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7일 NSC 안건에도 없다 전격 결정됐다"
2016.07.28 05:54:21
김종대 "'대통령 재가 받았다'며 긴급 의제…개성공단·확성기 때와 똑같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국내 배치 문제를 결정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사드 관련 내용은 당초 예정됐던 안건이 아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사실일 경우 '졸속 결정'이라는 비난 여론이 끓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28일 새벽 방영된 팟캐스트 방송 <시사통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7월 7일 NSC 상임위에서 사드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이틀 전인)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이 '검토 중'이라고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 이틀 후인 7일 오후부터 분위기가 이상했다. 국방부 기자실에 '내일(8일) 중대 발표가 있다'는 공지가 있었는데, 이 시점이 NSC 상임위 회의가 끝날 때인 오후 3~4시경"이라며 "이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급하게 결정됐는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관계 기관을 다 돌아다니며 확인한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김 의원은 이어 "원래 NSC 상임위는 외교·통일·안보 분야 의제를 가지고 장관들이 청와대 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하는 것"이라며 "각 부처에서 논의 안건을 받고 청와대가 정리해 회의록을 작성해서 모이는 것인데, 그날 국방부는 안건이 2개가 있었지만 사드와 전혀 무관한 안건이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사드가 결정된 7일 NSC 상임위에서 (사전 공유된) 안건 중에 사드는 없었다"며 "회의장에서 갑자기 끼어든 것이다. 상당수 장관이 (사드 관련 논의를 하게 될 줄은) 모르고 갔다"고 말했다. "전격적으로 긴급 의제로 들어왔고, 하루 만에 발표하라고 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 의원은 "안건에 없었다는 것은 확인된 '팩트(사실관계)'이고, NSC 상임위에서 '대통령 재가를 받은 겁니다' 하고 사드 문제를 꺼냈다는 것도 확인된 팩트"라며 "회의 때는 모든 절차가 다 끝나 있었고, (회의가 아닌) 통보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재가"를 입에 올리며 사드 문제를 처음 꺼낸 이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맥락상 회의를 주재한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8일 "사드 배치는 국방부가 아닌 청와대 NSC 상임위가 결정한 것"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사드 결정, 국방부 아닌 청와대에서 내렸다")

김 의원은 이런 식의 졸속 결정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뤄진 것이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올해 개성공단을 폐쇄할 때도, 직전까지 통일장관 '폐쇄 계획 없다', '신중히 한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뒤집혔고, 개성공단 사업주들에게는 발표 3시간 전에야 통보됐다. 이것도 NSC 결정이었다. 또 작년에 목함 지뢰 사건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에 대해 한민구 장관이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해서 국회에서 몰매를 맞았는데, 이게 오전의 일인데 같은날 오후에 NSC가 열러서 '내일부터 확성기 방송 재개한다'고 발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중대한 안보 결정이 다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데, 청와대와 (장관이) 조율할 틈도 없이 한두 시간 만에 뒤집는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단 한 명밖에 없다"고 박 대통령을 결정 책임자로 지목하면서 "앞의 2건(개성공단, 확성기 방송)도 박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것은 내가 나중에 다 확인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이 이같이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을 내린 배경에 대해, 박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 수준에 실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6월부터 7월에 이르는 정국이 박 대통령에게 상당한 위기감을 준 것 같다"며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결과 보고서를 6월까지 내지 않고 있었고, 중국은 6월 29일에야 4쪽짜리 보고서를 냈지만 '지방 정부에 (북한을) 제재할 것을 통보했다'는 수준이었다. '북한을 아프게 한다'며 인도적 지원도 끊고, 개성공단까지 폐쇄한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열 받는' 보고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의원은 "(그래서) 사드는 박근혜 정부의, 중국에 대한 카드"일 것이라며 "(중국의 안보리 제재 이행 결과 보고서가 제출된) 6월 말부터 분위기가 급반전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국방부의 사드 정책 담당자가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한민구 장관이 뒤늦게 '6월 말쯤부터 부지 결정에 대한 가닥을 잡고 있었다'고 했는데, 그러면 6월 말부터 7월 초에 이르는 기간에 사드 배치가 급물살을 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애당초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거나 붕괴시키겠다는 기대가 과도하고, 북핵을 제재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무리한 것인데, 그것을 핑계로 사드 배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자기중심적인 희망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 의원은 한반도 사드 배치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와 밀접히 연관된 문제임을 지적하면서 "한일 군사정보공유약정(MOU) 같은 것도 이와 일직선상에 있는 현안이다. 위안부 문제조차 미 국무부가 아닌 국방부가 다루고 있다"는 주장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 의원은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안보담당 차관보실이 한미 간의 미사일 구상은 물론 한일 과거사, 위안부 문제도 다루고 있다"며 "너무 가까워진 한중관계는 좀 떨어뜨리고, 멀어진 한일관계는 좁히자는 게 (미국의 전략적 어젠더"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안보 전략을 관장하는 부서가 군사뿐 아니라 역사 등 국제관계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들의 컨트롤 타워로 통합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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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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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