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밭이 된 낙동강···큰빗이끼벌레에 청태까지

[언론네트워크] 달성·강정보 르포, 환경단체 "4대강 보 때문" VS 수공 "날씨 탓"

4대강 사업이 진행된 '낙동강' 보 일대에서 정체된 물에서만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 또 강바닥은 진흙으로 변해 뻘밭이 됐고 고인 물에서 자라는 청태(녹조류)와 폐사한 물고기, 쓰레기가 강 곳곳에 뒤엉켜 심한 악취도 풍겼다. 환경단체는 "4대강 보로 인해 낙동강의 호수화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 반면, 한국수자원공사는 "보와 상관없는 날씨 탓"이라고 했다.

7일 '4대강조사단'과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는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강정고령보와 죽곡취수장, 달성보 상류 사문진교, 칠곡・구미・상주보 등 4대강사업 낙동강 보 일대에서 9시간가량 '4대강 현장조사'를 벌였다. 조사단에는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김종술 환경운동연합 물환경특별위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등이 참가했다.

▲ 대구 달성보 상류 사문진교 일대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를 들고 있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 ⓒ평화뉴스(김영화)

▲ 낙동강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두 덩어리 ⓒ평화뉴스(김영화)

이날 조사에서는 영산강과 금강에 이어 낙동강 일대에도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큰빗이끼벌레는 물속에 있는 돌과 수초에 붙어사는 북미가 원산지인 태형동물의 일종으로, 1㎜짜리 개체 수천 개가 단백질 같은 막으로 뭉쳐진 형태로 자라며 섭씨 16도 이하가 되면 자연 폐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공호수나 저수지 등 물이 흐르지 않는 정체된 곳에서만 발견돼 호수지표종으로 분류돼 왔다. 낙동강과 같이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기록이 없다.

달성보 상류 사문진교 일대에는 이 같은 큰빗이끼벌레 수십 개가 군락을 이뤄 심한 악취를 풍겼다. 투명한 보호막에 청태가 달라붙어 강물 속에서는 육안으로 쉽게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강변 100m를 따라 1m 간격으로 막대기를 찔러 건져 올리니 어른 손만 한 벌레 뭉치가 뭉텅이로 따라 올라왔다. 앞서 6일에는 "강정보령보와 죽곡취수장 일대에서도 이 벌레가 발견됐다"고 정수근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말했다. 그러나 7일 현장조사에서는 강정보령보 일대에서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되지 않았다.

김종술 환경운동연합 물환경특별위원은 "큰빗이끼벌레는 저수지, 댐, 호수 같은 유속이 느리고 물의 교란(흐름)이 없는 곳에서만 서식한다"면서 "이 벌레가 발견됐다는 것은 4대강 보로 낙동강이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는 증거다. 4대강 호수화를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또 "더 큰 문제는 기온이 떨어지면 이 벌레가 집단 폐사해 많은 공기를 소모하고 시체가 썩어 악취를 풍겨 수질오염을 불러올 것"이라며 "보를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만이 죽음의 낙동강을 살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 강정고령보 상류 500m지점, 수심11m에서 박창근 교수 연구팀이 채취한 강바닥 진흙 ⓒ평화뉴스(김영화)

▲ 저질토측정기에 담긴 죽곡취수장 일대 강바닥 진흙덩어리 ⓒ평화뉴스(김영화)

강정고령보와 죽곡취수장 일대 강바닥은 온통 '뻘밭'으로 변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와 연구팀이 이날 저질토측정기를 이용해 강바닥을 측정한 결과, 과거 낙동강 일대 강바닥에서 발견되던 모래와 자갈 대신 점성이 강하고 역한 냄새가 나는 검은 진흙 덩어리가 강 곳곳에서 발견됐다. 4대강 보가 생기고 난 뒤 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모래가 있던 자리를 점성이 강한 진흙이 차지한 것이다.

