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명이 경찰에 의해 죽는 미국..."경찰이 이 여성을 죽였다"
2019.10.14 18:19:44
집에서 조카와 게임하다 경찰 총에 죽은 28세 흑인 여성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28세의 흑인여성이 자기 집에서 백인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복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희생자인 아타티아나 제퍼슨은 12일 새벽 2시 25분쯤 자신의 집 침실에서 여덟살 난 조카와 비디오게임을 하다가 경찰의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 토요일 새벽 조카와 게임하던 20대 여성에게 총격


경찰은 새벽까지 집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제퍼슨과 조카의 안전을 걱정해 신고한 옆집 남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신고를 한 제임스 스미스(62)는 "긴급 신고 전화번호인 911이 아닌 311로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311은 응급 상황 외 신고 번호로 도로 보수 등 각종 민원을 접수 받아 처리하는 번호다. 경찰이 과잉대응했다는 정황 증거 중 하나로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경찰이 출동 당시 몸에 장착하고 있던 바디캠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제퍼슨의 침실 창문 뒤에서 "손 들어. 내게 손을 보여라"고 두 번 소리친 뒤 바로 총을 쏘았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총을 쏘기 전 제퍼슨에게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도 밝히지 않았다. 경찰은 제퍼슨의 집에서 총을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제퍼슨은 총을 들고 있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총이 어디에 있었으며, 경찰관들에게 보였는지에 대한 추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텍사스는 거의 제한 없이 민간인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복스>에 따르면, 12일 이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이클 벨 목사는 "포트워스 경찰이 이 여성을 살해했다. 그들은 이 여성을 자신의 집에서 살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 우리는 의지할 곳이 없다. 우리가 경찰을 부르면 그들이 와서 우리를 죽일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고 경찰의 인종적 편견에 대해 비판했다.

경찰에 신고한 이웃 스미스도 "내가 경찰에 전화를 걸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을 것"이라며 "내 탓도 있다"고 자책하면서 경찰의 조치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사건이 지난해 텍사스 댈러스에서 자신의 아파트 거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백인 여성 경찰관 앰버 가이거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남성 보탐 진의 사건과 유사하다고 보도했다. 가이거는 당시 아파트 층수를 착각해 보탐 진의 집을 자신의 집으로 잘못 알고 들어간 뒤 진을 침입자라고 생각하고 총을 쏘았고, 진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진의 사건을 맡고 있는 리 메리트 변호사가 이번 제퍼슨 사건도 맡기로 했는데, 메리트 변호사는 제퍼슨 사건이 흑인들이 자신의 집에서도 안전하게 살 수 없다는 또 다른 예라고 말하면서 "이건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메리트 변호사는 총격이 있기 전 제퍼슨은 조카와 비디오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제퍼슨 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상상할 수 없고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경찰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싸울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제퍼슨의 언니는 "정의가 구현되기를 바라지만, 정의가 내 여동생을 다시 데려오지는 않는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2015년 994명, 2016년 962명, 2017년 986명, 2018년 992명...경찰에 살해된 사람들


<워싱턴포스트>의 '치명적인 공권력(fatal force)' 데이터베이스(바로가기)에 따르면, 미국에서 2019년 초부터 현재까지 경찰에 의해 689명이 살해됐다. 이 중에서 여성이 32명이며, 4명이 흑인 여성이었다. 제퍼슨을 포함해 388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으며, 122명이 칼로 살해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매년 거의 1000명의 민간인이 경찰에 의해 살해된다. 2018년엔 992명(여성 52명, 사용된 무기가 총인 경우는 551명, 칼은 183명), 2017년엔 980명(여성 45명, 총기 577명, 칼 156명), 2016년 962명(여성 40명, 총기 520명, 칼 172명), 2015년 994명(여성 42명, 총기 포함 살상 무기 880명) 등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숫자가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찰에 의한 사망 사고가 매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제퍼슨. ⓒ<복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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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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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