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불가' 박찬주에 황교안 리더십 '휘청'
2019.11.05 11:49:58
한국당도 '당혹'..."박찬주, 지역구 공천도 해선 안돼"
자유한국당 '인재 영입' 물망에 올랐던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예비역 대장)이 연일 논란을 자초하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자신의 '갑질' 의혹을 폭로한 인권운동가를 "삼청교육대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해당 발언에 사과할 뜻이 없다며 "극기훈련을 체험해 보라는 뜻"이라고 했다. '공관병 갑질' 논란에 대해서는 "성추행 사건같이 일방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한국당도 영입 방침을 철회하는 분위기다. 당내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영입을 주도했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국민의 관점"을 언급하며 철회를 시사했다.

박찬주, 라디오 인터뷰에서 또 '자폭'…"사과 안 한다"


박 전 사령관은 5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제가 어제 '삼청교육대' 발언을 한 것은 좀 오해가 생겼는데, 제가 불법적이고 비인권적이었던 삼청교육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극기 훈련'을 통해서, 우리 군에서 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단련을 받으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제 분노의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박 전 사령관은 "삼청교육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그 곳에서 일어났던 그런 '극기 훈련'들을 한번 체험해 봄으로써 (임 소장이)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거듭 말했다. 장관급인 4성 장군 출신 전직 군 고위관계자가, 자신을 비판한 인권운동가에게 사실상 얼차려나 기합을 줘야 한다고 말한 셈이다.

보다 못한 라디오 진행자가 "그런데 삼청교육대를 '극기 훈련'이라고 표현할 수가 있느냐"고 이의제기성 질문을 했으나 박 전 사령관은 "그걸 다 포함해서 했으니까"라며 "극기 훈련, 또는 유격 훈련. 이런 것들을 받음으로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있어야 되지 않느냐는 쪽으로 말씀을 드렸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전 사령관은 자신이 전날 발언을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저는 사과할 의사가 없다"며 "사과할 일이 아니고 해명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사령관은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임 소장이 해왔던 여러 가지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비인권적인 행동들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사과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박 전 사령관은 또 자신에 대한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해 "'감 따라'는 거 빼고 저한테 일어난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그건 따져봐야 되는 것이다. 일방적인 성추행 사건과 똑같이, 증거도 증인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인 진술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추가 논란을 자초했다. 성추행 사건 피해자들이 '일방적'인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는 왜곡된 인식이라는 비판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사령관은 한국당 입당 후 총선 도전 방침에 대해 "지금까지 한 번도 제가 한국당에 꽃가마를 태워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저는 오히려 험지에 가서 의석 하나를 더 얻어가지고 한국당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며 "인재 영입, 인재 영입 하는데 그것은 한국당에서 지금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지. 저는 그것과 무관하게 저희 지역에서 선택을 받겠다는 생각을 갖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 부글부글 "철회해야"…결국 황교안도 "국민 관점에서 판단"


논란이 진화되기는커녕 연일 커지기만 하자 한국당 내부는 들끓고 있다. 박 전 사령관 본인 을 넘어, 그의 영입을 추진한 황교안 대표까지 성토 대상이 되는 분위기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사령관에 대한 당내 분위기를 묻자 "보류를 넘어서 철회할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신 의원은 특히 박 전 사령관의 이날 라디오 인터뷰 내용에 대해 "지금 들어보니까 그 분은 군에 오래 계셨던 분이라, 국민과 소통·공감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요건인 정치인으로서는 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민 공감적 인식이 상당히 준비가 안 돼 있는 분이다. 정치판에 들어오시기에는 적절치 않다"고까지 했다.

신 의원은 "이번 인재 영입이 황교안 대표 체계에서 처음 하는 거라서 상당히 좀 미숙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이번 인재 영입에서 보듯이, 몇 사람이 당을 다 좌지우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체계에 따라서, 또 의원총회와 당원들도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정당이 될 것"이라고 황 대표의 리더십까지 겨냥했다.

앞서 조경태 최고위원과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등 당 지도부 내에서도 박 전 사령관 영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김 원장은 이날도 SNS에 쓴 글에서 "당은 박 전 사령관을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 공천도 해서는 안 된다. 왜곡된 역사인식과 편협한 엘리트주의는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국민들에게 선택받을 수도 없다"며 "박 전 사령관 영입 논란이 새롭고 훌륭한 인재 영입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당 지도부는 조속히 이 사안을 종식시키기 바란다"고 했다.

김 원장은 "저는 지난달 31일 '일단 1차 발표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그래도 당의 판단능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안도할 만한 대목이 아닌가. 지역구로 출마하면 지역 유권자에 의해서 선택을 받는 것이니 본인 뜻으로 지역구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하는 것은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지만, '공관병 갑질' 논란을 넘어 '삼청교육대' 등 발언을 듣고는 송구스럽지만 제 입장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결국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전 사령관 영입을 계속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국민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며 사실상 철회를 시사했다.

황 대표는 지난달 31일 1차 인재영입 발표 명단에서 박 전 사령관을 배제한 직후까지만 해도 "정말 귀한 분"이라며 영입을 강행할 의사를 비쳤으나, 전날 오전에는 "국민이 우려하는 바가 있으니까 잘 살피겠다. 그러나 우리 한국당의 인재 영입은 계속된다"고 말해 다소 결이 다른 반응을 보였다. '삼청교육대' 발언이 알려진 전날 오후에는 "자세한 내용은 좀 알아봐야겠다"고만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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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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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