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촛불 밝힐 곳 생각하다 희망버스 탔습니다"
2019.10.05 22:56:38
[현장] '톨게이트 희망버스' 1500명, 도로공사 본사에서 문화제 진행

"금천구에서 생활 쓰레기를 청소하는 노동자입니다. 민간 위탁업체에 간접고용되어 있습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싸움이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진짜 촛불이 밝혀질 곳이 어디인지 생각하다가 오늘 이 버스를 타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톨게이트 희망버스에서 참가자들이 서로 소개하는 시간. 미화원, 요양사, 사회복지사, 통신정비원, 건설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자신을 비정규직 노동자, 혹은 저임금 노동자라고 소개했다.

5일 광주·전남, 대구·경북, 부산, 서울, 충남, 충북 등 전국 각지에서 1500여 명의 시민이 톨게이트요금수납노동자직접고용과자회사정책폐기를위한시민사회공동대책위가 주관한 톨게이트 희망버스에 올랐다.


이날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고공 농성을 진행하던 마지막 요금수납원 6명은 서울발 희망버스의 도착과 함께 98일 만에 처음 땅으로 내려왔다. 희망버스는 캐노피에서 내려온 고공 농성자를 태우고 한국도로공사 김천 본사로 갔다. 고공 농성자 6명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도움에 힘입어 경찰의 저지를 뚫고 도로공사 본사 농성에 합류했다.

▲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희망 보따리를 전달하겠다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고공 농성자 6명, 98일만에 땅을 밟다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희망버스 중 하나인 서울발 희망버스 3대는 낮 12시경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 도착했다. 1시간여 뒤 고공 농성자 6명이 건설노조가 제공한 사다리차를 타고 땅으로 내려왔다. 캐노피 아래에서 기다리던 요금수납원들은 고공 농성자들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눈물지었다.

98일만에 땅을 밟은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은 "본사 점거가 시작된 이후 도로공사가 사다리차도 제공 안 해줘 의료 검진도 못 받았는데 내려간다고 하니 사다리차를 준다고 하더라"며 "그 차를 탈 수 없어 건설노조가 제공한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도 지부장은 "98일의 캐노피 고공농성에 상징성이 있어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하지만 끝장을 보기 위해, 결단을 내기 위해 김천에 집중하기로 했고, 어디에서 싸우는가보다 어떻게 싸우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캐노피에서 내려온 이유를 밝혔다.

도 지부장은 희망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에게 "내려와서 직접 뵙게 되어 너무 반갑다"며 "1500명이 직접고용 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니 지지와 응원을 멈추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짧게 입장을 발표한 고공 농성자들은 곧바로 희망버스를 타고 도로공사 본사로 향했다.

▲ 98일의 고공 농성 끝에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내려오고 있는 요금수납원들. ⓒ프레시안(최용락)


고공 농성자 6명이 도로공사 본사 농성에 합류하기까지

오후 5시경 전국 각지에서 모인 희망버스 참가자 1500여 명이 도로공사 본사에 도착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건물 안에서 농성 중인 250여 명의 요금수납원에게 대표단을 통해 티셔츠, 양말, 초코바, 수건, 핸드폰 거치대, 마스크 등을 담은 희망보따리를 전달하고, 고공 농성자들을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려했다. 


경찰은 이를 불허했다. 이전에도 경찰은 물품과 사람의 도로공사 본사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결국 경찰과 희망버스 참가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30여분에 걸친 실랑이 끝에 경찰 저지선이 뚫리며 대표단 일부와 고공 농성자 6명이 도로공사 본사 안으로 진입했다.

그렇게 희망 보따리를 전달한 희망버스 대표단은 1시간여 뒤 도로공사 본사 밖으로 나왔다. 고공 농성자 6명은 본사에서 농성 중인 250여 명의 요금수납원과 98일 만에 얼굴을 마주했고, 도로공사 본사 농성을 함께하기로 했다. 도로공사 본사 후문의 창 너머로 보이는 요금수납원들은 하나같이 울고 있었다.

▲ 도로공사 본사 안에서 마주선 희망버스 참가자 대표단과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 ⓒ민주노총


"여러분이 끝까지 우리를 응원하면 이길 수 있다"

희망 보따리 전달 이후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본사 밖에서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과 함께 문화제를 진행했다.

본사 진입에 성공한 대표단 중 한 명인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들어가자마자 울음바다가 됐다"며 "이 땅의 억압받는 노동자가 진정 주인으로 살 수 있는 길을 향해 그 눈물을 닦고, 함께 하시는, 정말 고마운 모든 동지들과 함께 직접고용되는 그날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희망버스 참가자이자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밝힌 유남균 씨는 "요금수납원 한분 한분과 악수를 하고 눈을 마주칠 때 말로 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며 "꼭 끝까지 함께 싸워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희망버스 참가자인 이종란 노무사는 "희망버스에 오지 않는 많은 분도 비정규직의 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며 "다함께 승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본사에서 27일째 농성 중인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희망버스를 타고 온 분들, 캐노피에서 내려온 동지들이 너무나 큰 힘이 된다"며 "여러분이 끝까지 지켜보고 우리를 응원하면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톨게이트 희망버스는 다른 투쟁 현장을 찾기도 했다. 서울발 희망버스가 출발한 장소는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용노동부의 제대로 된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촉구하며 천막 농성 중인 서울고용노동청이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서울톨게이트로 향하기 전 노동조합을 만들려했다는 이유로 삼성에서 해고된 김용희 씨가 복직을 요구하며 18일째 고공 농성 중인 강남역 철탑에 들러 짧은 집회를 열었다.


▲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직접고용 쟁취"라고 적힌 커다란 걸개그림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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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
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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