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盧 "한국경제, 미국이론 강한 영향 받아 걱정"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盧 "한국경제, 미국이론 강한 영향 받아 걱정"

'이정우 손들어주기'인가, 정-관계 비상한 관심

프랑스를 공식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5일 오후(한국시간 6일 새벽) 경제 정책 기조에 대해 "한국 경제가 너무 미국식 이론에 강한 영향을 받는 데 대해 약간 걱정하는 쪽"이라고 밝혀 정-관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문제 등을 놓고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이정우 대통령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간 의견 대립이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참여정부내 대표적 분배론자인 이정우 위원장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지지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유럽식 모델, 한국 사고방식.제도 속에 옮아가야"**

노 대통령은 이날 파리 시내의 르그랑 호텔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유럽의 좋은 제도나 사고도 많이 받아들여서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는, 그야말로 좋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 사회가 경쟁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이긴 사람이 다 차지하는 사회, 그것을 최상의 사회로만 가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성장 위주의 미국식 모델에 대해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미국식과 유럽식 모델을 다르게 느끼고 있다"면서 "(유럽에서도) 이제 미국식의 경쟁 우위 정책을 많이 수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면 근본적으로 어떤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두 모델의 근본적 차이를 '철학'에서 찾았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 경제의 문제로 "지난 10년 간 여러 영역에서 많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 등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유럽식 모델'이 경제 정책에 접목돼야 함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어느 경우에도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며 "아직 미흡하지만 점차 사회보장을 확대해 나가고 사회안전망을 치밀하게 증비(增備)해서 낙오하는 사람은 정부가 확실하게 책임져 나가는 정책을 더욱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유럽이 지금까지 가꿔온 여러 가지 중요한 가치에 대해 이번에 다니면서 더 공부하고 싶다"며 "프랑스 국민들이 그동안 추구해온 연대의 가치, 사회적 가치 같은 것들을 한국의 사고방식과 제도 속에 어떻게든 좀 옮길 수 있도록 여러분도 함게 노력해줬으면 하는 희망도 말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임기 마칠 때쯤이면 자기 신분 과시하는 촌스런 일 없어질 것"**

노 대통령은 이같은 패러다임 변화가 가능한 조건으로 '주류 집단의 변화'를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한국에서는 누가 주류인가"라고 질문을 제기한 뒤 "옛날에는 주류라고 하면 머리 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제나 위에 있고, 언제나 중심에 있고, 언제나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지금은 실력으로 경쟁하는 많은 새로운 세대의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새로운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류 세력.질서의 변화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사고방식이 공정한 승부를 하려고 하느냐,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려고 하느냐 그런 것이 새로운 시대의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성공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이걸 요구하고 있고 설사 어떤 집권세력이 그것을 거역하려고 하더라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무엇을 했느냐 하고 물으면 '법치(法治)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이런 흐름이 정치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법치'의 의미에 대해 "대한민국도 이제 힘의 지배, 그리고 어떤 권위와 무리한 비논리의 지배가 아니라 이젠 법과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로 간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도자 개인의 개성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제도와 규범, 그리고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이냐가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다"고 "물론 지금 이 시점에도 과거의 가치와 질서, 관행을 그대로 갖고 사는 게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의식이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는 시대로 왔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아마 제 임기를 마칠 때쯤 되면, 원칙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말하거나 혹시 '내가 누군지를 좀 알아달라'고 은근히 자기의 신분이나 지위나 무엇을 자꾸 내보이고 싶어하는 이런 촌스러운 일들은 거의 없어질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론 EU가 대안이라 결론내렸다"**

노 대통령은 또 이날 "어떻든 우리 인류역사 속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은 프랑스 혁명"이라면서 프랑스 혁명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프랑스 혁명에 대해 노 대통령은 "모든 불행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지배와 복종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어도 인류역사상 명분에 있어서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우고 성공했던 혁명이다. 2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인간은 충분히 프랑스 혁명의 이상을 충분히 다 성취하지 않지만 인류 역사 속에 가장 빛나는 업적"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 세계질서 속에서 강대국과 약소국이 있고 힘의 질서가 지배하고 아직도 곳곳에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할만한 국제적인 역량은 부족하다"고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적 견해를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국가간 질서에서 정복과 지배의 질서, 요즘에는 간섭을 통한 간접적 지배의 질서가 해소되고 여기에도 상호 존중과 협력에 의한 공존의 질서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인간이 무엇을 맞이하게 될지 알 수 없다"며 "국가간 힘겨루기가 지난 세기에 엄청난 세계적인 전쟁들을 가져왔고 인간을 불행으로 몰고 갔으나 아직 완전히 극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말하자면 인간이 스스로 과학기술 문명을 인간의 평화 공존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 소위 도덕적 통제력이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EU를 굉장히 의미 있게 보고 있고, 제 개인적으로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우리도 저리로 가자고 국민들에게도, 이웃나라에게도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