죽곡취수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정고령보 바로 옆 죽곡취수장 주변 강바닥에서도 점도는 떨어지지만 비슷한 형태의 묽은 진흙이 발견됐다. 특히 모래 대신 진흙이 강바닥에 쌓이게 되면 공기가 들어갈 공간이 부족해져 산소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다.

박창근 교수는 "강바닥이 진흙으로 코팅돼가는 과정"이라며 "유속(물의 흐름)이 없거나 느려지는 곳에서만 생기는 점토층이 벌써 낙동강 곳곳에서도 나타나는 중이다. 지금보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사람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푹푹 빠지는 뻘밭이 되고 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바닥이 산소가 없는 조건으로 변하면 혐기성(산소부족상태) 생물만 서식해 기존 어군은 낙동강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4대강이 호수화가 되어가는 단계, 현재는 호수화 안정기에 접어든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강정고령보 좌안에 낀 청태로 초록색으로 변한 낙동강 ⓒ평화뉴스(김영화)

뿐만 아니라 낙동강 보 주변과 교각, 바위에는 녹조류의 일종인 '청태'가 쓰레기와 뒤엉켜 악취를 풍겼다. 달성보 상류에 있는 사문진교와 강정고령보, 죽곡취수장 일대에는 짙은 초록색의 부유물인 청태가 물속을 가득 채웠다. 손으로 강바닥을 긁자 미역처럼 생긴 청태 덩어리가 줄기처럼 끝없이 따라 올랐다. 강정고령보와 죽곡취수장 주변에 밧줄로 묶어 놓은 부표에도 청태가 잔뜩 끼어 있었다.

4대강조사단에서 활동하는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은 "4대강 보로 물 흐름이 끊기고 퇴적물만 계속 쌓여 조류가 늘어나면서 호수지표층인 청태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태와 진흙으로 강이 덮이면 산소가 부족해 물고기가 살 수 없을 것이다. 유기물질 사체까지 쌓이면 낙동강의 호수화는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사문진교 일대에서 낚시를 하던 이모(67) 씨도 "낚싯대를 드리우면 물고기는 한 마리도 안 잡히고 청태만 올라온다"며 "평생 이런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 부표 밧줄에도 청태가 잔뜩 낀 모습 ⓒ평화뉴스(김영화)

달성보와 강정고령보 사이 낙동강 사문진교 일대에는 청태뿐 아니라 폐사한 물고기, 쓰레기, 큰빗이끼벌레까지 뒤엉켜 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더러운 물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잉어는 쓰레기와 청태 사이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4대강 공사로 낙동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면서 "호수화가 더 진행되기 전에 보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낙동강 달성보 상류 사문진교에 폐사한 잉어 ⓒ평화뉴스(김영화)
반면 이날 조사 현장을 찾은 한국수자원공사 수질환경팀 관계자는 "수온이 올라가 청태, 진흙, 큰빗이끼벌레가 생긴 것"이라며 "4대강 공사와 무관한 날씨로 인한 현상"이라고 했다. 또 "홍수기나 가을이 되면 자연히 녹조가 줄고 벌레도 죽는다"며 "여름에는 원래 진흙과 청태, 녹조, 벌레가 생긴다"고 반박했다. 이어 "큰빗이끼벌레는 유해한 생물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오염지에서는 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적 우려가 있는 만큼 대응팀을 꾸릴 예정"이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오후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큰빗이끼벌레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생태계 대응팀'을 구성해 앞으로 큰빗이끼벌레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단장은 한국수자원사업본부장이, 관리단장은 수자공 각 지역본부장과 수계통합물관리센터장이 맡을 예정이다.

한편 '4대강조사단'과 '4대강복원 범대위'는 6~10일까지 5일간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전국 13개 보에서 현장조사를 벌인다. 이번 조사에는 환경단체 활동가와 전문가, 야당 정치인 등 50여 명이 참여한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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