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중국'의 노동자들, 투쟁을 시작하다
2019.01.17 14:21:50
[중국 노동자, 권리를 향해 떨쳐 일어나다 <中>]

선전(深圳)은 '시장 개방 이후의 중국'을 상징하는 도시다. 홍콩과 바로 마주한, 이 도시는 1980년 덩샤오핑의 개혁 선언과 함께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가 됐다. 중국 광둥성과 홍콩의 경계라는 지리적 조건이 지닌 상징성이 컸다. 중국 공산당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가운데, 화교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 자본이 흘러들어 놀랍게 성장했다. 제조업과 금융, IT(정보기술)이 고루 발달한 도시가 됐다. 아울러 아주 젊은 도시다. 좋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몰려든 탓이다. 


빛과 그림자가 모두 선명하다. 선전에 있는 용접기기 업체 제이식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과 노동 탄압은 대표적인 그림자다. 그 위로 빛을 비추려는 시도가 중국 전역에서 일어난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겐 낯선 상황이다. 그들에겐 "권력이 허용한 마르크스주의"가 늘 당연했다. 마르크스주의가 체제를 뒤엎는 저항 이데올로기라는 점을, 그들은 지금에야 깨달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노동조합 연맹인 중화전국총공회가 있지만, 공산당 편이었다. 공산당에 맞서는 노동조합 역시 그들의 상상 밖이었다. 


시장 개방 이후 성장이 드리운 그림자 위로 빛을 비추려는 이들은 주로 청년 학생이다. 한국 학생운동의 '노학연대'와 거의 판박이다. 강의실 대신 공장을 택했던 한국 학생운동의 역사를, 중국 대학생들이 다시 살피고 있다. 중국 역시 학생운동이 역사를 움직이곤 했다. 하필 올해는, 천안문 사건 30주년, 그리고 5.4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들 사건 모두 베이징대학교 등의 학생들이 큰 역할을 했었다. 중국에서 다시 싹 트는 학생운동에 중국 공산당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하다. 


제이식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함께 싸우는 선전, 그 맞은 편 도시 홍콩에서 이를 지켜본 중국계 진보 지식인이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글을 전했다. 제니 첸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교 교수의 글을 이어서 싣는다. 영문으로 된 원고를 성현석 기자가 번역해서 소개한다. 


☞중국에서 좌익 활동가들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 노동자, 권리를 향해 떨쳐 일어나다 <上> : 공산당의 나라에서 '노조' 만들면 보복 당한다?


중국 노동자들은 정치, 경제적 권리를 향한 투쟁을 시작했다. 여기엔 노동조합 지도부를 제대로 된 선거로 뽑자는 요구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이런 싸움은, 중국 정부의 관심을 끈다. 정부의 정통성과 관련이 있는 문제다. 그래서 시진핑이 이끄는 정부는 노동 갈등과 사회적 불만을 푸는 방식을 찾았다.

제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의 항의는 정부의 중재를 거치곤 했는데, 이는 사회적 조화를 회복하는 일로 여겨졌다. 이런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중국 관료들은 현장 노동자들의 분쟁을, 항의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요령껏 덮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여기엔 다양한 기법이 포함된다. 우선, 노동자들이 보상 요구에 대한 "현실적 기대치"를 낮추게끔 하는 게 있다. 아울러 노동자에게 불리한 양보를 허용하도록 압력을 넣는 방식도 있다. 동시에 항의하는 노동자의 가족 및 다른 사회적 관계에 개입해서 조작하는 길도 있다. 이는 저항을 잠재우는 효과적인 기술이다. 이런 식으로 노동자의 연대는 종종 소멸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지도자가 협박당하거나 체포되곤 했다. 물론, 매수당하는 일도 있었다.

저항과 파업이 있은 뒤엔, 관료와 기업 간부들이 긴밀한 협력을 하게 된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상태를 감시하는 다면적인 방법을 고안해서 발전시켰다. 노골적인 탄압 외에도, 관료와 기업이 택할 방법은 많다.

혼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벌어진 일은,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한 상세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콩쉬안홍 광둥성 노조 연맹 부의장은 2010년 현장 노조 선거를 관리했다. 이듬해인 2011년 임금 및 단체 협상도 이끌었다. 그러나 몹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노동자들로부터 불신임 당했다. 그럼에도 노조 지도부에 남을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부분적으로나마 개혁이 이뤄진 노조에서 이런 일이 생긴 데 대해 몹시 실망했다. 그리고 두 명의 "선출된" 지도부는 회사 측 고위 관리자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아울러 관리와 통제를 강화하는 입장을 대변했다.

회사를 향한 노조의 압력은 분명히 있다. 주로 임금 관련 쟁점을 향한 압력이다. 하지만 "산업 평화"라는 이름으로, 다른 요구를 무시하는 일이 잦다. 여성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에 관한 요구가 주로 희생된다. 유급 출산 휴가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또 한 시간 동안의 식사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 역시 무시됐다.

결과적으로, 중국 노조는 평범한 현장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노동자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조직이 되지 못했다. 반면 정부는 "안정을 구매"할 수 있었다. 노동자가 순응한 대가로, 약간의 물질적 혜택을 나눠줬다. 대신, 노동자가 정부 정책에 영향을 줄 기회가 닫혔고, 보다 폭넓은 개혁을 할 가능성도 좁아졌다. '중화전국총공회'로 대표되는 중국 노동조합이 한 역할이다.

노동 현장의 분쟁과 사회적 불안을 관리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양면적이다. "안정을 구매"하는 방식 말고도, 노골적인 강압이 있었다. 중재 혹은 재판에 대해 위에서 아래로의 개입이 공공연했다. 집단 소송을 담당한 법원은 사건을 쪼개고 원고를 고립시키곤 했다.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은 이렇게 갈라졌다.

중국 관료들이 자유 재량권을 남용하는 경향도 한몫했다. 노동자가 직접 자신들의 문제를 푸는 조직을 꾸리게끔 하기보다는, 관료가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었다. 이런 방식이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이 걸핏하면 훼손되는 구조에선, 더욱 불분명하다.

여기에 중요한 변수가 보태졌다. 중국 현대사에서 학생과 지식인의 역할은 아주 중요했다. 100여 년 전인,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역사는 특히 그렇다. 초기 노동운동에 미친 영향 역시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지난해부터 제이식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고 있다. 공산당과 정부의 지원 속에서, 중국 경제는 아주 깊이 시장주의에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와 학생이 연대하는 건, 새로운 사회적 각성이 시작됐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해 7월 말부터 온라인 탄원이 활발히 진행된다. 중국 정부가 잡아 가둔 노동자와 지지자들을 풀어달라는 요구다. 이와 함께, 중국 본토에 있는 20여 곳 이상 대학의 학생들이 조직을 꾸렸다. 제이식 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을 지원하는 모임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의 온라인 감시와 검열에 맞서 싸우는 조직이기도 하다. 이들의 웹 사이트에 있는 한 단체사진을 보면, 붉은 글씨로 굵게 쓴 구호가 있다. 한 학생이 자기 티셔츠에 새겨 넣었다. "단결은 힘"이라는 구호다.

다음은 '제이식 노동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모임' 관련 계정.

이메일 주소: jiashishengyuantuan@gmail.com
트위터 계정: twitter.com/jasicworkers
웹사이트 주소: jiashigrsyt.github.io/


▲ 회사 측에 항의하다, 공안에게 끌려나가는 중국 노동자.ⓒ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mendrami@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