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종합부동산세법 관련 헌법소원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정부가 똘똘 뭉쳐 종부세를 없애려고 혈안이 된 상태에서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이 종부세법의 위헌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판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개변론에서는 △종부세가 재산권과 생존권,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 △국세로서의 종부세가 지방재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종부세 부과가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및 소급과세에 해당하는지 여부 △1주택 보유자에 대해 예외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등을 다툴 예정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위에서 적시된 쟁점 가운데 일부분이라도 위헌 결정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다면 종부세는 큰 손상을 입을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서울행정법원은 몇 차례의 판결을 통해 위의 헌법소원이 다투고 있는 종부세법의 위헌성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다시 한번 공개변론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일일이 살펴보기로 하자.
1. 종부세가 재산권과 생존권,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
서울행정법원은 2006구합 30546(2007년 6월 8일 선고)사건에서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가 사유재산권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짧은 기간 내에 재산을 무상으로 몰수하는 정도로 과도해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종부세가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또 재판부는 "구종부세법의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이 지나치게 높다거나 종합부동산 세를 내기 위하여 살던 집을 팔아야 할 정도라고도 보이지 아니하며…사실상 일부 납세자에게 부과대상 부동산의 처분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그들의 거주이전의 자유 등이 사실상 제한당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 직접적인 침해가 아니라 토지 및 주택 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수반되는 반사적 불이익에 불과하고(헌법재판소.1999.4.29..선고.94헌바37외66건(병합).결정 취지 참조), 기본권의 침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 종부세법의 입법목적과 헌법 제35조 제3항 등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그 규제의 합리성 또한 인정되므로, 종합부동산세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도 보지 아니한다"고 판시해,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법원이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종부세의 실효세율이 2009년도에 이르러 0.89%(현재 과표적용률이 동결됐고 세부담 상한선도 150%로 줄었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불가능하다)에 달하도록 설계된 점, 사용·수익·처분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종부세가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 할 것이다.
2. 국세로서의 종부세가 지방재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재판부는 "종합부동산세를 국세로 할 것인지 아니면 지방세로 할 것인지 여부는 당해 조세의 과세목적에 따라 입법정책적으로 판단할 성질의 것이므로 종합부동산세를 반드시 지방세로 해야 할 이유는 없으며, 기존의 지방세인 재산세는 그대로 둔 채 일정한 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 별도로 세목을 신설한 것이고, 구 종부세의 입법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구 종부세법이 불합리하고 자치권의 본질을 훼손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기방자치단체의 재정자치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해 국세로서의 종부세가 지방재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3. 종부세 부과가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 및 소급과세에 해당하는지 여부
재판부는 "구 종합부동산세법(2005. 12. 31. 법률 제78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상의 종합부동산세는 일정한 가액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는 데에 그 담세력을 인정하여 부과하는 조세이고 부동산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있어 부동산의 소유 자체를 과세요건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기본적인 성격은 재산세와 마찬가지로 보유세이다. 따라서 종합부동산세는 과세대상 부동산의 미실현 이득(가격상승분 또는 자산의 증가분)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부동산의 가액 전체 중 일정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으로 미실현 이득이 없거나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여도 일정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계속 부과되는 것이므로, 종합부동산세의 부과가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로서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는 구 종부세법 시행 이후에 최초로 납세의무가 성립되는 경우에 대하여만 적용될 뿐, 구 종부세법으로 과거에 소급하여 과세하거나 또는 중과세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가르켜 재산권을 박탈하는 소급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각각 판시해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의 위헌성 및 소급입법 주장을 기각한 바 있다.
4. 1주택 보유자에 대해 예외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서울행정법원은 "부동산가액 상승에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1가구 1주택 소유자에 대하여 단지 고액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중과세하는 것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목적과 정책 수단 간의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조세법규에 어떠한 내용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가 국가재정, 사회경제, 국민소득, 국민생활 등의 실태에 관하여 정확한 자료를 기초로 하여 정책적, 기술적인 판단에 의하여 정하여야 하는 문제로서 이는 입법자의 입법형성적 재량에 기초한 경제적·기술적 판단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 차입 자금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과 자기자금만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간의 담세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일정한 가액(9억 원, 구 종부세법상의 주택)' 이상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도록 한 것이 부동산 소유자 사이에 균형과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거나 담세능력과 과세처분 간의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물론 이 판시가 평등원칙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평등이 절대적 평등이 아닌 상대적 평등이라는 점, 합리적인 차별이 허용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위의 판시는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
또 서울행정법원 2007구합 9082(2007년 8월 14일 선고)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종부세가 땅을 팔아 거둔 수익이 아닌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여서 실질과세 원칙에 어긋나며 양도세와 더불어 이중과세인 데다 지방자치제도 및 주거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위헌적이라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헌법은 입법권자에게 부동산 가격 안정과 국민경제의 발전, 토지공급의 제한성 등을 두루 감안해 토지재산권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했고 이에 따라 종부세가 마련됐다"면서 "이 세금은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 보유 자체에 담세력을 인정해 부과되는 것이므로 원고 측 주장은 여러모로 이유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그간 종부세에 대한 행정법원의 판결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과 형평성 달성이라는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입안한 종부세는 합당하다"는 취지이다. 즉, 재판부는 "종부세가 응능부담(應能負擔)의 원칙에 부응하는 조세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소득불균형 현상의 해소에 기여하고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며, 토지보유 구성비율의 변화를 도모하는 한편, 입법 당시까지는 보유세는 저율인 반면 거래세는 고율이었던 조세왜곡현상을 시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보면서,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여부, 이중과세 여부,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 침해 여부,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에 대해 모두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다.
헌재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
위에서 조목조목 살펴본 것처럼 종부세법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은 부당한 것으로 기각돼야 마땅하다. 한국사회의 고질인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종부세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헌법재판관들이 종부세를 무력화시킬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헌법재판소로서는 종부세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이 경제문제에 대해 지극히 보수적인 결정을 해 왔다는 세간의 평판을 불식시킬 좋은 기회인 셈이다.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법 관련 헌법소원을 기각시켜 헌법적 가치의 수호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대내외에 천명하길 기대한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약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법의 입법취지에는 전체적으로 동의하면서 각론에 숨겨진 문제점이나 기술적인 문제점들을 들어 종부세법에 관한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헌법재판소가 수호하려는 헌법적 가치는 전체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2%의 부동산 부자들만을 위한 것임을 헌법재판소 스스로 고백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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