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한국당 또 '개헌 엇박자'
2018.07.02 14:04:57
'개혁입법연대 vs 개헌연대' 복잡한 셈법
6.13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실시가 무산 된 뒤 물 건너 간 듯 보였던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정치권에 재점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변화된 정치지형을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 차가 현저한 데다, 보수야당이 군불을 떼는 형국이어서 개헌 동력은 현실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합의하지 못하면 개헌은 불가능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은 촛불의 명령이라던 민주당이 그새 그 명령을 까먹은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개헌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개헌은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나라의 시스템을 바꾸는 개헌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통령 '관제개헌'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한국당을 비롯한 야4당을 반개헌 세력으로 몰아붙이던 여당이 이제 지방선거도 끝나 국민개헌을 추진할 시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선 곤란하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특정 정파의 이익을 떠나서 국가 미래와 정치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관점에서 야권공조 통한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개헌 논의가 이뤄지면 국가권력 구조 개편과 함께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혁신은 필연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며 "선거구제 개편은 저희는 기존 입장에 절대 함몰되고 매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지방, 국회권력마저 대통령 체제 하에 다 쏠려버리면 대의민주주의는 위험해 진다"며 "개헌 논의는 야권이 특히 제왕적 대통령 구조와 선거구제 개편을 위해 방점을 찍어야 할 내용"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 공동으로 수차례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만악의 근원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선거 비례성 대표를 강화하기 위해 개헌과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이는 20대 국회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국회에서 민생개혁입법을 추진하는 일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 속도를 내서 올해 안에는 완성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한국당을 향해서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당 내 문제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이벤트가 될 수 없다"며 "한국당의 적극적 의지와 진정성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말대로, 한국당의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요구는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 내홍을 봉합하고 야권 개헌 공조를 통해 민주당을 고립시키기 위한 국면전환 전략으로 보는 풀이가 대체적이다. 민주평화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등과 개혁입법연대를 구축하려는 민주당의 국회 전략에 맞서기 위한 속내가 녹았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도 개혁입법연대에 적극적이어서, 성사될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가능해 한국당의 입법 비토권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

이런 배경으로 재점화된 개헌론에 민주당은 마뜩치 않은 눈치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그분들은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하자고 1년 전에 말하고 저희 당을 비난했던 분들이신데, 실질적으로 그렇게 안 했다"며 "아무런 반성 없이 또 개헌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미 저희가 한 번 발행했던 수표를 믿고 열심히 달려왔다가 꽝이 나지 않았느냐"면서 "뭔가 진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야당의 태도 변화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야당이 선호하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와 배치되고, 지방선거 승리 후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 2020년 총선도 압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민주당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상태다.

그러나 6월 개헌 무산 책임을 한국당에 묻는 것 외에 민주당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무작정 반대할 명분은 부족하다. 바른미래당과 민평당, 정의당 등 야3당도 연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촉구한 터라 민주당으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민주당이 국회 주도 개헌에 참여할 여지가 별로 없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5일 국회를 비판하며 "이번 국회에서 개헌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기대를 내려놓는다"고 사실상 포기 선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민선 7기 지방자치 시대의 개막을 언급하며 "지방분권 개헌의 성공 속에서 이뤄지기를 국민들께서 바랐는데, 개헌이 무산돼서 매우 안타깝다"며 "그러나 그 취지는 살려나가야하므로 현행 헌법 체제 속에서도 지방자치와 분권을 최대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개헌을 재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문 대통령이 새로운 결단을 내놓지 않는 이상, 20대 총선 전에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낮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한국당과 문 대통령의 입장 바뀐 엇박자가 또 다시 교착의 원인이 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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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기자
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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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