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 한 마을이 '이장의 임기' 문제를 놓고 진실공방에 휩싸였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이장 임기와 관련한 해당 마을의 정관이 개정됐는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27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이 마을 이장 A씨는 며칠 있으면 이장 임기 4년을 맞는다. 이장 임기 2년에 재선을 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번에 또 도전장을 냈고, 이장 선출에 관한 마을의 정식 절차를 밟아 이장에 당선됐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이장 후보 B씨를 비롯한 일부 주민들이 A씨의 이장 3선 도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2018년 정식 절차를 거쳐 통과된 마을 정관 제10조 '이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1회에 한해서 재임 가능하다'는 규정을 들었다.
이 정관대로라면 '재선 이장' A씨는 연임 제한에 걸려 더 이상 이장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A씨는 '이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2020년 마을의 정관이 개정됐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까? 주민들 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1회에 한해서만 연임 가능이냐, 아니냐'에 대한 정관 개정 사실 여부다. 일단 양측의 주장은 진실공방으로 치달을 만큼 팽팽히 맞선다.
이와 관련해 현 이장 A씨는 "2020년 마을 총회를 열어 이장 임기 '1회에 한해서를 '연임 가능'으로 정관을 개정한 사실이 있고, 당시 회의록과 함께 개정된 정관을 부발읍사무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이 마을 이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B씨 측은 2020년 당시 총회를 연 사실이 없고, 이장 임기에 대한 정관을 개정한 사실 또한 없다며 A씨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B씨 측은 "2020년 당시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이라 사람들이 모이지도 않았고, 법적으로도 모임을 제한했었다"며 "총회를 열어 정관을 개정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거짓 주장"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마을 대동회를 열어 단독 출마한 현 이장 A씨의 당선은 이장 선출에 관한 전 과정과 정관을 무시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A씨는 해당 마을의 추천을 받은 이장 당선인으로 관할 읍사무소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그러자 B씨 측은 이천시의 '이장 임명에 관한 조례' 제3조(이‧통장 임명) 3항 '주민 추천자 서명부는 해당 리통 전체 세대의 5분의 1 이상 연서를 받아 제출하여야 한다'는 규정으로 맞섰다.
이 마을 560여 가구 중 20% 이상에 해당하는 130여 가구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지난 26일 부발읍사무소에 이장 후보 등록을 마친 것이다. 이로써 현 이장 A씨와 이장 후보 B씨는 이천시 조례에 의한 절차로 당락을 가리게 됐다.
난감한 상황에 처해진 건 부발읍사무소다. 부발읍장은 이통장 후보자가 2명이기 때문에 덕망과 식견을 갖추고 지역사정에 밝은 5명 이상을 면접위원으로 위촉, 면접기준표에 따라 최고 점수를 얻은 사람을 이장으로 임명해야 한다.
김동호 읍장은 "한 마을에 2명이 이장 후보로 접수된 만큼 서류 검토를 거쳐 1월초쯤 면접을 실시해 가부를 가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례상 면접위원은 읍장이 위촉하며 면접위원회 위원장은 읍장이 맡는다.
"부발읍의 면접위원 결과에 따를 것이냐"는 질문에 현 이장 A씨는 "결정에 따르겠다. (하지만 낙선될 경우)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했고, 이장 후보 B씨는 "결정에 따르겠지만, 정관개정 여부에 대해선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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