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역사공정? 친일세력의 피해망상!"
2019.04.30 10:14:22
[프레시안 人스타 ] 오창익 국가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장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 정통성을 훼손시키려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상적 편향성을 가지고 사상전을 벌이는 것이다. 보훈처는 그 사상전의 첨병이다. 우리는 이를 '좌파 역사공정(歷史工程)'이라고 부른다."

자유한국당의 김종석 의원이 최근 월간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김원봉 서훈 논란, 손혜원 의원 부친 독립유공자 특혜 논란 등을 한국당에서 적극적으로 정치 쟁점화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사상전을 벌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혁,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법 등과 관련된 '패스트트랙' 정국에 문재인 정부는 "좌파 독재"라며 "결사 항전"을 외치며 장외 투쟁에 나선 것도 이런 이데올로기 공세의 연장 선상이다.

이 같은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오창익 국가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 위원장(인권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한국당 등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전부 보훈혁신위에서 건의한 내용"이라며 "역대 정부에서는 보훈처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하기도 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보훈처 개혁' 핵심은 정치적 정파성에서 벗어나 역사를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진영은 이를 '전쟁'으로 표현하며 이념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위원장은 "사상전", "이념 전쟁"은 오히려 자유한국당-태극기부대-조선일보의 "삼각동맹"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향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지난 26일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지난 1월 국가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오창익 위원장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짜 김일성' 주장하던 자유한국당이


프레시안 : '김원봉 서훈' 논란이 뜨겁다. 보수진영은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은 찬성(50%)이 반대(33%)보다 높다.

오창익 : '김원봉 서훈'은 서훈법상 문제가 없다. 국가보훈처 자문기구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는 지난 2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김원봉 등 독립유공자로 평가돼야 할 독립운동가들에게 적정 서훈을 함으로써 국가적 자부심을 고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고 권고했다.

현실적인 문제는 상훈법이다. 상훈법 제 8조 '서훈 취소 사유' 조항을 보면, 적대지역(북한)으로 넘어간 사람은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국가보훈처의 고민은 김원봉에게 서훈할 수 있지만, 상훈법에 따라 이를 다시 취소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독립 유공자 인정 여부에 있어 해방 후 북한으로 넘어가 북한 정권의 요직을 지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학교에서 개근상과 우등상을 준다고 할 때 개근상은 개근할 때 주는 상이고, 우등상은 성적이 우수하면 주는 상이다. 그런데 개근한 학생이 성적이 형편없다고 개근상을 못 주겠다고 한다면, 합당한가? 개근상과 우등상은 별개의 상이다. 마찬가지로 '독립 유공자냐, 아니냐'의 문제와 '해방 전후 북한과 어떤 관계였느냐'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어찌 됐든 현재 상훈법상 문제 소지가 있는 것 아닌가. 심지어 자유한국당은 '김원봉 서훈'을 '김일성 훈장'과 비교하고, 김원봉을 조명한 드라마의 방송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오창익 : 상훈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다. 헌법 전문(前文)에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나와 있다. 북한으로 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에 포함시켜야 한다.

자유한국당에서 '김원봉 서훈'과 '김일성 서훈'을 동급으로 취급하는 것 역시 김일성이 독립운동의 공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그동안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북한의 김일성을 '가짜 김일성'이라고 하더니, 피우진 보훈처장의 "김원봉 서훈 가능성" 언급에 "김일성에게도 훈장을 줘야 하나"고 되물었다. 독특한 논리다.

프레시안 : 자유한국당은 또 손혜원 의원 부친(손용우)에 대한 '독립유공자 선정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오창익 : 국회의원이 정부 부처 장관이나 관료를 만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보훈처는 매우 작은 부처지만, 여야 의원들이 제기한 진정과 민원 등 수백 개가 넘게 들어온다. 손혜원 의원 부친 서훈은 정치 쟁점화되어 논란거리가 됐다. 현재 검찰 수사 중이지만,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것과 같은 특혜는 드러난 것이 없다. 손용우 독립유공자 인정은 보훈처의 기존 서훈 과정과 동등하게 이뤄진 결과다.

