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VD" 강조한 비건, 한국 정부에 '속도조절' 견제구

한미 대북 공조 이견설 속 비건 방한 주목

방한 중인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미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양국 대통령이 함께 가지고 있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데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내가 취임한 이후 한국에 벌써 4~5번 방문했다"며 "우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협력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최대한 많이 만나서 한미 양측의 빛 샐 틈 없는 공조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 측 협상 대표와 빨리 만나서 현 상황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답했다.

비건 대표가 '완전한 비핵화' 대신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 'FFVD'를 언급하며 한미 공조를 강조한 대목은 우리 정부를 향해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일리노이에서 열린 중간선거 유세에서 북미 협상과 관련해 "오래 걸린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다. 핵실험이 없는 한 (협상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상관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고 협상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 인사들도 최근 방미 중인 외교부 출입기자들을 만나 "워싱턴은 여러차례 문 대통령에게 속도를 늦추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고 말하는 등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설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는 단계적 대북 제재 완화와 비핵화 완료 후 제재 해제 입장으로 엇갈린 한미 간의 상황 인식 차이와 무관치 않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의선 철도 남북 공동조사 지연 사유와 관련해 "미국 측과 저희가 부분적으로 약간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조 장관은 "미국이 남북 사업을 반대한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미국이 남북 사업에 대북 제재 예외를 인정하는 데에 소극적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했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협상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의 회동이 지연된 데 대해 "우리는 북한과 실무 협상을 가급적이면 빨리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훈 본부장과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 21~23일 이 본부장의 방미 기간 동안 회동을 가진 이후 엿새 만에 다시 한국에서 만나는 것을 두고, 미국 측에서 북미 협상과 관련해 한국과 협의할 만큼의 변동 사항이나 긴급 사항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또 비건 대표가 명목상 한국을 방문해 한국 정부 인사들을 만나고 있지만, 실제로는 최선희 부상과의 만남을 타진해보기 위해 방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해를 넘겨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등 트럼프 정부의 북미 협상 속도조절론이 공식화되고 있어 당장 북미 간에 의미있는 물밑 접촉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비건 대표는 이날 이 본부장을 포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접견했다. 그는 30일까지의 방한 일정 동안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 등을 만나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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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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