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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에게 후보단일화는 '꽃놀이패'?

[분석] 윤곽 드러내는 '문국현 로드맵'...독자세력화 노려

문국현 후보(전 유한킴벌리 사장)가 5일 내년 총선까지 내다본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밝혔다.

일종의 '문국현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나리오에서 확인된 굵직한 문 후보의 행보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10월말까지 '문국현 신당' 창당, 둘째, 대통합민주신당의 본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추후 범여권 후보단일화 추진, 셋째, 대선에서 패할지라도 당을 유지해 내년 총선에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살아남겠다는 것이다.

신당 창당과 함께 문 후보는 더 이상 단기필마가 아니라 범여권의 특정 정치세력의 수장이 된다. 이 특정 세력은 범여권 내에서 지금까지 말해온 대통합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DJ가 사실상 막후에서 지휘해 온 범여권 대선판에 큰 변수가 생긴 셈이다.

특히 이날 밝힌 로드맵대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대통합민주신당과 후보단일화는 문 후보에게는 이기든, 지든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가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말 신당 창당...의원 영입 서두르지 않겠다"
▲ 문국현 후보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정치적 구상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시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 있는 자신의 대선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늦어도 10월 말까지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합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신당 창당 의사가 있음을 공공연히 밝혀왔던 그는 이날 창당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는 지난 2일 출범한 지지조직인 '창조한국'을 기반으로 창당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연휴까지는 지금처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인지도 제고에 총력을 기울인 뒤 10월 들어 신당 창당 작업을 가시화할 계획이라는 것.

신당 창당과 관련된 문 후보 발언 중 특히 주목해야할 대목은 기존 정당에 속한 정치인 영입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문 후보는 "(민주신당 의원들이) 꼭 탈당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민주신당에 있는 많은 분들이 그 안에서도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무리하게 의원 영입을 추진해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힌 개별 의원들에게 '탈당' 부담을 안기거나 민주신당의 반발을 사는 등 명분을 잃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 후보의 '여유'는 이번 대선만이 아니라 내년 총선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문 후보 측은 친노, 비노, 시민사회 출신 세력 등 다양한 정치세력이 공존하고 있는 민주신당이 대선을 전후로 와해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후보는 "민주신당은 대선을 위해 임시로 만든 급조된 정당"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전후해 떨어져 나온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문 후보가 만든 신당이 흡수하는 것은 신당이나 추후 결합하는 정치인 모두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후보단일화에 강한 의지..."연정 형태로 합쳐야"

문 후보는 이날 대통합민주신당의 본경선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범여권 후보단일화에 대해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후보단일화 가능성은 99%라고 생각한다"면서 "후보단일화를 할 때 당이 합쳐지는 경우도 있지만 연정의 형태로 합쳐지는 관행이 전 세계적"이라고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정당은 유지한 채 후보만 단일화하자는 것.

후보단일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이를 통해 문 후보가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후보단일화를 통해 자신이 단일후보가 된다면 단기필마로 출마해 범여권의 대권 후보를 걸머쥐는 엄청난 정치적 도약이 가능하다.

단일후보 자리를 내 준다고 해도 문 후보에겐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다. 단일화해서 대선에 이겨 집권하면 집권 파트너로 공동정부를 구성해 권력을 나눠 쥘 수 있고, 대선에서 패할 경우 무너지는 대통합민주신당을 '문국현 신당'으로 흡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범여권 후보단일화는 문 후보에겐 일종의 '꽃놀이패'인 셈이다.

'손학규 흔들기'...로드맵 실현 여부는 문국현 자신에

또 이날 문 후보는 범여권 1위 주자인 손학규 후보를 맹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손 후보에 대해 "민주화 운동을 하는 등 좋은 과거가 한때 있었으나 지금은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며 "많은 분들이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키며 30,40년을 살아온 삶과 정책이 상대방(이명박 후보)과 비슷한 후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그럼에도 손 후보가 선택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미래세력이 10월 말까지는 확고한 민심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손 후보에 대한 공격지점은 문 후보와 정책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천정배 후보가 민주신당 경선과정에서 손 후보를 공격했던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천 후보는 민주신당 예비경선 과정에서 손 후보의 '정체성'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었다.

이처럼 문 후보가 손 후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현재 가장 앞서 나가는 민주신당 후보의 경쟁력을 깎아내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손 후보와 명분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고 가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신당 입장에서는 밖에서 내부 경선을 흔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국현 로드맵'의 현실화 여부는 전적으로 문 후보 본인에게 달렸다. 대선주자로서의 파괴력,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서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처럼 민주신당을 압박하는 '제3후보'로 홀로서기에 성공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고 '문국현 바람'이 '미풍'으로 그칠 경우 '문국현 로드맵'은 정치권에 흔한 실패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전락할 것이다. 2002년 이맘때 쯤 주목받았던 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은 정 후보의 대선 실패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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