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보다 많은 돈을 쏟아 붓다
2019.08.13 08:08:17
[함께 사는 길]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하면 국가 균형발전이 가능한가
문재인 정부는 올 초 재정규모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을 넘어서는 2019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연구개발비(R&D) 투자 등 지역전략산업 육성에 3.6조 원, 도로·철도 등 지역산업 인프라 확충에 5.7조 원, 광역교통물류망 구축사업에 10.9조 원, 지역주민 삶의 질 개선에 4조 원 등 네 가지 중점사업에 총 24조1000억 원이 소요된다.

대부분 굵직한 토목사업이고, 모두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게 된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이 투여되는 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손쉽게 면제해 줌으로써 혈세 낭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대규모 토목사업 중심의 지역뉴딜은 다양한 환경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북한강과 남이섬 옆을 가로지르는 제2경춘국도 가상도. ⓒ제2경춘국도합리적공공성확보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경제적 타당성 낮은 사업 강행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발전사업은 오히려 지역경제를 발목 잡는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국가재정법에서 예비타당성조사는 대규모 재정투입이 예상되는 신규사업에 대해 국가가 경제성과 재원조달 방법 등을 면밀히 사전에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다.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사업 등이 그 대상이다. 이 제도는 경제성이 낮은 사업의 무리한 추진을 방지하고 예기치 않은 사업비 증액이나 빈번한 사업계획 변경으로 재정운영이 불확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999년 도입됐다.

이번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사업 추진의 적합성을 살피는 예타제도의 취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대구시 산업선 철도는 2016년 6월부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되어 비용편인분석이 낮게 나온 사업이다. 또 강원도의 제천-영월 간 고속도로사업은 지난해 1분기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한 바 있다. 최소한의 경제성 검토도 거치지 않고 진행하는 사업들의 결과는 비관적이다. 대규모 국가재정이 투입된 정책의 실패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에 민간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각종 재정지원확대, 이용요금인상 등의 특혜를 줄 수밖에 없다. 결국 민간업체에 막대한 세금을 퍼줄 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가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지역 민원에 대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 전형적인 대규모 토건사업 각종 환경파괴 우려

총 24조 원 규모의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는 대부분 토목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10조9000억 원이 소요되는 교통·물류망 구축사업은 남부내륙철도 4조7000억 원, 평택-오송 복선화 3조1000억 원, 충북 청주-제천 간 충북선 철도 고속화 1조5000억 원, 경기 남양주-강원 춘천 간 제2경춘국도 9000억 원으로 집행된다. 5조7000억 원이 드는 도로·철도 인프라 확충사업은 대구국가산단을 서대구역에서 잇는 대구산업선 철도 1조1000억 원, 울산 외곽순환도로 1조 원, 서남해안 관광도로 1조 원, 당진항과 석문산업단지를 잇는 인입철도 9000억 원,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 8000억 원, 세종-청주 고속도로 8000억 원, 영종도와 웅진 신도를 잇는 남북평화도로 1000억 원, 그리고 전북권 거점 공항인 군산공항을 새만금으로 확장 이전하는 새만금국제공항사업 8000억 원 등이다. 주민 삶의 질 개선 목적으로 진행하는 사업 중에도 국도 위험 구간 개선 1조2000억 원, 도봉산 포천선 1조 원,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7000억 원) 등의 도로 건설사업이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 등 산업육성 목적사업에도 광주 인공지능 산업단지 조성 4000억 원, 전남 수산식품 수출단지 1000억 원 등이 포함된다.

이 사업들은 올 상반기 중에 사업시행을 전제로 사업비 적정성, 추가 대안 등을 검토하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거친다. 정부는 철도·도로는 철도 기본계획 수립, 고속도로 기본조사 설계, 일반 국도 신구사업 조사 설계 등은 올해 연내 예산으로 추진하고, 공항건설, R&D 등은 내년에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대해서 철저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될지 의문스럽다. 토목사업의 특성상 환경파괴를 피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예견되고 있다. 첫 번째 우려가 남이섬에서 제기되었다.

남양주 화도읍 금남리에서 춘천시 서면 당림리까지 전체 4차로, 총연장 32.9킬로미터의 제2경춘국도가 전액 국고로 건설된다. 기존 교통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를 기준으로 50분에서 25분으로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남이섬의 유일한 진출입 수단인 선착장 위로 교량이 지나가게 될 예정이다. 남이섬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류관광지로서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훼손될 것이며, 나아가 남이섬을 찾는 관광객들의 선박 이용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사업 영향을 받는 직접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 계획 수립 등의 진행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제2경춘선, 합리적인 공공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정부의 국가균형프로젝트 사업 중 경춘선 사업에서 문제가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다. 연평균 600여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이동하는 수역에서 교량 건설에 대한 안전성 문제, 북한강, 자라섬, 남이섬이 가지고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의 경관 가치 훼손 문제, 천연기념물 올빼미, 솔부엉이, 큰소쩍새 오색딱따구리 외에도 다양한 조류들이 서식하는 남이섬 일대에 대한 생태계 파괴 우려, 대표 관광상품인 짚와이어 폐쇄 등의 문제점들이 제기되었다.

▲ 지난 7월 5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제2경춘국도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함께사는길(이성수)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재검토해야

정부는 기존의 토목사업을 그대로 답습하는 국가균형발전사업 추진을 재검토해야 한다. 지역민원 해소 차원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사업들에 대해 정책 평가로 사업추진을 결정했다. 시작부터 잘못된 단추를 끼운 셈이다. 예산 낭비, 환경 파괴,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정치적 목적이 고려된 개발 정책으로 진행된 대규모 국책사업들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과 상관없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토목사업자들의 한바탕 잔치로 끝나 버리는 상황을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토목사업 중심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그야말로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는 시행착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국가균형발전은 다 같이 잘사는 상생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역의 힘으로 이룰 수 있도록 지역의 역량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지역사회도 국고에서 지원되는 사업으로 무조건해야 한다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검증하고,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사업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진지한 의견 수렴을 통해 꼭 진행해야 할 사업과 폐기할 사업을 다시 조정하여 환경 파괴, 혈세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baekms@kfem.or.kr 다른 글 보기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