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훈풍 타고 ARF 공동성명에 'CVID' 빠졌다

남북 외교장관 회담 불발에 강경화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한 외교장관들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담은 열리지 않았으나 강 장관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6일(이하 현지 시각) 새벽 올해 ARF 의장국인 싱가포르는 지난 4일 외교장관 회의 결과를 정리해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외교장관들은 "완전한 비핵화와 추가적인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북한에 촉구했다.

이어 성명은 지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한다며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판문점 선언과 북미 공동성명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포함,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명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재확인하면서 "몇몇 장관들은 인권 관련 문제를 포함해 다른 현안의 해결을 위해 북한과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혔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올해 의장성명에는 지난해 성명에 담겼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변화된 정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의장성명에 'CVID' 대신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등에 등장한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적시된 것도 이같은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취재진들과 만나 "'완전한 비핵화'가 우리 입장이라는 것을 문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말했지만 대다수 나라가 CVID를 말해 그렇게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CVID 표현이 포함되지 않은 데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막판 뒷심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있다.

강 장관은 또한 리용호 외무상이 남북 양자 회담을 거부한 것과 관련, "(북한은) 기본적으로 외교당국이 나설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나는) 언젠가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선언 이행조치에 대한 우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밝혔다"고 했다.

▲ 3일(현지 시각) ARF 환영 만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는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외교부

강 장관은 리 외무상과 만찬 자리에서 회동을 가졌을 때 "한반도 정세 진전 동향과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짧지만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했다"며 "진솔한 분위기에서 서로 생각을 교환하면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을 외교무대서 실현시켜 나가기 위한 기초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 외무상에 대해 "굉장히 진중한 것 같다"며 "작년에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공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번에도 ARF 회의에 참석하면서 비공식 만찬에서 말할 때 굉장히 진중하면서 내공이 깊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 외무상과 회동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었고 (북측) 공개 발언을 보시면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중국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적극 환영했다"면서 "앞으로 합의사항이 잘 이행되도록 중국도 역할을 하겠다고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 과정에 한국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9월 유엔총회 계기에 종전선언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강 장관은 "유엔총회를 중요한 계기로 본다"면서도 "총회를 넘어 다른 중요한 계기들이 있다. 그 전후로 해서 상황에 맞춰 종전선언을 연내에 이루겠다는 목표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고, 주요 협의 대상국도 잘 알고 있다. 목적 달성을 위해 협의를 긴밀히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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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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