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평택함' 안전체험관 사업 답보… "관련기관 핑퐁 행정 탓"

해수청-해경 "상대방 동의 받아오면 허가하겠다"…평택시 "예산낭비 불가피"

경기 평택시가 해군 퇴역함인 '평택함'을 활용해 해양안전체험관으로 운영하려던 계획이 관련 기관들의 무성의와 떠넘기기식 행정으로 좌초위기에 놓였다. 더욱이 사업 답보에 따른 혈세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PNCT 부두 내 거치돼 있는 평택함 ⓒ평택시

16일 평택시에 따르면 평택함은 1972년부터 25년간 미 해군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1996년 퇴역, 1997년부터는 대한민국 해군에 인수된 뒤 함정과 선박 구조임무에 투입되면서 2016년 12월 31일 퇴역했다.

평택함은 2400톤 급, 전장 86.2m·전폭 15.2m 규모로 10만톤 급의 예인능력도 갖추고 있어 2007년 태안 기름유출 방재작전, 2010년 천안함 구조·인양작전, 2014년에는 세월호 실종자 구조와 탐색작전에 투입되기도 했다.

이같은 활약을 펼친 평택함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시는 국내 최초로 퇴역함정을 활용한 체험 위주의 해양안전교육 진행과 해양사고 대처능력을 향상, 국가자격증 상설시험장 등을 민·관 협력으로 추진·운영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총 사업비는 수리·운반비 24억원을 포함해 69억3000만원으로 예상하고, 이 중 안전체험관 조성비 45억3000원 중 25억3000만원을 민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한국해양안전협회 측의 제안으로 '평택함 활용 공모 용역'을 거쳐 해양안전체험관 조성 사업계획이 확정됐다.

평택시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2016년 말 평택함 퇴역 당시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하 해수청)이 평택시 측에 서해대교 친수공간과 관련된 사업을 제안했었기 때문이다.

해군도 서해대교 친수공간 사업 추진이 결정되면서 평택함 퇴역 이후인 2017년 1월 곧바로 시 측에 평택함의 무상대여를 승인했다.

이에 시는 PNCT(신컨테이너터미널)부두 내 임대료로 1억9200만원을 지불해가면서, 2017년 8월부터 4억2000만원을 들여 서해대교 친수공간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 경기도로부터 18억원의 특별조정교부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문제는 갑작스럽게 서해대교 하부공간이 친수공간으로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발생했다. 낙석 위험이 있을 뿐더러, 해당 부지가 현재 화물차 주차장으로 사용되면서 이를 대체할만 한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 시행 2년 6개월만인 2019년 7월 친수공간 사업부지를 변경하는 협의가 시작됐으며, 같은해 11월 당초 서해대교 하부에 마련하려던 친수공간은 신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로 변경됐다.

현재 신국제여객터미널 배후부지는 매립이 진행 중으로, 2023년 이후에나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시는 시업 시행 시기를 놓치거나 사업을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부지 임대료만 지출될 것을 우려해, 해수청이 평택해경 측에 사용허가를 내준 해경 전용부두 내에 3년간 임시로 거치하기로 해수청과 해경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시가 각 기관들과 수차례 협의를 통해 요청했음에도 불구, 해수청과 해경 양측은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듯한 모양새다.

해경의 경우 그간 해당 부두 내 현장방문을 2회 진행하거나, 수시로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문의하는 등 시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왔음에도 불구, '시로부터 사업 시행을 알리는 공문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아무런 협조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초 사업을 제안했으며 평택시의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해수청은 해경 전용부두 내 해양안전체험관 운영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법적 검토조차 진행하지 않으면서, 해경과 평택시의 협의가 이뤄진다 해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양 기관은 부지 사용에 대해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오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결국 평택함의 PNCT 부두 내 장기 거치로 인해 시 예산만 낭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수청 관계자는 "해경 측으로부터 전용부두 사용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는 내용의 공문이 접수되면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아무 것도 검토한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