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자 곁을 지켜온 ‘언니의 힘’…전북형 다문화 정책 ‘365 언니 멘토단’

민선 8기 도정의 ‘현장 행정’, 결혼이민자 정착 정책으로 성과 입증

▲ 9일 전북여성가족재단에서 열린 ‘2025년 결혼이민자 365 언니 멘토단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멘토단과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선배 결혼이민자들이 후배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는 ‘365 언니 멘토단’은 전북형 다문화 정착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도


“처음엔 병원 가는 것도 무서웠어요. 전화할 사람이 없었거든요.”

결혼이민자 A씨는 한국에서의 첫 해를 이렇게 떠올렸다. 언어도, 제도도, 사람도 모두 낯설었던 시간. 국적 취득을 준비하면서 수없이 마음을 접었다 다시 세운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러다 자신과 같은 길을 먼저 걸어온 ‘언니’를 만났다. “혼자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처음 들은 날, A씨는 그제야 숨을 좀 돌릴 수 있었다고 했다.

전북에서 운영 중인 ‘365 언니 멘토단’은 이렇게 시작된 관계들로 이어지고 있다. 선배 결혼이민자들이 후배들의 일상과 행정을 함께 건너는 전북형 정착 지원 모델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9일 전북여성가족재단에서 멘토와 멘티들의 실제 이야기를 공유하는 우수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국적 취득을 함께 준비한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가 여러 차례 소개됐다. 서류 준비부터 면접 연습, 시험 당일까지 반복된 동행은 행정 절차를 넘어선 ‘생활의 동반’에 가까웠다. 어떤 멘티는 “시험보다 더 힘들었던 건 혼자라는 느낌이었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언니가 옆에 있다는 생각 하나로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65 언니 멘토단’은 2023년 시범 운영을 거쳐 현재는 멘토 80명, 멘티 240명이 활동하는 1대 3 매칭 체계로 확대됐다. 병원 동행, 주민센터 업무, 생활 통역, 정서 상담까지 지원 내용도 점점 생활 깊숙이 들어왔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버텨주는 사람’이 되어가는 구조다.

이 관계는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멘토였던 이가 또 다른 멘토를 키워내고, 멘티였던 이는 다시 누군가의 ‘언니’가 된다. 순창, 김제, 전주 등 지역 곳곳에서 비슷한 이야기들이 조용히 쌓이고 있다. 행정의 언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정착의 과정’이 사람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모델은 민선 8기 전북도의 다문화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제도 중심의 지원에서 현장과 관계 중심의 정착 정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365 언니 멘토단’은 그 상징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 결혼이민자의 삶을 생활 단위에서 바라보고, 그 곁에 사람이 서도록 한 방식이 정책의 한 축이 된 셈이다.

전북도는 앞으로도 멘토 교육을 체계화하고, 지역 가족센터 등과의 협력을 통해 멘토단 활동의 지속성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멘토 출신 이민자들이 또 다른 결혼이민자들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지역사회 안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황철호 전북도 복지여성보건국장은 “365 언니 멘토단은 행정 지원을 넘어, 결혼이민자들의 일상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누구나 차별 없이 존중받으며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365 언니 멘토단’은 행정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의 정착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멘토 개인의 헌신에 기대는 구조를 넘어서려면, 지속 가능한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따라야 한다. 전북의 다문화 정책이 ‘사례’를 넘어 ‘모델’로 자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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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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