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 "일베 기자 이름 걸고 수신료 받을 수 있나"

KBS 내부 논란 "일베 기자와 얼굴 맞대고 일 못 해"

KBS 보도국 내에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이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BS 내부가 시끄럽다. 기자들이 속한 KBS 보도국 내에서는 사측의 조치를 촉구하는 성명이 나오는 등 내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KBS 기자들의 단체인 KBS기자협회(협회장 김철민)는 성명을 내고 "문제가 된 수습사원의 교육 절차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KBS기자협회는 "문제의 수습사원은 이미 같은 동료로서 KBS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대외적으로 KBS 기자 이름을 걸고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를 상대로 직무를 수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KBS기자협회는 또 "그가 익명의 그늘 뒤에 숨어서 장기간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쏟아낸 낯 뜨거운 조롱과 멸시,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결핍된 황폐한 정신, 각종 사안에 대한 균형 감각의 실종, 인권에 대한 감수성의 부재 등은 공영방송 KBS의 종사자로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한 결격사유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건이 불거진 후 나온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의 성명과 다소 결이 다르다. KBS노조는 문제의 기자와 관련된 보도가 사실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극히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꼬집었지만, 한편으로는 "추문의 진위 여부와 별도로 의혹이 제기되고 유포돼 기사화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관련 내용이 보도되기까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했었다. KBS 내에는 성향이 다소 다른 두 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해당 기자가 1노조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그 기자의 이른바 '신상'이 털렸다는 것이 KBS노조가 제기한 의혹인 셈이다. 

KBS노조의 이같은 문제제기와 별도로, 문제의 기자와 같은 직군에 있는 동료 기자들이 사실상 해당 기자와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은 이 문제를 둘러싼 KBS의 내부 갈등을 보여준다. KBS기자협회는 "만약 기자협회를 비롯해서 KBS 구성원들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조치들이 적절히 취해지지 않을 경우, 이로 인해 KBS가 겪어야 할 부정적 결과들은 위기관리에 실패한 경영진이 자초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 뿐 아니라, KBS의 35기 이하 젊은 기자들도 공동 명의로 성명을 냈다. 이들은 지난 17일 "사 측이 이 불행한 사태를 하루 빨리 바로 잡아 주기를 간절한 마음 모아 기다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할 공영방송에는 '표현의 자유'를 조롱하고 짓밟아온 사람의 자리는 없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기자는 KBS 기자들만 볼 수 있는 보도정보시스템에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내용이 담긴 반성문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자는 지난해 말 KBS 공채에 합격해 올해 1월 1일부터 42기 수습 기자로 출근하고 있다. 

KBS 내부에서는 해당 기자의 처리 방향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측에선 문제의 일베 게시물 등이 기자가 되기 전에 작성된 것이어서 징계 등의 방침을 정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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