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노딜…한미 '군사훈련 중단' 공동 선언해야
2019.10.07 14:34:27
[정욱식 칼럼] '스톡홀름 노딜'의 원인과 해법 (상)
5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간의 실무회담이 또다시 '노딜'로 끝나고 말았다. 회담 결렬 직후 북한은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갔다고 반박했다. 또한 미국은 스웨덴 외교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2주 내에 회담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주장했고, 북한은 이에 동의한 바 없다며 "올해 안"을 시한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이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비난한 반면에, 미국은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회담 결과를 두고 북미 간에 상당한 온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들이다.

북미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고, 또한 회담 내용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어 '스톡홀름 노딜'의 원인을 파악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금까지의 실망감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시험발사 유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해 일부 송환 등 초기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은 오히려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안 한다던 한미 연합 군사 훈련도 재개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현재 및 미래에 대한 불만이다. 대북 안전보장과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미국 대표단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네 가지 기둥을 각기 진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제안을 제시했다"고 반박했다.

▲ 북미 실무협상의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 시각) 실무회담이 마무리된 이후 주스웨덴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 가지 기둥"에 제재 해결은 여전히 "예외"?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북미 간의 동상이몽이다. 미국이 밝힌 "네 가지 기둥"이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을 일컫는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와 판문점에서 약속한 한미군사훈련 중단도 포함되며 이에 따라 당연히 이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트럼프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하고 말았다. 이번에도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을 것이고, 미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대북 제재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네 가지 기둥"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킬 의사가 있다고 하면서도 대북 제재 완화·해제는 "예외"라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미국이 이러한 입장을 스톡홀름에서 계속 고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트럼프가 최근 "제재는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힌 것이나 북한이 "생존권과 발전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 것에 비춰볼 때, 미국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미회담 재개 여부는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미국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는 트럼프가 약속한 한미군사훈련 중단의 이행이고, 또 하나는 대북 제재 완화·해제도 "동시적·병행적 조치"에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이다. 후자의 문제는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먼저 한미 군사 훈련 문제를 살펴보자.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군사 훈련 중단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이건 미국 대통령의 약속 사항이고 또한 북한의 초기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의 의미를 품고 있다. 신뢰는 약속한 바를 성실히 이행할 때 제대로 구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실패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기실 2018년부터 시작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쌍중단'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2019년 들어서는 '축소된 형태의 쌍재개'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미 양국은 축소된 형태로 군사 훈련을 재개했고,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에 이어 최근에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트럼프의 약속을 이행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쌍중단'을 되살릴 것인지, 아니면 그 약속을 없었던 일인 것처럼 군사훈련을 강행함으로써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재개에 빌미를 줄 것인지 말이다.

미국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공개적으로 말한 적은 딱 두 번 있었다. 한번은 1992년 1월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통해 '팀 스피릿'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그해 10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 약속을 번복하고 훈련 재개를 발표하고 말았다. 만약 한미 양국이 당시 약속을 지켰다면, 북핵 문제는 진즉에 해결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 한 번은 트럼프에 의해 이뤄졌다. 작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또한 올해 6월 판문점 회동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서 재차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실패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전임 대통령들이 실패한 길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두 차례나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문제야말로 한미간의 '톱다운' 방식이 필요하다. 한미 정상들이 전화 통화를 통해 군사 훈련 중단에 먼저 합의하고 이를 한미 국방장관들로 하여금 공식 발표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한미 양국 군부의 저항과 반발에 있었다. 이에 따라 최고 군통수권자로서 양국 정상들의 확실한 지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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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정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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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