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아담 크랩서의 첫 재판이 열렸다
2019.08.13 14:38:36
법정 가득 메운 입양인들 "대한민국과 홀트 책임져야"

'추방 입양인' 아담 크랩서가 한국 정부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첫번째 기일이 13일 열렸다.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기일에 원고 측은 아담 크랩서와 소송대리인단의 김수정, 소라미, 이진애, 강정은, 마한얼, 서채완, 서희원, 신수경, 엄선희 변호사가 참석했다. 피고 측에서는 홀트를 대리하는 변호사와 대한민국 정부를 대리하는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참석했다.

"원고의 국적 미취득, 입양기관과 정부의 책임"

원고 측 김수정 변호사는 구두변론을 통해 원고가 국제입양을 보내지는 과정에서 입양기관이 저지른 잘못 3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홀트는 원고가 고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친모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친모가 없는 기아로 신고하고 기아호적을 창설해 국제입양을 보냈다. 이처럼 허위로 기아호적을 창설하는 행위는 국제입양 과정에서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관행'적으로 입양기관이 정부의 묵인 하에 해왔다.

둘째, 홀트는 입양 보낼 당시 원고의 법적 후견이었는데 입양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후 원고가 입양부모로부터 파양, 신체적·정신적 학대와 폭력 등에 시달렸는데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았다.

셋째, 입양 후 사후 관리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원고가 입양 아동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권 확보의 문제는 국적 취득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과 연관된 문제다. 원고가 미국으로 입양됐으나 국적 취득을 하지 못한 것은 입양기관이 자신들의 법적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김수정 변호사는 이어 피고 '대한민국'의 잘못에 대해선 첫 째, 입양기관인 홀트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국적 취득 문제에 대해선 정부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적 취득을 확인하고 추방의 위기에 처했을 때 이에 대해 대응했어야 하는데 이런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로는 국제입양에 있어 '대리입양'이라는 유례가 없는 방식의 입양을 제도화한 것을 문제 삼았다. '대리입양'은 국제입양 과정에서 입양부모가 입양 대상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입양 대상 아동 국가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도 입양이 가능하도록 모든 과정을 입양기관이 대리할 수 있다. 한국의 국제입양에서 '대리입양'은 2013년 가정법원의 입양허가제가 도입되고 나서야 사라졌다.

세 번로 국제입양을 통한 이윤 추구는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행위인데, 한국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한 아이 당 상당한 수준의 입양 수수료(2009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을 상회하는 수준)를 입양알선기관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홀트 측 "위법행위 있더라도 소멸시효 완료", 대한민국 "국제입양 제도 위헌 아니다"

한편, 피고 측 변호사도 구두변론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홀트 쪽 변호사는 "당시 시대상황을 볼때 홀트의 행위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이를 살리기 위한 것이지 이윤을 우선으로 하는 행위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원고의 개인적 상처에 대해선 홀트에서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추방 이후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상처가 홀트의 위법 행위 탓은 아니며, 이런 개인적인 손해와 홀트의 행위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설사 홀트가 당시 위법행위를 했다하더라도 이미 법적 소멸시효가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 측 변호사는 "원고 측은 국제입양제도 자체가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하는데 위헌적인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정을 가득 메운 입양인들 "홀트는 책임져라",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져라"

한편, 이날 재판엔 30여 명의 해외입양인들이 방청했다. 이번 소송은 해외입양인이 입양기관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첫 번째 소송이라는 점에서 입양인들은 매우 높은 관심과 열의를 보였다. 재판이 끝난 뒤 법원 2층 복도에서 입양인들과 소송대리인단이 잠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들은 소송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을 질문하기도 했다.

아담 크랩서 씨는 방청하러 온 입양인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이 소송은 내 개인 소송이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와 연관된 것임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원고 측 소송 대리인단은 "원고, 피고 모두 입증 자료를 모으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음 기일은 아마도 해를 넘기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 8월 13일 아담 크랩서의 첫 재판 기일에 참석한 입양인들. 이들은 "홀트는 책임져라", "대한민국은 책임져라", "모든 입양인의 정의를 위하여"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프레시안(전홍기혜)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