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 장병 정신교육까지? 국방부, 계엄 전 김용현 지시로 '반국가세력' 교재 배포

국방부 "전체 24-25페이지 중 일부 내용…계엄 전 교육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아" 반박

국방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8일 전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반국가 세력을 경계하라는 내용의 교재를 전군에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계엄과는 관련 없는 교재였다고 해명했지만, 그 시점과 내용을 두고 계엄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31일 국방부 전하규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11월 25일 국방부가 육해공군과 해병대에 파워포인트 약 20장 분량의 정신교육 교재를 배포했는데, 윤 대통령이 3일 발표한 계엄 선포 담화와 동일한 '반국가세력'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는 지적에 "정신 전력 기본 교재에 보면 그러한 내용이 포함돼 있고, 장병들에게 대적관 또는 국가관을 가르치는 교육 내용 중에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 (자료를) 보니까 그것이 (계엄과) 연계돼 있다고 충분히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런 의도를 갖고 만든 교육 자료도 아니고, 또 그것이 '계엄 전에 교육이 돼야 된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지시가 내려간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30일 SBS는 '적에게 자비는 없다'는 제목 및 '오직 응징만 있을 뿐이다'라는 소제목이 명시된 자료가 국방부에 의해 전군에 배포됐다며, 이 자료에서 '반국가세력'과 관련한 페이지에는 '자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이라는 부제도 달았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남한 내부에서 암약하는 종북 이적단체 등 반국가 세력의 실체와 그들 주장의 허구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였는데,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계엄을 선포하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라는 인식과 유사하다.

또 계엄사령부가 3일 23시를 기준으로 내렸던 포고령 1호의 전문에도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방송은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 해당 교재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지시로 국방정책실이 작성해 전군에 배포했다"며 "시점과 내용이 공교롭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교재에 대해 육군 장교 A씨는 방송에 "전군이 계엄에 동요하지 않게 하려는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본다"고 했고, 다른 육군 장교 B씨는 "지상군 병력을 대대적으로 계엄에 동원하기 위해 사전에 정신교육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정신 교육, 지휘관 정신 교육 자료는 연중 지속 예하부대에 전파되고 있다"며 "'계엄 전에 이 내용을 완전히 교육해라'는 것이 아니고 12월, 또 필요하면 그 이후에도 각급 부대에서 교육하도록 돼 있다. (자료는) 북한군과 북한 정권 또는 3대 세습에 대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국가세력' 언급과 관련해 "24~25페이지 되는 분량 중의 한 페이지, 그것도 정신 교육 기본 교재에 내용이 담겨 있는 내용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며 "자료는 여러 전문기관 또는 전문가들께서 여러 내용들을 포함해서 오랜 시간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전 대변인은 "어떤 다른 의도를 가지고 내린 교육 자료라는 것처럼 보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교육 자료의 내용과 내려간 시기, 지침들을 보시면 (계엄과) 연관성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 국방부에서 계엄 8일 전 전군에 '반국가세력' 내용이 포함된 정신교육 교재를 배포했다. ⓒSBS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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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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