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1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이번 사건을 "엄중한 테러행위"라고 규정하며 "외교대표부에 대한 불법침입과 점거, 강탈행위는 국가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고 난폭한 국제법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북한 당국이 이같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게 된 데에는 이번 사건에 미국이 연루돼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이용, 북한 내부에서 미국과 협상 과정 중에 이 사안을 하나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테러 사건에 미 연방수사국(FBI)과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되어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데 대하여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7일 이번 사건을 일으킨 주동 세력으로 추정되는 '자유조선'은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FBI와 상호 비밀유지에 합의하고 막대한 잠재적 가치가 있는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일단 부정하고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26일(현지 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전했다.
자유조선 역시 FBI와 정보를 공유하기는 했으나 이번 사건에 "다른 정부는 개입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자유조선이 사실상 실체가 있는 조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만큼, 북한 당국이 이 조직이 더 커지기전에 이를 억누르기 위한 의도로 사안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국가정보원은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조선에 대해 "실체가 있는 조직으로, 조직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정원은 이들 조직을 '네트워크' 조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사건발생지인 에스빠냐(스페인)의 해당 당국이 사건수사를 끝까지 책임적으로 진행하여 테러분자들과 그 배후 조종자들을 국제법에 부합되게 공정하게 처리하기 바라며 그 결과를 인내성있게 기다릴 것"이라고 말하며 자유조선에 대한 스페인 당국의 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자유조선은 '천리마민방위'의 후신으로 주로 해외에 있는 탈북자들이 소속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천리마민방위는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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