프레시안 : '김원봉·손용우 서훈' 논란에서 보듯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보훈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4월 16일 자 <신동아>)에서 현 정부가 사상전을 벌이고 있고 그 선봉에 보훈처가 있다며 "좌파 역사공정"이라고 비판했다.

오창익 : 현재 한국당과 <조선일보> 등에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전부 보훈혁신위에서 건의한 내용이다.

보훈처가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 역사를 기억하고 애국선열을 모시는 일이다. 역대 정부에서는 보훈처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하기도 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보훈처 개혁' 핵심은 정치적 정파성에서 벗어나 역사를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진영은 이를 '전쟁'으로 표현하며 이념화하고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관련해 진행된 것이 뭐가 있나.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3.1 운동 100주년을 범정부 차원에서 기억하는 것 외에 두드러진 것이 없다. '10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를 "좌파 역사공정"이라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는 것은 친일세력의 피해망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2015년 광복 70주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기념행사 외에도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등 대대적인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보훈처가 선봉에 서 있다고?

프레시안 : 피우진 보훈처장 청문회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오창익 : 한국당에서는 보훈처가 청와대나 여당으로부터 지시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국회 정무위를 보면 보훈처장 혼자 외롭게 나와 답변했을 뿐이다.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데,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영화 <암살>을 보고 페이스북에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고 올린 게 전부다.

보훈처 혁신위원회도 그렇고 보훈처 정책자문위원회도 그렇고, 위원들의 면면을 보나 자문하고 논의하는 과정에 있어서나 청와대나 정부 여당의 개입은 있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너무 관심이 없어서 불만이다.(웃음) "보훈처가 (사상전) 선봉에 있다"고? 보훈처가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권력 차원에서 보면 보훈처는 국방부의 뒷방 정도로 여겨질 만큼 작고 힘없는 부처다.

독립운동가의 국내외 사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뿐 아니라, 김구 선생과 손병희 선생 등의 묘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애국선열 묘역만 해도 수유리와 망우리 등에 산개해 있다. 관리 주체 또한 보훈처가 아니라 구청이다. 


대한민국은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애국선열의 희생을 기리는 데 있어서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연구가조차 태부족한 현실이다.

▲ 영화 <암살>(최동훈 감독, 2015)에서는 배우 조승우가, 영화 <밀정>(김지운 감독, 2016)에서는 배우 이병헌이 독립운동가 김원봉을 연기했다. ⓒ프레시안


한국당-태극기부대-조선일보의 '삼각동맹'

프레시안 : 곧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데, 보수진영의 획책이 극에 달할 것 같다. '5.18 망언' 김진태와 김순례에게 자유한국당이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창익 : 주말 시청 앞에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분들, 눈에는 잘 띄지만 소수다. 일반 시민들의 정서는 태극기부대와 거리가 있다.

지금 한국당은 <조선일보>와 대한애국당 류의 '태극기부대'와 함께 삼각동맹을 맺고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극우 지지자를 정치적으로 결집시키는 게 목표다. 말로는 경제가 문제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념 전쟁을 하고 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향유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양식은 있어야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김원봉이 뼛속까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는데, 김원봉 선생은 임시정부의 군무부장이자 광복군의 부사령관이었다. 이런 분을 "뼛속까지 공산주의자"라고 폄훼하는 것은 선생의 삶을 알지도,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것이다.

김원봉 선생에 대한 재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보훈처가 한 게 아니다. 영화 <암살>의 조승우가, 영화 <밀정>의 이병헌이 했다. 정부가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것인지, 오히려 보수진영에 묻고 싶다. 


프레시안 : 보훈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가 지난 1월 상이군경회, 재향군인회 등 보훈 단체들의 여러 의혹을 지적했다. 반발이 심할 것 같다.

