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물주'의 나라에선 '알바생'만 약탈자다
2018.06.08 13:23:06
[기자의 눈] 손가락 잘린 그는 왜 망치를 들었나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 씨가 살인미수와 특수상해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자신의 가게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현행범으로 지난 7일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이날 오전 8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길가에서 건물주 이 씨와 몸싸움을 하다 머리에 망치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붐비는 출근시간에, 그것도 대로에서 왜 망치를 들었을까.  

서촌의 금천교 시장 한 모퉁이에서 분식집과 포장마차를 하던 김 씨는 매일 18시간 넘게 일을 했다. 그렇게 9년 동안 장사하면서 모은 돈으로 근처에 '궁중족발'이라는 가게를 열었다. 

김 씨가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서촌은 손님이 붐비는 곳이 아니었다. 동네 사람들만이 손님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 3~4년 사이, 김 씨가 장사하는 서촌 지역에 맛집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위 '뜨는 동네'가 됐다. 자연히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났고 김 씨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년 전 김 씨 가게가 있는 건물주가 바뀌면서부터다. 

새로 온 건물주는 여러 채 건물을 소유한 부동산 투자자였다. 건물주는 기존 294만 원이던 궁중족발 월세를 1200여만 원까지 올렸다. 3000만 원이었던 보증금도 마찬가지였다. 4배에 가까운 1억 원으로 올렸다. 김 씨에게 나가라는 의미였다. 

김 씨가 족발 한 접시 팔아 받는 돈이 2만8000원. 월세 1200만 원을 내려면 430개의 족발을 팔아야 했다. 반면, 2016년 1월에 건물을 매입한 건물주는 2017년 11월 공시지가로만 7억 이상의 이익을 보고 있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길가에서 임대료를 두고 갈등을 벌인 건물주와 임차인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왜 궁중족발 사장은 망치를 들었나

김 씨 입장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이곳을 나간다 해도 다시 장사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또다시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등을 구해야 했다. 김 씨가 이곳에서 버티기로 한 이유다.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열두 차례 강제집행이 진행됐다. 용역 직원을 대동한 건물주가 수차례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작년 11월에는 김 씨 손가락 네 개가 부분 절단되기도 했다. 김 씨 손가락 네 개가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주방기구에 끼었는데 강제집행 용역들이 이를 무시하고 김 씨 다리를 잡고는 힘으로 끌어내다 발생한 참사였다.  

끔찍한 참사 이후에도 강제집행은 계속됐다. 지난 4일, 새벽 4시께에는 열두 번째 강제집행이 진행됐다. 지게차를 동원한 용역 30명이 가게를 에워쌌고, 가게 안에 있던 김 씨 등을 끌어냈다. 김 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3개월 전부터 이 씨의 또 다른 건물이 있는 청담동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해왔다.

그날도 1인 시위 도중이었다. 이 씨와 전화 통화가 화근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구속시키겠다'는 말과 함께 욕설이 들려오자 극도로 흥분한 김 씨가 이 씨를 찾아가 망치를 휘두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사고로 이 씨는 어깨와 손등에 염좌를 입고 머리에 상처를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손가락 네 개가 부분절단된 채 망치를 든 김 씨를 두둔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정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이 세계에,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이 '개미 지옥'에서는 누구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보고 싶을 뿐이다. 

▲ 건물주가 고용한 용역들에게 자신의 가게에서 끌려나오는 궁중족발 사장. ⓒ궁중족발


세입자의 재산권은 왜 보호받지 못하나

손님이 몰리면 그에 따라 가게 매출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임대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매출이 오르는 것에 따라, 무조건 가게 임대료를 올리는 게 정당한가를 두고는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궁중족발의 매출이 늘어난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궁중족발 사장 김 씨의 노력 덕분에 매출이 늘어났다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서촌에 관광객이 늘어난 '운'도 작용했다. 하지만 매출 상승에 건물주의 노력이 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서촌에 관광객이 늘어난 것을 '운'이라 하고, 그 혜택을 건물주와 세입자인 김 씨가 나눠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월세와 보증금 인상으로 건물주가 독점한다면? '운'과 궁중족발 사장의 노력을 건물주가 고스란히 가져가려고 하는 그 시점에도 건물주가 소유한 건물 가격의 시세차익은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실현하려 하면 실현할 수 있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매출 증가에 따른 이익을 임대료 인상을 통해 매출 증가에 기여도 하지 않은 건물주가 흡수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갑을 관계'인 ‘건물주-세입자' 구조에서는 이것이 당연시된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보호 기간이 5년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환산보증금 등 여러 구멍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건물주는 자신에게 이익을 바치지 않으려는 세입자를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쫒아 낼 수 있다. 

궁중족발이 열두 번의 강제집행을 겪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대료를 4배나 올려도 현행법으로는 이를 막을 길이 요원하다. 국회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관련, 18건의 개정안이 올라가 있지만 아직 어느 것도 통과된 게 없다. 건물주의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게 국회의원 다수의 정서다. 

혹자는 지금 "지주 정치권의 '상가 임차인 집단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국회에서 잠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어제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을까. 왜 국회는 지주들의 재산권만 보호하고 임차인의 재산권은 보호하지 않는가. 열두 번의 강제집행도, 세입자의 폭력행위도, 그저 안타까울 뿐인가? 

보수 언론과 보수 정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를 죽이고 있다고 소리친다.(동의하지 않는다.) 자영업자들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그들은 '갓물주'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다. 

'알바생'이 자영업자를 상대로 '몇천원' 짜리 약탈을 일삼고 있는 '그들'의 세계관 속에는, 4배, 5배에 달하는 '살인월세'로 죽어가는 자영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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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기자
kakiru@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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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