론회] 미혼모도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아직 멀었다

"남편이 죽은 지 7개월 됐습니다. 아이는 33개월, 14개월 둘입니다. 남편이 갑자기 죽고 나니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제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두 아이와 함께 살 방도를 알아보는 일이었습니다. 이 일을 당하고 알았는데 제가 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저소득(월 148만 원)이라는 것을 증명을 해야 한 달에 13만 원을 지원해 주더라구요. 저소득이 안 되면 한 푼도 안 줍니다. 저는 전업주부로 살다가 남편이 아무 것도 남긴 것 없이 죽었고, 그나마 남긴 재산도 사업 빚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고, 소득이 0원이었는데, 아무도 저를 돌아봐주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아이를 포기하고 입양을 보내면 입양가족에는 입양수수료 270만 원도 지원해주고, 매달 15만 원의 양육수당과 20만 원의 심리치료비, 의료비도 전액 지원해줍니다. 또 제 아이를 위탁 가정에 보내면 그 가정에는 월 67만 원을 지원해줍니다. 입양가정이나 위탁가정의 지원은 소득에 상관없이 다 줍니다. 또 보육원에 보내면 아이 1명당 월 160만 원을 지원해줍니다. 저는 그런 혜택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나라에서 해외입양보다 국내입양이 우선이고, 국내입양보다는 원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우선이라면 적어도 저같이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들에게 위탁가정이나 보육원에 보내는 것보다는 더 좋은 혜택을 줘서, 내가 아이를 안 버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남편이 죽고 나서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 자식 내가 키우면 정말 안 되는 건가, 나라가 정말 입양을 장려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지만 저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떤 양육지원도 못 받는 이런 사람들을 복지의 '사각지대'라고 하던데, 사각지대라는 말은 정말 온화한 말이고, 그냥 죽으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에 충청도에서 저랑 비슷한 형편의 한 여성이 세살짜리 딸과 함께 집에서 자살을 했는데, 2개월 뒤에 발견되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위탁가정이나 입양가정 등에 해주는 지원을 보면 나라에서 돈이 없어서 지원을 안 해주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 한부모 입장에서 정부의 마인드는 이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자식 네가 키우는 것은 난 몰라, 네 자식 네가 키우는데 정부가 왜 지원을 해줘야해? 그런데 네가 자식을 버리면 다른 가정에서 잘 키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겠다.' 제 입장에서는 정말 이렇게 밖에 생각이 안 됩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제8회 '싱글맘의 날' 토론회에 청중으로 참석한 김경옥 씨는 토론회 말미에 손을 들고 자신의 사연을 얘기했다. (정부에서 '한부모의 날'을 지정하기 전부터 당사자 단체들 중심으로 매년 5월 11일을 '싱글맘의 날'로 정해 기념행사를 가져왔다. 편집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가 함께 져야할 책임"이라면서 "비혼모의 양육 지원 정책 뿐만이 아니라 사회인식을 바꿀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서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5월 10일을 '한부모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매년 5월 11일이 '입양의 날'인데, '원가정에서 양육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로 '입양의 날' 전날을 '한부모의 날'로 정했다. 제 1회 한부모의 날 기념행사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과거와 달라진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성들이 마주한 있는 현실은 냉혹하다.

저소득 한부모가정에만 월 13만 원 지원...보육서비스도 맞벌이가 1순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대표가 발제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전홍기혜)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미혼모들의 현실에 대해 "나라에 정책과 제도는 있다. 하지만 이 정책과 제도로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기는 너무나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여전히 편견과 차별로 미혼모의 경우 임신 이전 직장을 다녔던 이들 중 97%가 임신으로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며 "취업한 경우도 자녀 양육 문제로 일용직이나 시간제 일자리 등 임금이 적은 일자리가 많고 아이가 어릴수록 경제활동이 어렵다"고 양육미혼모가 경험하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양육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저소득(월 148만 원) 한부모가족에게 만 14세 미만 아동에게 월 13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할 뿐이다.(만 24세 미만의 청소년 한부모의 경우, 아이가 만 5세 이하일 경우 자녀 1인당 월 5만 원의 추가 양육비를 받을 수 있다.)