오창익 : 그래서 상이군경회에서 피우진 보훈처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훈단체 개혁은 꼭 필요한 일이다.

피 보훈처장 역시 지난 24일 상이군경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보훈단체의 수익사업과 관련해 국회의 지적과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민의 존경을 받아야 할 국가유공자와 보훈단체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며 "불법적 수익사업은 단호히 대처하고, 투명하고 적법한 사업은 적극 지원함으로써 모든 회원들이 그 혜택을 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개혁 의지를 거듭 밝혔다.

문재인 정부나 피우진 보훈처장은 보훈단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생각이 없다. 과거에는 적당히 눈 감고 모른 척해주면서 보훈단체를 정권에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했다.

프레시안 :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나라 사랑 교육' 등 박근혜 정부는 정권 차원에서 보수단체를 이용하려고 했다. 이 문제도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에서 지적했다.

오창익 : 현대사에 대한 교육, 특히 독립운동에 대한 교육이 턱없이 부족하다. 민주유공자들 또한 되살리고 기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숙제가 참 많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쪽은 맞고, 저쪽은 척결 대상이 되어야 하는, 그런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보훈처가 정파적 정치놀음에 이용당하지 않는 방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국가보훈처가 기억해야만 하는 유공자는 크게 세 그룹이다. 독립유공자, 호국유공자, 민주유공자. 그러나 독립유공자를 기억하는 데 있어 보훈처가 그동안 너무 소홀했다. 평가할만한 게 없다. 민주유공자도 홀대했다. 대부분 호국유공자 위주였다. 호국 과잉의 문제가 있다. 균형을 잘 맞춰 기억하고 모셔야 한다.

▲ 자유한국당은 4월 27일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외 투쟁을 벌였다. ⓒ연합뉴스


'조두순 신화'가 만들어져 있다

프레시안 : 최근 인권 이슈 관련해서 몇 가지만 여쭙고 싶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의 얼굴이 공개돼 논란이다. 어떻게 보나.

오창익 : 개인적으로는 조두순 얼굴 공개는 과한 면이 있다고 본다. '조두순 사건'은 2008년 벌어진 것으로, 방송을 통해 공개된 얼굴은 10여 년 전 이미지다. 십수 년 세월이면, 조두순 얼굴도 많이 변하지 않았겠나. 공개된 얼굴이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는 얘기다.

2006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10명을 살해한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얼굴을 처음 공개한 곳이 <중앙일보>다. 당시 강호순의 얼굴을 확인해 우리 사회가 얻은 게 무엇인가?

또 조두순이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감옥에서 열심히 운동해서 출소하면 다 갚아 주겠다"고 말했다던데, 경찰이 흘린 과장된 정보라고 생각한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조두순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조두순 자체가 과장된 측면이 많다. 일종의 '조두순 신화'가 만들어진 건데. 2020년 12월 13일 조두순이 출소하면, 70살이다. 감옥 또한 체력 단련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시민들이 흉악 범죄에 대해 느끼는 공포를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경청하고, 안전장치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조두순 한 명을 악마화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저신다 아던 총리는 "범인의 이름을 부르지 말자"고 했다. 아던 총리는 "아마도 그는 악명(notoriety)을 얻고 싶었을 것"이라며 "목숨을 앗아간 사람보다는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름을 말하자. 그는 테러리스트이자 범죄자이며 극단주의자이며,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갈수록 증가하는 혐오범죄, 극악범죄를 대하는 데 있어 우리 사회도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프레시안 : '진주 방화 사건' 안인득뿐 아니라, '마산 살인 사건' 10대 둘 다 조현병 판정을 받았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강제 입원 등 강력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창익 : 조현병 환자를 잠정적 범죄자로 연결 지어서는 안 된다.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된 외톨이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개인적 병력 외에도 경제적 빈곤, 사회적 관계망 등을 같이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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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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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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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