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BBK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 주면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경준 메모'가 나와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 메모를 근거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측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5일 유세일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검찰 수사 발표 이후에도 논란이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김경준 메모'에 대해 검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BBK 사건'이 막판 대선정국을 좌지우지할 파괴력을 가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뉴스'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준 메모' 사진을 보도하지 않은 신문이 있다. 바로 <동아일보>다. <동아>는 이날 BBK와 관련된 기사 중간에 '김경준 메모'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별도의 기사를 실지는 않았다.
물론 검찰의 주장을 근거로 김경준 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도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조차도 서툰 한글로 씌여진 '김경준 메모'의 사진을 실었지만, <동아>는 무시했다.
<동아> "김경준 배후에 정치권이 어른거려"
<동아>는 '김경준 메모' 대신 김경준 씨와 그의 가족들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에 대한 기사를 비중있게 다뤘다. 이 신문은 4면에 "횡령금 200억 에리카 김 계좌로 송금", "김경준, 투자자 돈으로 자기 지분 늘렸다" 등 기사를 통해 김 씨가 회사돈 380억 원을 횡령했고, 이 돈이 에리카 김 씨의 계좌로 들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또 "'피의자 가족'이 검찰수사 공신력 흔드는 세상"이라는 사설을 통해 신당 등 '정치권 배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오는 6일 미국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한 것 등에 대해 "BBK 거액 횡령 사건에 직접 연루된 의혹을 받는 에리카 씨가 미국에 머무르면서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순수한 방어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특히 "검찰 수사결과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려는 기자회견의 배후에는 상대 후보에게 공범의 낙인을 찍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권이 어른거린다"며 신당 등 정치권이 배후에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아>는 더 나아가 "피의자 가족의 일방적 주장을 검증 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일부 언론의 의도 역시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동아>는 "김경준 씨는 검찰과 금융감독원이 밝혀낸 혐의만으로도 최고 무기징역이 가능한 중범죄 피의자이고 에리카 김 씨도 금융기관 허위 진술과 불법 자금 취득 지원 등으로 미국 변호사 자격이 정지됐고, 김경준 씨의 부인 이보라 씨도 횡령과 돈세탁 및 유령회사 설립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들의 주장을 검찰 수사발표와 동렬에 놓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대선에 맞춘 김 씨의 귀국과 가족의 조직적인 여론전에 정치적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며 "배후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진실도 밝혀져야 한다"고 거듭 '배후설'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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