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식 판사, 옷 벗어라"
2019.11.29 14:37:55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기자회견
아이돌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 씨의 죽음을 두고 여성계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연인이었던 최종범 씨로부터 데이트 폭력과 불법 촬영 등의 피해를 겪었다.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끔찍한 2차 가해가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8월, 재판부는 가해자 최 씨에게 집행유예라는 가벼운 처벌을 내리면서 불법촬영 범죄에 면죄부를 주었다.

해당 판결을 내린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과거 판결이 주목받으며 사법부의 성인식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 벗어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고 구하라 씨를 비롯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죽은 여성들을 추모한다는 의미로 흰 꽃을 들었다. ⓒ프레시안(조성은)


시민단체가 "오덕식 부장판사는 자신의 판결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법복을 벗으라"고 촉구했다.

녹색당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6개 시민단체 연대체 '성적폐 카르텔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 벗어라!' 기자회견을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고 구하라 씨를 비롯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죽은 여성들을 추모한다는 의미로 흰 꽃을 들었다.

공동행동은 구 씨의 죽음을 두고 "연인이었던 가해자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으로 고통받고 또 피해 동영상을 끈질기게 검색한 대중에게 고통받았다"며 "언론에 동영상 제보 메일까지 보냈던 가해자에게 재판부는 고작 집행유예를 선고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설리와 구하라는 여성혐오의 가장 처절한 피해자"라며 "설리 부고 기사에서조차 성적 모욕의 댓글을 달던 이들이나 '구하라 동영상'을 기어코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든 이들, 여성 아이돌의 사생활을 조회수 장사를 위해 선정적으로 확대 재생산한 기자와 언론사, 애교를 집요하게 강요하고 조신한 인형처럼 굴지 않으면 태도를 문제 삼던 방송, 이윤을 위해 여성 아이돌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이 모두가 여성혐오의 가해자들이며 이 비극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의가 무너져도 끝끝내 피해자 곁에 서서 인권을 수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방기하는 법관들도 공범"이라며 "'성적폐 판사' 오덕식은 법복을 입을 자격이 있나"라고 말했다.

▲'성적폐 재판부에 여성들을 잃을 수 없다. 판사 오덕식은 옷 벗어라!' 기자회견. 정다연 녹색당 비례때표 예비후보 출마자(왼쪽 세번째)는 "오덕식은 법복 벗고 사법부는 성인지 감수성 평가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조성은)


고 구하라 씨의 재판을 담당한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재판 당시 구 씨 측에서 강하게 거부했음에도 구 씨의 영상을 봐야한다고 주장했고, 실제 영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는 '구하라 씨가 최종범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 '두 사람은 성관계를 가지는 사이였다', '구 씨가 먼저 제지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상 촬영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 부장판사의 이같은 태도와 인식은 구 씨의 사건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오 부장판사는 지난 8월 고 장자연 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오 부장판사는 무죄 선고 이유로 '생일파티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면 생일파티가 중단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성계는 "해당파티는 성접대라는 이름으로 강제추행이 이뤄지던 자리"라며 "해당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 부장판사는 또 지난 21일, 3년 간 결혼식장 바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하객을 대상으로 불법촬영 범죄를 저질러온 사진기사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나이 및 범행 전후 과정, 사회적 유대 관계 등으로 보아 재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다연 녹색당 비례대표 예비후보 출마자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여성들을 벼랑 끝으로 밀고 사법부는 벼랑 끝에 선 여성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사법부의 수많은 오덕식들은 여성들의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오덕식 판사는 피해자가 최종범에게 먼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거나 피가해자가 서로 연인이었다거나 피해자가 먼저 동거를 제안했다는 등 불법촬영 피해 사실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을 무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며 "심지어 판결문에는 성관계 장소와 횟수 따위 등 피해 사실 입증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안을 언급하기도 했다"로 말했다.

그는 "오덕식 판사는 재판 과정과 판결문으로 고인을 명백히 모욕했다"며 "재판을 받았던 피해자 이외에도 수많은 여성들이 좌절하도록, 죽음만이 해결방법이라고 여기도록 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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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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