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전진경, 제9회 구본주예술상 수상 "그림은 연대"
2019.11.22 15:28:26
"농성 천막에서 그림 그리는 것은 연대행위"

"농성 천막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같이 앉아 시간을 보내는 연대행위였다."(전진경의 '작가노트' 중)

대추리, 강정마을, 용산참사,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장기농성장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 대한민국 정치사회사의 가장 뜨거운 현장마다 화가 전진경이 있었다. 그가 제9회 구본주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구본주예술상 수상자 선정위원회는 22일 "화가 전진경은 대추리에서 강정마을과 용산 4가, 콭트콜텍 노동자들의 곁에서 함께 울고 함께 행동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시간과 공간을 포착해냈다"며 "만장일치로 제9회 구본주예술상 수상자로 화가 전진경을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선정위는 "그의 작업들이 이 시대가 처한 초자본주의의 민낯에 전위적으로 맞서 가장 먼저 상처받고 마지막 최후까지 소모되는 약자들의 처절한 거리농성 곁에서 언제나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정의와 양심을 증언해내는 용감한 시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화가 전진경은 "수상소감을 말하려니 생각이 저 멀리 자꾸만 날아가 지난 시간과 요즘의 나를 되씹게 된다. 생각들을 정리하려다 보면 어쩐지 억지 같아서 그만두게 된다. 그래도 용기를 많이 냈던 한 해였는데, 잘했다고 축하받아서 정말 기쁘다. 예술가가 예술가에게 건네는 그 응원을 깊게 느끼며 활짝 날개를 펴겠다"고 전했다. 

▲ 화가 전진경은 2017년 12월 자신에게 '코뮌'이었던 콜트콜텍 농성장 그림과 이야기를 엮어 그림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창비 펴냄)를 냈다. ⓒ창비


화가 전진경은 올해 콜트콜텍 농성 천막 3년 6개월의 기록을 그린 개인전 <변하지 않아>를 경의선 공유지.EPS에서 열었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이 오가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농성 천막은 노동자에게, 예술가에게, 연대자에게 공공의 장소였다. 주인과 손님이 따로 없고 엄숙함도 없으며 가능한 서로에게 솔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동시에 화가 자신에게 콜트콜텍 농성 천막은 "성실한 관계의 공간이었고 신뢰의 공간이었다"면서 "매주 천막에서 그림을 그렸던 이유는 이 공간이 좋았고 농성 천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나를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이 규칙적인 방문으로 나는 세상을 감각하고 나를 감각했다. 나아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어 돌아오곤 했다"고 밝혔다. 

"2019년 4월 고용주와의 협상으로 콜텍 노조의 11년 장기 농성이 마무리되었을 때, 노동자들이 비로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묘한 상실감을 느꼈다. 축하의 시간을 어색하게 보내고 있을 때 친구가 말을 했다. "콜트콜텍 농성장은 진경에게 코뮌이었구나."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나의 상실감이 이해되었다." 

화가 전진경의 개인전 제목인 "변하지 않아"는 콜트콜텍 해고자인 방종운 씨의 말이다. 그는 방 씨가 차분히 꺼내놓은 언어들을 항상 기억하고 싶었다며, "단식을 하고 있는 그에게 단순하고 막막한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명예를 존중하지 않는 세상은 "가만히 있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 무리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그를 나는 존중"하며 "그런 기개가 없는 나는 그런 이들 옆에서 그들의 에너지를 받아 먹는다"고 고백했다. 

제9회 구본주예술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4일 저녁 서울 마포구 소재 '카페 본주르'에서 열린다. 시상식은 <프레시안>과 <구본주기념사업회>가 주최한다. 


ⓒ구본주예술상운영위원회


구본주예술상운영위원회는 구본주예술상의 취지가 1)구본주의 예술정신을 동시대 예술계에서 재발견하고, 2)세대 간 소통과 공감을 확장하고, 3)자유와 평등, 노동, 평화, 인권, 생명 등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는 예술적 소통을 활성화하는 데 있음을 밝히며, 제9회 구본주예술상 수상자 선정위를 구성했다. 선정위는 그동안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삶의 사회적 실천가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추천 후보를 내었고, 추천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선정위의 집담회를 거쳐 수상자를 확정했다. 


올해는 선정위는 구본주의 리얼리즘적 형상조각론의 일관된 추구와 구본주의 삶이 행동주의적 운동가로서의 면모에 방점을 두고 수상 후보들 중에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운동가적 기질과 철학을 가진 이들을 선정하여 심사했다.

최금수 네오룩 이미지올로기연구소 소장, 황호경 신세계갤러리 관장, 이원석 작가, 손권일 작가, 박영균 작가, 김영현 지역문화진흥원 원장, 윤태권 The Ton 디렉터, 김준기 미술평론가, 전영일 작가가 선정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구본주예술상은 서른일곱 살 젊은 나이에 요절한 조각가 구본주의 작품 세계와 작품 활동을 기리고자 2011년 시작됐다.

조각가 구본주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 활동했으며, 형상미술과 리얼리즘 정신을 근간으로 인간의 문제를 다뤘다. 그는 학생미술운동 이래 현장미술 활동을 포함해 전업작가 생활을 하면서 일관되게 현실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계급성을 작업의 주요 모티프로 삼았다. 노동자, 농민, 그리고 도시의 샐러리맨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국사회의 팍팍한 현실을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흙과 나무와 쇠를 다루는 탁월한 솜씨와 탄탄한 형상화 능력을 갖췄던 그는 사회와 예술에 관한 명쾌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인간의 문제를 풀어낸 예술가다.

