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예산으로 국회의원 400명을 쓸 수 있습니다
2017.12.10 15:32:18
[하승수 칼럼] 2020년 총선, 국회 개혁 계기로 삼자
최근 내년 예산안이 심의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자기들 연봉(세비)를 올리고 8급 보좌진을 한명 늘리기로 한 것 때문에 논란이 많았습니다. 여론의 비판이 따가웠지만, 결국에는 세비인상과 8급 보좌진 늘리는 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오른 세비를 자진반납한다고 하는데, 그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진정성이 있다면 세비올리는 논의가 있을 때 미리 결사적으로 반대했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여론의 비판은 잠깐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비올리고 보좌진 늘리는 것에는 여·야의 구분도 분명치 않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자기 밥그릇 챙길 때에는 정당·정파를 넘어서서 뭉치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의 연봉과 보좌진 규모는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제가 국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987년에 국회의원 보좌진은 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인턴 포함 9명까지 늘어났습니다. 국회의원 연봉도 줄어든 적은 없고 계속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연봉 외의 혜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무실유지비, 차량유지비, 차량기름값까지 다 지원해 줍니다.

입법 및 정책개발활동에 쓰라고 1년에 135억 원의 돈도 지원해 줍니다. 물론 이 돈들 중 상당수는 입법 및 정책개발활동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사용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잠깐 비판을 하는 것으로는 이제 안 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국회 개혁의 방향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은 줄이고 국회의석은 늘려야 합니다.

주권자입장에서 보면, 2017년 기준으로 5744억 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서 300명의 특권많은 국회의원을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같은 돈으로 300명이 아니라 360명의 국회의원을 쓰고, 개별 국회의원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줄여야 합니다.

최근 국회에서도 이런 목소리들이 나옵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회예산은 동결한 상태에서 국회의원들의 연봉·특권을 줄여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제안을 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국민의당 정치혁신위원회에서 향후 10년간 국회의원 연봉과 예산을 동결한 상태에서 국회의석을 늘리자는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계산을 한번 해 봤습니다. 각종 수당을 합쳐서 연간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국회의원 연봉을 1억 원 수준으로 줄이고(그래도 근로소득자중 상위 3.4%에 들어갑니다), 영수증없이 쓰는 특수활동비같은 예산을 폐지하면 됩니다. 현재 인턴포함 9명으로 늘어난 보좌진규모도 적정규모로 조정하고 오히려 공동보좌진을 활용하는 방법을 추진하면 됩니다. 전직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에 지원되는 연간 70억 원의 예산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국회에는 '눈먼 돈'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 돈들ㅇ르 줄이면 지금 국회예산으로도 400명 가까운 국회의원을 쓸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맡겨서 이런 개혁이 어렵다면, '(가칭)국회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국회의원 연봉과 처우는 여기에서 결정하도록 하면 됩니다. 필요하면 이번 개헌에 반영해도 됩니다. 지금처럼 자기들 연봉을 자기들끼리 모여서 결정하는 방식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국회의원을 쓰는 것이 주권자에게 이득입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면 그만큼 입법활동, 정책개발, 행정부 감시를 할 주체가 늘어납니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하겠느냐'라는 의심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선거제도 개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당득표율대로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면 국회의원들이 지금처럼 의정활동에 소흘할 수 없습니다. 정당들도 정쟁보다는 정책개발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유권자들이 정당투표를 할 때에는 정당의 정책과 활동성과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나는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싫어'라는 분들에게는 꼭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누가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고 하는지를 꼭 봐주십시오.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13년 12월에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서라도 선거제도 개혁을 해서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라면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개혁을 진정성있게 주장하는 정치인들 대부분은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서라도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지금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중에서 가장 많은 국회의원 숫자를 제안하고 있는 법안은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입니다. 박주민 의원은 인구 14만 명당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것으로 원칙을 정하자고 제안합니다. 선거 때마다 국회의원 숫자를 두고 논란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근거도 있습니다. OECD국가 평균을 보면, 인구10만 명당 1명의 국회의원을 뽑고 있습니다. 독일 국회의원 숫자는 630명, 영국 하원의원 숫자는 650명이나 됩니다.

박주민 의원의 제안대로 하면 대한민국 국회의원 숫자는 360명까지 늘어납니다. 그렇게 늘어나더라도 제대로 일하는 국회만 된다면 주권자인 시민들에게는 이득이 되는 일입니다.

물론 특권을 줄이는 국회예산 개혁을 하자고 했을 때에, 지금 국회의원들이 그걸 하겠느냐?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국회예산감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국회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정보공개소송이 이미 2건이고, 곧 1건을 추가로 제기합니다. 국회예산의 숨겨진 문제들을 드러내고 비판하면, 국회가 개혁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적용하기가 어렵다면, 다음번 총선 이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하면 됩니다. 2020년에 치러질 총선으로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부터 새로운 국회운영시스템을 적용하면 됩니다. 어차피 선거 때가 다가오면 각 정당들은 '국회의원 특권 줄이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에는 말로만 해 왔다면, 이제는 실천할 수밖에 없도록 압력을 가하면 됩니다.

2020년 총선 이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해서 선거제도 개혁과 국회개혁을 하면, 나중에 감히 반기를 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실 국회 내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존재합니다. 문제는 시민들의 의견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쪽에서는 '국회 의석 늘리는데 국민들이 반대하니까, 선거제도 개혁은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이 논리를 과연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이제는 거꾸로 주권자인 시민들이 요구해야 합니다. 국회의원 특권은 줄이고 의석은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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