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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깜빡이' 켠 정동영의 앞길은?

[분석] 민노당·문국현 등 견제…현 정부와 차별화도 난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좌측 깜빡이'를 켰다.

현대건설 CEO 출신으로 경제성장을 통한 발전을 강조하고 있는 이 후보에 대항하는 '경쟁력'을 주장하려니 이 후보와 다른 '경제철학'을 내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동영 "스웨덴·아일랜드에서 배워야"

지난 18일 세계지식인 경제포럼에서 대기업의 금융업 진출과 관련된 금산분리 정책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는 재벌을 편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혀 '좌향좌'를 예고한 바 있는 정동영 후보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5대 미래가치'를 밝혔다.
▲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5대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동영 후보. ⓒ뉴시스

정 후보는 ▲행복한 가족 ▲넓고 많은 기회 ▲차별없는 성장 ▲약자·소수자의 통합 ▲한반도 평화를 자신의 5대 가치로 천명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가치에 대해선 ▲정글자본주의 ▲교육양극화 ▲재벌경제 ▲양육강식 20대 80 사회 ▲대결주의 냉전노선이라고 폄하했다.

자신의 5대 가치를 '새 가치', 이 후보의 가치를 '낡은 가치'로 대비시키면서, 정 후보는 "스웨덴에서 배울 것이 있다고 본다. 아일랜드에서 따올 것이 있으면 따와야 한다"며 북구 사회민주주의국가를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실용파'로 분류되면서 '중도개혁노선'을 표방해왔다. 기존의 정치색깔과는 현저히 다른 최근의 행보는 다분히 이명박 후보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범여권 후보단일화 대상 중 한 명인 문국현 창조한국당(가칭) 후보가 정 후보를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는 사실도 정 후보가 '어정쩡한 중도노선'에 머무를 수 없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유한킴벌리 CEO 출신인 문 후보는 일찌감치 '사람중심의 진짜 경제'를 기치로 진보적 경제정책을 내세워 이명박 후보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 '홀홀 단신'에서 지지율 3위의 후보로 도약했다.

민노당 "국민 속이려는 '분식정치'" 맹비난

하지만 정 후보의 이런 전략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당장에 정 후보보다 왼쪽에 있던 민주노동당과 문국현 후보 측의 비난과 견제가 집중될 것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선대위의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정 후보를 겨냥해 "선거 때만 되면 진보적 이념을 가져다가 자신들의 허물과 정체를 가리려는 신자유주의 투항세력의 비겁한 정치는 중단돼야 한다"며 "기업운영의 악질범죄 중 하나가 '분식회계'이듯, 정치인이 해서는 안되는 가장 나쁜 일이 자기정체성을 숨기고 국민을 속이려는 '분식정치'"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정 후보가 아무리 이명박과 자신의 차이점을 드러내려고 해도 이명박과 정동영은 신자유주의 사회 양극화의 구악과 신악 차이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며 "차별성을 강조하겠다는 정 후보의 노력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노당은 또 이날 나온 정부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 결정도 각 후보의 진보성향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겠다고 밝혔다.

박용진 대변인은 "현 정부는 지난해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병 연장안을 강행하면서 '올해 철군시키겠다'고 했던 대국민 약속도 져버렸다"며 "이번 결정에 대해 대선 후보는 자신의 입장을 내걸고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 차별성을 꾀하기 위해 '평화'를 5대 가치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선뜻 파병 연장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과 차별화' 가능할까

또 정 후보의 '좌향좌' 전략이 성공하려면 현 정권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현 정부의 '개혁성'에 대한 국민들의 점수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

현 정권과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은 여권 후보들에게는 필수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각각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선 후보의 입지가 그만큼 튼튼해야 한다.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거나, 집권자의 묵인 하에 가능하다.

불행하게도 정 후보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다. 원내 1당의 후보지만 지지율은 이명박 후보의 절반도 안 된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통일부장관을 지냈지만, 정치적으로 노 대통령과 결별한 정 후보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분노는 아직 풀리지 않은 듯 하다. 신당 후보로 확정된 직후 청와대는 정 후보가 노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21일 청와대 관계자가 "노 대통령은 정 후보를 소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한 것이 이제까지 나온 정 후보에 대한 가장 호의적인 반응이다.

더군다나 범여권 단일후보를 놓고 문국현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 등과 다시 한번 경쟁을 해야만 하는 정 후보 입장에선 현 정부와 차별화를 적극적으로 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지지와 지원은 범여권 후보로서의 '정통성'을 주장하기에 필요한 조건이다.

대선 후보 확정 후 '좌측 깜빡이'를 켠 정 후보가 잘 달릴 수 있을까? 현 정부에 대해 쏟아졌던 비판처럼 '좌측 깜빡이'만 켜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후보단일화 정국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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