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아사자 속출' 두고 오락가락하는 윤석열 정부

통일부 "아사자 없다" → NSC "아사자 속출" → 통일부 "일부 지역 아사자 속출"

통일부가 대통령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후 북한 식량 상황과 관련한 평가를 바꾸면서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21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실제 북한 식량이 어떤 상황이냐는 질문에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 정보와 정황을 수집하고 관계기관 평가를 종합해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통일부는 불과 일주일 전인 15일에는 북한 식량과 관련해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식량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전반적으로 여러 신호들이 보이긴 한다"면서도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때처럼 아사자가 속출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18일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북한 식량에 대한 정부의 평가가 달라졌다. 이날 열린 NSC회의에서 상임위원회는 "북한 내 심각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의 인권과 민생을 도외시하며 대규모 열병식과 핵·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개탄한다"며 "도발을 통해 북한이 얻을 것은 국제사회의 혹독한 제재뿐"이라고 말했다.

"아사자가 속출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던 권영세 장관의 국회 답변과는 달리 NSC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통일부는 권 장관의 발언을 보충하면서 NSC의 발표와의 차이를 맞춰갔다.

20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권 장관의 발언과 북한 식량 사정에 대해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장관께서 국회에서 답변하신 내용 등은 고난의 행군 시기만큼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결국 통일부의 발표를 보면 아사자 속출이 아니라는 권영세 장관의 발언과 아사자 속출이라는 NSC 발표 간 간극을 "일부 지역 아사자 속출"로 정리한 셈이다.

그렇다면 아사자가 속출한 일부 지역은 어디냐는 질문에 21일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특정해서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속출의 기준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여러 동향과 정황을 종합해서 일부 지역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고 그것을 속출로 정리"했다며 "속출과 관련된 정황 등의 설명은 적절치 않다는 점 이해해주기 바란다"는 불분명한 답을 내놨다.

통일부가 당초 아사자 속출은 아니라고 했다가 이를 일부지역 아사자 속출로 바꾼 이유는 NSC의 판단에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NSC가 통일부의 기존 입장과 달리 북한에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힌 이유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수사인 것으로 관측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2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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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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