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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의 남자' 이재오의 자전거 '기행(奇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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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李의 남자' 이재오의 자전거 '기행(奇行)'

<기자의 눈>이재오 위원이 진정 해야할 일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지난 추석 연휴기간 동안 한반도 대운하 예상 구간을 자전거로 둘러보는 '한반도 큰물길 자전거 탐방' 행사를 가졌다.

지난 22일부터 4박 5일간 부산 낙동강 하구인 을숙도를 출발해 경남 창녕, 경북 구미, 문경, 경기도 여주, 서울 여의나루까지 하루 평균 120여㎞, 총 563㎞을 자전거로 이동하는 강행군을 한 것. 이 행사를 마친 이 의원은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니 (한반도 대운하를) 완전히 해야 된다, 안 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오 "작은 소망이 있다면 대운하 현장의 공사감독 되는 것"

이 위원이 가족·친지들과 함께 해야할 추석 명절에 고행길을 자처한 이유는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SBS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 해야 한다"(42%), "보완 내지 수정해야 한다"(37%)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8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뿐 아니라 이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 중 상당수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 의견은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이명박의 남자' 이 위원이 직접 자전거 민심탐방에 나선 셈이다.
▲ 자전거 탐사를 마치고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도착하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과 탐사단. ⓒ뉴시스


충분히 예상된 일이지만 자전거 기행을 마친 이 위원은 "한반도 대운하를 꼭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2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자전거 탐사에 나선 이유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반대할 수 있는 특정구간만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안 된다고 선전한다"면서 "전체적으로 한 번 전 구간을 책임 있게 돌아 봐야 되기 때문에 내가 돌아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낙동강, 한강 가봐야 안다"면서 "운하도 운하지만 국토를 한번 손질한다는 차원에서 강을 정리하지 않으면 이건 오히려 앞으로 더 환경적으로 재앙이 오기가 쉽다"고 주장했다,

그는 "운하를 하면 강 양쪽을 환경적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 조경도 하고, 높은 돌도 걷어내고, 퇴적된 것 중에 불필요한 것은 걷어내고, 환경적으로 잘 된 것은 보존하고 할 것"이라면서 "한강이나 낙동강으로 들어오는 1000여 개나 되는 지천이 거의 썩었는데 이걸 한번 전부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제 작은 소망이 있다면 한반도 대운하 현장의 '공사감독'이 됐으면 하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10년이나 연구했다면서 이제와 현장 답사"?

하지만 이 위원의 고행이 이 후보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환경적·경제적 타당성 문제를 '자전거 탐사'라는 이벤트성 행사로 잠재우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해당 지역을 다니면서 현장 답사와 민심 청취에 나섰다는 것은 시민단체나 정치권의 반대에 대해 그간 "한반도 대운하는 이 후보가 10년전부터 100여 명의 전문가를 동원해 연구한 공약"이라던 말을 오히려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자전거 탐사를 마친 이 위원이 한반도 대운하를 반드시 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이유로 '수로 정비'를 들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궁색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공포스럽기 짝이 없다. 각기 다른 이유로 썩고 있는, 그래서 그 해결 방법도 조금씩 다를 법한 한강과 낙동강 주변의 1000여 개의 지천을 한번에 싹 정리하겠다는, 국토를 한번 손질해야 한다는 발상은 심히 걱정스럽다.

이는 또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단체 등에서 제기해온 대운하의 문제점에 대한 반박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간 대운하 공약과 관련해 운하 자체의 타당성, 경부운하로 물동량 전환이 가능한지, 운송시간의 경쟁력 여부, 사업비 충당, 수질오염문제와 먹는 물 대체 가능성, 관광 사업의 타당성, 사업의 경제성 등 문제가 제기됐으나, 이 후보 측은 이런 의문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답변한 적이 없다.

"토론에 나서겠다"는 약속, 이번에는 지켜질까

그나마 이번 자전거 탐사를 통해 조금 나아진 게 있다면 이 위원이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공개토론에 적극 나서겠다는 약속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공개토론에 대해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언제든지 좋다"며 흔쾌히 응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이 한때 시민단체에 먼저 "공개토론을 통해 검증하자"고 제안했던 사실을 돌이켜 볼 때, 이 위원의 약속이 지켜질 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이 후보 측은 시민단체나 정치권의 대운하에 관한 면담이나 공개토론회 제안에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지난 5일 36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07대선시민연대'가 공개토론을 요청하자 "당내에서 재검토 중"이라면서 이를 거부했다. 앞서 이 후보 측은 지난 7월에는 환경운동연합에 '운하와 관련된 각종 환경 쟁점을 두고,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국민들의 의혹을 없애자'며 먼저 공개토론회를 제안했지만 온갖 이유를 들어 토론회를 연기했다. 급기야 8월 당내 경선이 끝나자 "선대본부가 해단했습니다. 9월에 대선본부가 뜨면 다시 논의하세요"라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이 위원이 이번 자전거 탐사를 통해 진정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면, 대운하 공약에 대한 검증이 적극 나서도록 이 후보와 선대위를 적극 독려해야할 것이다. 현재 50%를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기록하고 있는 이 후보 입장에선 괜히 토론회에 나서봤자 득이 될 게 없을 것이란 계산이겠지만, 이 후보가 국가경영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상 자신의 공약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따라서 이 후보에게는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에 귀기울이고 이들을 설득할 의무가 있다. 또 이재오 위원이 이 후보를 진정 생각하는 참모라면 이 후보가 듣고 싶은 말, 원하는 행동 만을 해서는 안 된다. 이 후보가 듣기 싫은 말일지라도 필요하다면 해야만 하는 게 참모의 바른 자세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실패가 많은 부분 '독선'에서 비롯됐고, 그 배경에는 직언을 하는 참모가 없었다는 점을 한나라당은 지난 5년간 숱하게 지적해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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