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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순리(順理)와 역리(逆理)...포항시장 공천파동과 컷오프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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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순리(順理)와 역리(逆理)...포항시장 공천파동과 컷오프를 지켜보며...

국힘 경북도당 "천심을 닮은 민심을 무시하는 처사 자행..."

국민의힘 

‘불위불가성자(不爲不可成者) 양민역야(量民力也) 불구불가득자(不求不可得者) 불강민이기소오야(不彊民以基所惡也) 불처불가구자(不處不可久者) 불투취일세야(不偸取一世也’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篇) 십일경(十一經)에 나오는 말이다.

이룰 수 없는 것을 하지 않음은 백성의 힘을 헤아리는 것이고, 얻을 수 없는 것을 구하지 않음은 백성이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며, 지속할 수 없는 것을 하지 않음은 편법을 행하지 않는 것이란 뜻이다. 이는 이번 6.1지방선거 국민의힘 경북도당 공천논란의 핵심을 꿰뚫는 말이다.

지난 8일 국민의힘 포항시장 경선 결과가 발표되었다. 필자는 그동안 모든 경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 결과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선, 나쁜 공천관행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공천심사에 들어가면서부터 포항시의 현 단체장의 컷오프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 까닭을 누구도 물으려 하지 않았다. 기준은 딱 하나, 정당지지율을 감안한 개인의 지지율을 적용한 '교체지수'란 것을 적용하였다. 다른 지역이면 몰라도 전라도나 경상도처럼 텃밭 지역에서 정당지지율을 상회할 후보는 사실상 없다.

또 임기 말임을 감안하면 30~40%대의 지지율 역시 탈락될 만큼 낮은 게 아니다. 경북지역 국회의원의 지지율은 얼마나 될까를 상상해보라, 차라리 경북지역 단체장들의 평균지지율이 기준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만큼 컷오프 기준의 명분과 합리적 근거가 박약했다는 말이다.

더 심각했던 것은 도당 공관위의 월권에 가까운 행위와 본연의 역할을 무시한 공관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의 행태였다. 단체장 후보 선출을 각 시·도당에 위임한 것은 절대적 권력을 한 개인에게 쥐어준 것이 아니다.

더욱이 중앙당은 지역 공관위원장에게 자의적인 후보 결정권과 독단적인 공관위 운영권을 부여한 바가 없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현실적인 선거환경과 물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합리적 잣대로 후보를 선출하고 그 결과를 중앙당에 보고하면 그 뿐이다.

최종결정은 중앙당이 한다. 왜냐하면 ‘경북도당 포항시장 후보’가 아니라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이라면 맡은 일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상황을 그 지경으로 만들고도 기자회견을 통해 책임회피에만 급급했을 뿐, 51만 포항시민과 270만 경북도민에 대한 단 한마디 사과 조차없다.

이것은 천심을 닮은 민심을 무시하는 처사다. 부끄러움은 또 다시 포항시민의 몫이 돼버렸다.

또한, 포항지역 최초의 3선 시장 탄생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굳이 단체장 3선 연임 제한 규정의 옳고 그름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는 스스로 자문해 본다. "왜 우리는 3선 제한에만 몰두했지 3선 시장을 만들 생각은 못했는가"를...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씩 잦아들고는 있지만 그간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게다가 나라 안팎의 상황 또한 위기로 다가왔다. 그 탓인지 다들 입만 열면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살림꾼을 개인의 자질과 경험보다는 3선은 무조건 안된다는 근거 없는 잣대로 정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공정도 아니고 상식도 아니다. 그걸 강요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주의이고 시민의 주권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3선 시장은 지역과 시민의 자부심과도 직결된다. 지금까지 포항시민들은 경북 제일의 도시이면서도 여태 도지사 한번 배출을 하지 못했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하소연만 할 뿐, 거기에 도전할 만한 리더를 배출할 궁리는 하지 않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특정 후보 개인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발전과 시민들의 자긍심을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고 나아가야 한다.

이제 지역정치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항간에 공천을 두고 빅딜설까지 떠돌았다. 차마 믿고 싶지는 않다. 포항은 누가 뭐래도 경북 제일의 산업도시이며 또한 포항은 대통령을 배출하고 국회부의장까지 배출한 경북지역의 정치수도이고, 철강산업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경북지역 전체의 성장가도를 열어 온 경제수도이다.

그런 도시의 살림살이와 미래를 책임질 자리인 시장을 매관매직이나 정치야합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시민이 두려웠다면 요행과 편법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선결과는 더욱 의미가 있다. 부당한 독점적 권력에 맞선 포항시민들의 승리이다. 앞으로 누가 시장이 되든 자질 없는 정치인의 부당한 간섭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소신 있게 시정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었다.

나아가 지역 정치인과 공천을 사이에 둔 갑을관계가 아니라 지역을 위한 대등한 협력자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국민의힘 포항시장 최종후보인 이강덕 후보도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지신의 승리에 결코 도취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의지와 뜻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고, 본인 개인보다는 지역과 후대를 위한 지역민들의 선택이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선거는 이제 시작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더 진심으로 더 열정적으로 더 소신 있게 직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시민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특히, 포항시의 최초 3선 시장은 처음 도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저 세 번째 도전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초선, 재선, 3선 시장은 그 역할과 의미가 다르다.

지난 8년은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가꾸어 수확한 시간이었다. 당선되어 맞이 할 4년은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한껏 발휘해 풍요로운 행복을 일구는 새 밭을 가는 시간이다. 그렇게 최초 3선 시장을 불명예와 부끄러움이 아닌 명예와 자랑스러움의 자리로 만들 책임이 있다. 그게 시대의 사명이자 자신을 선택해 준 고향 포항에 대한 보답이다.

필자가 글을 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막연히 지난 일을 들추어내려는 게 아니다. 문제의 원인과 현상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언제든 못된 정치권력에 휘둘려 지역정치가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공천과정이 지역정치의 환경을 바꾸고 새 틀을 짜는 시원(始原)이 되리라 믿는다. 우리 모두가 꿈꾸었던 새로운 세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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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호

대구경북취재본부 오주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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