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5,6호기 증기발생기가 위험하다!

[기고] 증기발생기가 신고리 5,6 원전에 주는 경고

지난 18일 한빛 4호기의 증기발생기 안에서 길이 110밀리미터, 폭 40밀리미터인 망치 형태의 금속물질 등 이물질이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증기발생기는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이용해 증기를 발생시켜 발전 터빈을 돌리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원자로, 터빈과 함께 핵발전소를 구성하는 핵심 시설이다.

한국형 핵발전소의 증기발생기와 관련해 신고리 신고리 5, 6호기 증기발생기가 진동시험을 거치지 않아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증기발생기에 균열이 생기면, 방사능물질이 외부로 누출될 수 있다. 그 중요한 기관이 진동시험 없이 도입돼 있는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보내왔다.편집자

원전 증기발생기는 핵연료에서 발생된 열을 이용하여 증기를 생산하는 열교환기이다.

증기발생기 세관 내부에는 원자로 1차 냉각재(155기압)가 흐르고 외부에서 2차 냉각재(77기압)로 터빈을 구동하는 증기를 생산한다. 웨스팅하우스형 원전은 600메가와트(MW)의 경우 증기발생기가 2대이고 950메가와트는 3대이지만 한국형 원전은 용량과 무관하게 2대이다.

따라서 1000메가와트 기준으로 보면 웨스팅하우스형은 증기발생기당 세관수가 5600개인데 CE사에서 도입된 한국형은 8200~8400개로 세관 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구조가 더 복잡하고 2센티미터(cm) 직경에 1밀리미터(mm) 두께의 세관이 압력 78기압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매우 취약하다.

세관이 누설되면 이차계통의 압력이 증가하고 과압보호를 위해 안전밸브가 열리면서 방사능에 오염된 1차 냉각재가 격납용기를 통과하여 설치된 증기관을 통해 환경에 바로 배출되므로 격납용기가 방호 기능을 할 수 없는 사고를 고려한다. 이 때 1차 냉각재가 단시간에 증발, 고갈되고 원자로 안전주입 보충수도 한계가 있어 핵연료가 쉽게 용융될 수 있으므로 설계기준사고로 엄격히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수원에서는 2009년 해당 사고조건에서 소외방사선 피폭이 적게 계산되도록 사고조건의 가정을 변경하여 설계보수성을 저하시키는 의도적 조치를 취하였다.

한국형 원전의 고유문제인 이 사고조건의 가정을 타당한 근거 없이 임의 변경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시하였지만 당국은 이를 계속 시행 중이다. 원전주변 인구 밀집도를 고려할 때 취약한 한국형원전 증기발생기는 설계안전성이 강화되지 않고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므로 변경사항은 반드시 원상회복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증기발생기는 CE형 1300메가와트 팔로버디(미국 최대 핵발전소, Palo Verde) 원전 증기발생기를 1,000메가와트로 용량을 축소, 개선시키고 이를 신고리 3, 4에서 1400메가와트로 격상시킨 것이다. 이로써 신고리 3,4호기 증기발생기는 세계 최초, 최다의 증기발생기당 세관 수(1만3000개)를 가진다. 웨스팅하우스형에 비해 세관 수도 많아 증기발생기 내부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해서 유동에 의한 진동과 마모가 더 쉽게 발생될 수 있다. 간혹 인허가된 운전 기간에도 증기발생기는 세관열화로 조기 교체될 수 있다. 웨스팅하우스 원전은 고리1호기(600메가와트)가 운전기간 중 교체되어 6개호기 중 1개호기 증기발생기가 교체되었지만 한국형 원전(1000메가와트)은 12호기 중 무려 6호기가 가동 20년 전후로 교체되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이는 71년부터 운영된 미국 내 CE형 원전 14호기의 증기발생기가 가동 20년 전후 예외 없이 모두 교체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즉, CE형 원전 증기발생기는 세관 부식과 같은 재료적인 문제에 추가하여 설계적으로 구조가 복잡하여 진동에 의한 기계적인 세관손상이 주요 요인이 되고 있어서 미국 내 CE형 원전은 가동 중 증기발생기가 모두 교체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최근 사례로써 동일 CE형 원전인 샌오노프레(San Onofre) 3호기 증기발생기는 교체된 뒤 1주기 만에 심각한 누설이 발생하여 불과 3년도 안되어 샌오노프레 2호기까지 2013년 모두 폐로를 결정하였다.

교체 증기발생기의 설계가 실패하여 폐로가 결정된 것인데 유체유발 진동에 의한 대규모 마모가 원인으로 구조적으로 복잡한 설계적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해석적 평가만 믿고 시험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된 근본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국내 원자력 규제지침인 경수로안전심사지침(개정 3판, 3.9.2의 I의 5항 요건)에서도 미국 핵규제위원회의 규제지침 1.20을 그대로 반영하여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내부구조물은 유체유동에 의해 발생되는 진동해석과 시험에 의한 안전성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1000메가와트, 1400메가와트의 용량변화 시점에 원자로 내부구조물은 진동시험을 최소 1회 이상 시행하였지만 막상 증기발생기는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으므로 규제지침을 위반하고 있다. 신고리 3,4 설계를 기반으로 신고리 5,6 건설에 공급되는 증기발생기도 따라서 중대한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세계 최초, 최다의 세관수를 가진 신고리 3,4호기와 5,6호기 증기발생기를 해석적인 평가만 믿고 안전지침에 따른 시험검증도 없이 무모하게 가동, 공급하는 것은 불과 4년 전에 발생된 샌오노프레 2,3호기 폐로결정의 교훈을 저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 근거 없이 변경, 완화시킨 한국형 원전 증기발생기 세관파단 사고해석 조건의 즉각적인 원상회복 ▲현재 가동을 시작하거나 시운전 중인 신고리 3,4호기 증기발생기에 대하여 안전지침에 부합하는 진동시험을 즉시 시행 ▲선행호기인 신고리 3,4 증기발생기의 안전성 확인을 거친 후 신고리 5,6 건설의 진행여부를 결정하는 등의 안전성 강화 조치가 시급하다.

주변에 수백만명이 살고 있는 신고리 원전 3,4호기 증기발생기가 세계 최다의 세관수를 가지고 제대로 된 시험검증도 없이 세계최초로 가동되고 후속기가 건설되는 안전 불감증과 무모함에 대해 증기발생기가 엄중히 경고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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