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방상훈 사장, 조계종 총무원 사과 방문

"언론의 권력화 항상 경계…점검 기회로 삼겠다"

'신정아 사건'과 관련된 각종 추측ㆍ왜곡 보도를 문제삼으며 <조선일보> 구독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는 불교계에 <조선일보>가 무릎을 꿇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창기 편집국장 등 <조선일보> 임원진이 30일 오후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신정아 사건'과 관련된 보도로 불교계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불교신문>이 보도했다.
  
  방 사장은 이 자리에서 "언론의 권력화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스스로 점검하고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고 <불교신문>이 전했다.
  
  이날 사과방문에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강천석 주필, 김창기 편집국장, 김광일 문화부장 등이 함께 했으며, 불교계에서는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신흥사 주지 오현스님, 총무부장 원학스님, 불교신문사장 향적스님, 기획실장 승원스님, 사회부장 세영스님, 호법부장 서리 정만스님, 문화부장 수경스님 등이 배석했다.
  
  불교계 구독거부 운동 확산되자 방상훈 사장이 직접 사과
  
  이날 방 사장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은 불교계의 구독거부 운동이 쉽사리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계종은 지난 5일부터 <조선일보> 구독 거부을 시작해, 전국 2300여 사찰에 조선일보 구독거부 운동에 동참할 것으로 호소하는 현수막 게시, 가정 및 차량용 스티커 배포(80만 장), 홍보물 배포(40만 장), 서명운동(약 3만 명) 등을 벌여왔다.
  
  이날 면담 자리에서 강천석 <조선일보> 주필은 "불교가 어려울 때 열심히 도와드려야 하는데, 일부 기사가 스님과 주지스님들께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어 송구스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불교공부를 많이 했으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불교 뜻을 널리 펴는데 도움되도록 하겠다. 널리 양해해 주시고 불교를 돕는 신문이 되도록 큰 스님께서 도와 달라"고 먼저 사과했다.
  
  이에 지관스님은 "언론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라면서 "날카로운 칼도 이롭게 쓸 수 있지만, 상처를 크게 입히기도 한다. 오늘날 매스미디어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 하지만 간혹 폐를 끼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신속보도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추측과 자기의견이 덧붙여지기 때문에 잘못되는 것이다. 늘 약자를 잘 생각해 달라"고 조언하면서 사과를 받아들였다.
  
  방상훈 사장은 이어 "언론의 권력화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있으며 임직원에게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스스로 점검하고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겠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방 사장은 "언론이 길을 잘못 가지 않도록 도와주시고 언론 또한 애정을 갖도록 하겠다"며 "원장스님께서 널리 양해해주시니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총무부장 원학스님은 "구독거부운동 플래카드를 달았지만 오히려 <조선일보>를 모르는 분들에게 광고해준 셈이 됐다"고 농담을 하며 "이를 시점으로 <조선일보>를 더 관심 갖고 읽을 것이며 오늘 만남이 언론과 종단이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 사장 일행은 약 20여분간의 회동 후 기념사진을 함께 찍는 것으로 이날 방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