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북한 군가를 만든 한국 사람 이야기
2019.06.25 08:47:52
[최재천의 책갈피] <옌안송>
"아버지는 중국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조선인이었지요. 그것도 음악으로 싸웠어요, 노래로... 중국과 북한 두 나라의 공식 군가를 만드셨는데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죠." (정율성의 딸 정소제)

정율성이 작곡한 <팔로군 대합창>은 <팔로군가>, <팔로군 행진곡>, <유쾌한 팔로군>, <자양강병사의 노래>, <기병가>, <포병가>, <군대와 인민은 한 집안식구>, <팔로군과 신사군> 총 여덟 곡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그중에서 제일 알려진 곡이 <팔로군 행진곡>이었는데, 이 곡이 중국 중앙 군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중국인민해방군’ 군가로 결정됐다.

책의 제목인 중국의 국민가요 <옌안송>을 작곡한 이도 정율성.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나 옌안 등 중국 대륙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그는 일제가 패망한 이후 한반도 북부에서 생활하다 중국으로 되돌아갔고,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 의열단 100주년을 맞이하여 작가 박건웅이 그래픽 노블로 정율성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헤이룽장성 하얼빈에 가면 정율성 기념관이 있다. 수년 전 정율성 기념관을 방문하고 난 어느 여름밤. 하얼빈 중앙 거리의 노천 생맥주집을 찾게 됐다. 전통의 하얼빈 맥주와 양꼬치구이를 파는 곳이다. 길거리에 줄지어 선 주점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생맥주 한 잔을 부딪치는 곳. 

누군가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 대륙에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에 대한 슬픔과 쓰라림. 다 함께 <선구자>를 합창했다. 그때가 주말이었을 게다. 근처에서 술을 마시던 중국인민해방군 몇 사람이 다가왔다. "무슨 노래냐. 장엄하다." "중국 땅에서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한반도의 선구자들을 기리는 노래다." "한국에서 왔느냐." "인민해방군 군가를 함께 부르자." "샹치엔(向前)! 샹치엔(向前)!/우리들의 대오는 태양을 향한다./조국의 대지를 밟으며 민족의 희망을 싣고서." 나중엔 그저 함께 "샹치엔 샹치엔"했다.

재작년일까. 하얼빈에서 세미나를 마치고 뒤풀이가 열렸다. <선구자>를 불렀다. 누군가 이어받아야만 했을 때, 영남대 김태일 교수가 '정율성이 가장 좋아했던 노래가 뭔줄 아느냐'물었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그랬다. 정율성은 독립운동 내내 이 노래를 불렀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정소제는 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메기의 추억>을 듣는다.

▲ <옌안송>(박건웅 지음) ⓒ우리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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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