혼자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누구보다 보육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현재 보육서비스는 맞벌이 부부가 1순위다.

또 비양육자(대체로 아이 아버지)가 양육비를 주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히트 앤 방지법'(양육비 대지급 제도)을 제정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27만여 명의 동의를 받은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 대표는 현실은 비양육자에게서 양육비를 받는 일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관계의 특성상 미혼모의 경우 법원을 통해 비양육자의 정보를 알아내는 데만 평균 3개월이 걸리고, 소송 완료까지 최소 8개월-2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또 양육비 소송에서 승소하여도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고, 비양육자의 재산이나 소득이 150만 원 미만일 경우 실효성이 없다. 또 소송을 통해 양육비를 받게 되더라도 소득으로 합산되어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 양육비 지원 대상에서 탈락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여전히 병원과 입양기관이 입양 강요"

김 대표는 특히 "10대 미혼부모를 위한 정책이 부재하다"며 "학생 미혼모의 80% 이상이 학업 중단 위기에 처하게 된다. 대부분의 학생 미혼모는 본인이 다니던 학교에서 학업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학업을 병행함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제도나 시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017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정기모임 및 지방 간담회 중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며 "여전히 병원에서 미혼모에게 입양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병원에서 입양을 권유하면 입양기관에서 산모병실을 방문하게 되고, 입양을 거절했을 때 일부 미혼모들은 모욕적인 말이나 욕설을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아이 양육 과정에서 아이를 잠시 맡기려고 그룹홈(일시 위탁 가정)을 알아보면 기본 1년을 맡겨야 하고 중간에 아이를 만날 수 없다고 하기 때문에 이용하기 힘들다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미혼모와 그 자녀들에게도 온전한 시민권을"

김도경 대표는 "국가는 요보호 대상자나 저출산 대책의 수단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의 인권과 권리의 측면에서 정책적 접근을 해야 한다"며 "당사자의 필요와 욕구를 가장 잘 아는 조직된 미혼모 당사자를 정책의 주요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해진 한양대학교 외래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미혼모 정책은 입양을 우선하는 것으로 그들의 존재를 은폐하고 비가시화하여 미혼모는 정책적 관심의 대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며 "미혼모 가족에 대한 정책의 부재는 미혼모 개별 가족에게 위협이 되는 것을 넘어 국가에도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2017년 현재 합계 출산율은 1.05명으로 거의 재앙 수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점차 모성권을 선택하는 양육 미혼모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비가시화를 거부하고 온전한 시민권을 얻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가는 미혼모들이 요구하는 미혼모특례법을 제정하는 등 이에 대해 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입양인 당사자 시몬느 은미 씨는 자신이 입양되어 자란 네덜란드의 사례를 소개하며 "네덜란드에서도 100년 전에는 미혼모가 오늘날 한국에서처럼 낙인 찍힌 사람들이었지만 더 이상 미혼모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네덜란드의 미혼모는 필요하다면 한달에 2000달러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십대 엄마들은 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아동권리에 대한 아시아 협약을 만들어 아동 유기의 과거를 버리고 한국 아이들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미래를 위해 일할 것을 요구한다"며 "한국은 놀랍도록 영리하고 부지런한 민족이다. 한국이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따질 문제가 아니다. 항상 문제는 '한국이 이 일을 해낼 의지가 있는 것이냐'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은희 대구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미혼모 자녀의 90% 이상이 입양 보내지는 현실에 대해 지적하며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민간기관을 통해 이뤄진 입양 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가가 책임지지 않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입양인과 친생부모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현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고 하나 과거 국가의 잘못을 사과하여 국가가 행했기에 부당함을 당연시 하는 국민들에게 차별이 당연하지 않음을 알리는 선언을 해야 문제 해결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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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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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