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네스티 "북한 종업원 체류 의사, 기밀로 다뤄야"

국제 앰네스티 "직권 조사 필요하지만 12명의 인권 존중돼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6년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의 입국 과정에 대한 직권 조사를 결정한 가운데,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종업원 개인의 한국 체류 의사는 철저히 기밀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리사 타시 동아시아사무소장 명의의 서한을 조명균 통일부 장관 앞으로 발송했다고 전했다.

서한에서 앰네스티는 국가인권위의 직권 조사에 대해 "이러한 조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국제앰네스티는 그 과정에서 (종업원) 여성 12명과 지배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에는 이들과의 의사소통 및 이 문제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역시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특히 (종업원) 여성 12명의 이동의 자유 보장 및 조사 과정에서의 사생활 권리 보호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앰네스티는 이들의 의사가 보호돼야 하는 이유와 관련, 지난 2016년 종업원들이 입국한 이후 북한은 종업원들 가족 일부를 공개했다면서 "(종업원들의) 가족은 여전히 북한의 국가적 감시나 통제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한민국에 남고 싶은지 아니면 떠나고 싶은지에 대해 12명 각자의 의사가 공개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전이나 생활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앰네스티는 "정부 차원에서 재정 및 기타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을 떠나고자 하는 개인의 이동을 지원하는 것은 환영하나, 개인의 의사 및 행방은 사생활로 다뤄야 하며, 이에 관련된 정보가 국가 정부에 의해 가족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또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종업원 12명에게 여권을 발급하지 않은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면서 "한국 정부가 이들에게 여권을 발급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이분들(종업원)의 입국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것과 별개로 이분들과 가족들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는 명분을 앞세워 힘 없는 여성들을 궁지로 몰아넣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국제앰네스티 공개서한 전문

조명균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님께

2016년 4월 초 중국 닝보의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여성 12명과 지배인 남성 1명이 대한민국에 입국했던 상황과 관련해 국제앰네스티를 대표하여 의견을 전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앞서 2016년 6월 10일 국가정보원에 본 사안에 관한 서한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여성 12명이 한국 입국 당시 상황에 대해 새로운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따라, 국제앰네스티는 이들과 그 가족의 인권에 대해 일부 우려되는 점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몇 개월간 새롭게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여성 12명 중 일부는 근무 지역에서 떠날 당시 한국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조사관을 비롯한 다수의 사람에 의해 밝혀진 내용입니다. 또한, 이들이 현재 자의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도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퀸타나 조사관은 2018년 7월 10일 서울 방문 당시 기자회견에서 여러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며, 이 문제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2018년 7월 30일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조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국제앰네스티는 그 과정에서 여성 12명과 지배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이들과의 의사소통 및 이 문제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역시 포함됩니다. 특히, 여성 12명의 이동의 자유 보장 및 조사과정에서의 사생활 권리 보호가 핵심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여성 12명에게 여행 서류 발급을 거부했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이동에 제한을 두는 것이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기회를 통해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의무를 재차 강조하고자 합니다. ICCPR 12조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자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를 자유롭게 떠날 권리가 있습니다. 법적으로 예외가 명시되어 있거나, 국가 안보와 공공질서 보호 및 그 외 정당한 목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거나, 다른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러한 권리는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아야 합니다.


국가 간 이동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여권에 해당하는 적절한 서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를 떠날 자유에는 그에 필요한 여행 서류를 취득할 권리 역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대한민국 정부가 여성 12명에게 여행 서류를 발급하지 않은 법적 근거와 그러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설명해 주기를 원합니다. 이들이 원하는 국가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여권을 발급하는 것만으로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대한민국에 체류하거나 북한에 돌아가겠다는 개인의 의사 또는 선호에 관한 정보를 당사자의 사전 동의 없이 공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2016년 한국에 도착한 이후 이들의 행보는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왔습니다. 북한 역시 2016년 당시 해외 언론에 일부 여성의 가족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의 가족은 여전히 북한의 국가적 감시나 통제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한민국에 남고 싶은지 아니면 떠나고 싶은지에 대해 12명 각자의 의사가 공개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의 안전이나 생활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앰네스티는 여성 12명에게 이동의 자유와 사생활의 권리를 존중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요청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재정 및 기타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을 떠나고자 하는 개인의 이동을 지원하는 것은 환영하나, 개인의 의사 및 행방은 사생활로 다뤄야 하며, 이에 관련된 정보가 국가 정부에 의해 가족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계해야 합니다. (ICCPR 17조) 대한민국 정부는 당사자가 진정 자발적인 방식으로 명백히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이러한 정보를 비롯한 개인의 구체적인 이동 계획을 철저한 기밀로 다뤄야 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대한민국 통일부가 상기 인권 사안을 고려해, 의혹 및 오해를 해소하거나, 현 인권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8년 8월 1일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사무소장

리사 타시 (Lisa Tassi)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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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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