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9 08:04:33
[최재천의 책갈피]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
"나의 꿈은 중국에 싱가포르 같은 도시를 1000개 세우는 것이다."

1978년 11월 당시 부총리였던 74세의 덩샤오핑이 중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리콴유 총리와의 면담에서 덩은 싱가포르의 경제발전과 사회 관리를 언급했다. "천만에요. 이곳은 아주 작은 지방이라 관리하기 쉽습니다." 리가 겸손하게 답했다. "그래요. 만약 내가 상하이 정도의 지방을 관리한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덩이 혼잣말조로 얘기했다. "아니에요. 싱가포르에 온 중국인들은 모두 광둥성이나 푸젠성에 한 뼘의 땅도 없는,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노동자들의 후예입니다. 중국 중원에는 관리, 문인, 학사, 장원의 후예들이 많은데 싱가포르같이 만드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중국은 못 할 것이 없습니다. 만들어도 이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훗날, 리는 그의 회고록에서 덩은 이때 도전의 각오를 다졌다고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지도에서 붉은 한 점에 지나지 않는"(인도네시아 전 대통령 하비비) 도시국가다. 인구는 5백만 명에 면적은 715.8㎢인 항구도시다. 중국은 인구 14억 명에 면적은 9,596,961㎢인 대륙 국가다. 싱가포르에는 과거를 되돌아볼 황금시대의 역사가 없다. 그래서 미래지향적이 될 수 있었다. 사막으로부터 오지는 않았지만, 유목민에 의하여 건립되었다(싱가포르 전 부총리 라자라트남). 이런 싱가포르가 중국의 정치·경제모델이 되고 있다. 

중국이 다른 나라의 발전양식을 본보기로 삼는 것은 공산당 역사상 구소련 다음으로 싱가포르가 두 번째다. 중국 국가부주석을 역임한 리위안차오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 부장으로 재임할 당시 "우리가 싱가포르를 지도자 간부들의 해외연수 기지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싱가포르의 발전 경험이 중국에 본보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지도자들이 '싱가포르 모델'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5가지 정도다. 첫째, 인구 74% 이상의 조상이 중국에서 건너간 화인 사회라는 점. 둘째, 리콴유라는 뛰어난 지도자의 존재. 셋째, 경제가 먼저이고 민주는 나중이라는 특유의 독자노선. 넷째, 일당의 장기집권이 갖는 정치적 안정성. 다섯째, 강력한 법치주의 등이다. 

저자 임계순은 세계 학계가 인정하는 중국사의 최고 권위자다. 그가 내리는 결론. "싱가포르로부터 중국이 배워야 할 핵심은 싱가포르의 소프트웨어이지 하드웨어가 아닐지도 모른다."

▲ <중국의 미래, 싱가포르 모델>(임계순 지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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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