구본주예술상은 구본주의 예술적 성취를 바탕으로 동시대의 예술적 소통을 모색하는 장이다.

구본주예술상은 1)예술가 구본주의 작품 세계를 기리고 그 뜻을 잇는 예술인을 발굴하여 동시대의 예술지평 속에서 구본주 정신을 재발견하고, 2)한 시대의 예술적 성취를 미래세대와 공유하고자 하는 세대 간 소통을 위한 매개역할을 수행하며, 3)자유와 평등, 노동, 평화, 인권, 생명 등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는 예술의 가치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1회 송경동, 박은선 수상자를 시작으로, 제2회 이윤엽, 제3회 연영석, 제4회 임승천, 제5회 송필, 제6회 노순택, 제7회 김일란, 제8회 신유아가 구본주예술상을 수상했다.

▲ 화가 전진경의 그림책 <빈 공장의 기타 소리>(창비 펴냄)중. ⓒ창비


■ 제9회 구본주예술상 수상자 화가 전진경 소개

<개인전>
2019년 변하지 않아.EPS – 경의선 공유지.EPS
2015년 가두어야하는 나의 미친 귀염둥이 - 합정동 On-Air 갤러리
2013년 초대 개인전 <아는사람> _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2012년 스쾃 개인전 <내가 멋진걸 보여줄께> _ 부평 콜트 공장

<그룹전>
2019년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 – 아트 스페이스 풀
다시, 건너간다 – 세종문화회관
버선발 이야기 –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노회찬 1주기 추모전시 함께 꿈꾸는 세상- 전태일기념관
노동미술 2019-푸른 작업복의 노래 – 울산문화예술회관
서른한개의 평화 – 포지션민제주
황해미술제 평화로 날다 – 부평공원
원주 그림책 시즌 4 점.점 - (구)춘천지방법원
2018년 헤테로토피아 –스페이스 빔
평화를 그리다 – 인천문화예술회관
원주 그림책 시즌3 업직 - (구)원주여고 진달래관
2017년 이종교배 프로젝트 – Frees Art Space (대만)
2016년 세월호 희생자 추념전 사월의 동행 - 경기도 미술관
지극히 가벼운 추모전 –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보고싶은 얼굴 – 이한열기념관
로컬 투 로컬 -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 오픈 스페이스 배
2015년 뉴 컨템포러리 - 경기창작센터 상설 전시장
한-러 국제교류전 “한줌의 도덕 (Minima Moralia) - 이르크추크 국립미술관( Irkutsk Regional Art Museum)
아트로드 77 아트페어 - 헤이리 논밭갤러리
여기 사람이 있다 _ 서울시 시민청 갤러리
2014년 11미터 위에 서다 _ 경기대 호연관
잠수함속에 토끼 _ 부산 또끼또까 전시장
밀양을 살다 _ 갤러리 류가헌 (종로구 통의동)
아시아예술축전 _ 안산시 원곡동 만남의 광장
2014 아트쇼 부산 _ 부산 벡스코
세월호를 기다린다 _ 성미산학교, 카페 작은나무.(마포구 성산동)
2013년 유망작가 9인의 신작모음전 <生生花花> 생생화화 _ 경기도 미술관
비둘기,박씨,우렁이전 _ 룰루랄라 예술협동조합 기획전시 _ 서울 시민청 갤러리
2012년 부평구 갈산동 421-1 _ 21개의 빈공장 스쾃전시 _부평 콜트콜텍 빈공장
나를 파견하라 _ 대안미술공간 아트포럼리(부천). 벙커 원(서울 대학로)
우리시대 리얼리즘 전 _ 서울시립미술관
노마딕 레지던시 _ 러시아 바이칼 호수 _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예술>
2015~2019 콜트콜텍 농성장 ‘드로잉 데이’
2012 빈공장(콜트악기공장) 스쾃.
제주도 강정마을 생명평화대행진 설치미술
2011 제주도 강정마을 현장미술 ‘구럼비의 신’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 파업지지 현장미술 ‘엄마. 꼭 껴안아 줄게’
부산 한진중공업 현장미술 ‘해고는 살인이다’
부평 콜트콜텍 부당해고 반대 현장미술 ‘기타를 쳐라, 공장을 돌려라’
2010 부평 GM대우 해고자 복직투쟁 현장미술 ‘함께 살자’,'꽃이불‘
2009 아빠의 청춘 - 용산 참사 현장 미술
용산참사 노제 5분의 영정 그림
끝나지 않는 전시 ‘땜빵전’- 용산 레아 미술관
게릴라 망루전
<부평 대우 자동차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천막 미술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자’

<출판물>
2017년 빈 공장의 기타소리 –창비
2012년 맥을 짚어 볼까요 – 사계절

<레지던시>
2014년 경기창작센터 창작작가 레지던시

<수상경력>
2013년 민족미술상 _ 민족예술총연합회 주최
2013년 레드어워드 미술부문 수상 _ 구 진보신당 주최
2018년 레드어워드 연대상 –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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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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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