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시리아,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018.06.08 10:55:52
[해외시각] 김정은-아사드 정상회담, 악재인가 호재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가지의 '핵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이란, 그리고 하나는 북한이다. 이란 핵문제는 파국으로, 북한 핵문제는 평화로 가고 있다. 최소한 겉보기에는 그렇다. 두 핵문제에 직접적 연관관계는 없다. 그러나 복잡한 국제정치 역학 구도상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아직 '북미협정'이랄 게 없어 순전한 '가정'에 불과하지만, 이를테면 미국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이란과의 핵협정을 탈퇴한 것을 두고 '왜 북한에는 관대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만한 소식이 있다. 시리아 얘기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증오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자국민을 학살하는 독재자이며, 미국의 적국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권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민간인들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기정사실로 규정하면서 트위터를 통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짐승 아사드'(Animal Assad)'라고까지 맹비난했다. 트럼프는 취임 후 두 차례나 시리아에 미사일 공습까지 단행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꼬마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까지 했던 대상이다.

이란은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어렵사리 타결한 핵협정(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이 수용할 수 없는 무리한 조건들을 제시하며 새로운 핵합의를 요구해 이란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트럼프의 핵심 외교안보 참모들은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돌연 정반대의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매우 훌륭하다"고 극찬까지 했다.

한차례 취소 소동까지 벌어졌던 북미정상회담은 기사회생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북미정상회담이무사히 열릴까 아직도 노심초사하는 관계자들도 많은 민감한 시기인데,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의사가 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지난 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까지 이 소식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6.12 북미정상회담에 암운을 드리우는 불길한 소식"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주류언론을 대표하는 <뉴욕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전술적 우위를 차지하게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북미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하지만 북한-시리아 정상회담이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색다른 시각도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좌파 성향 매체 <카운터펀치>에 지난 6일 게재된 "아사드-김정은 정상회담, 막후에는 이란(The Assad-Kim Summit with Iran in the Background)'이라는 기고문(원문보기)은 아사드와 김정은의 만남이 가져올 변화를 예상하면서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미국 터프스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인 필자 게리 럽이 쓴 글이다. 


그는 트럼프가 이란 정권을 붕괴시키자는 강경파들에 둘러싸여 이란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짚었다. 그러나 이란과 가까운 아사드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좁히게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최악의 관계로 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사이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물밑 협상을 할 수 있는 중재자 역할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기에는, 어떤 전망을 내놓기에는 다소 이르다. 그래서 '기묘한 일'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다음은 이 글의 전문 번역이다.(편집자)


▲ 북미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의 정상회담설이 북한의 관영매체에까지 보도돼 파장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의 길에 올라탄 트럼프, 이란에서는 재앙을 향해 갈 가능성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논리적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외국의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실용적'이라거나 그의 행동은 선거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며 지지기반을 겨냥한 것이라고 점잖게 결론짓고 있다.

트럼프를 만난 인사들은 자국의 정보기관들로부터 트럼프의 자아도취적 성격에 대해 보고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칭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을 수용한 트럼프의 행위를 '용기'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정은은 북미정상회담으로 비핵화 일정이 정해지고 점진적으로 제재를 해제하고 외교관계를 증진하는 합의가 나온다면, 트럼프에게 외교적 승리를 안겨주게 될 것을 알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미국의 압박으로 북한이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 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추진한다는 역사적 선언이 나왔다고 자찬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업적으로 삼길 원한다는 것에 남북은 개의치 않는다.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 트럼프의 발언에 경악한 남북은 한 팀처럼 선제적으로 움직여 트럼프를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남한의 대표단이 전달하는 기발한 방법을 썼다.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잡힌 이후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에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의 정치적 성공을 우려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나오든 비핵화는 '영구적'이어야 한다면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다른 조건들도 요구했다.

트럼프가 어떤 속셈이든, 이성적인 판단으로든 평화적인 한반도 통일을 향한 길을 어설프게나마 가고 있다면(stumbles on a way towards peaceful Korean reunification), 이란에 대해서는 재앙을 향해 점점 빠져들(stumbling towards disaster in Iran) 가능성이 있다.

이란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칭찬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보다 개선된 이란 핵합의에 필요하다며 제시한 12가지 '기본적 요구사항'을 읽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나라가 경악하는 제안이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압박하면 소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하는 트럼프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재가를 받는다면 타협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들은 이란이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에 대한 공습을 준비하고 있고, 카타르에 대한 사우디의 압박(카타르가 이란과 밀착한다는 이유 등으로 단교. 편집자 주)은 장차 전면적인 아랍-이란 전쟁의 전조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이란에 대항한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회담을 가져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트럼프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이란을 폭격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동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이란의 핵시설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최강 네오콘' 존 볼턴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을 빼고는 모두가 경악한, 미국의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조치가 이뤄질 정도로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갖고 있다. 네타냐후는 이란을 폭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에게도 동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정은-아사드 정상회담설이 트럼프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란의 핵심 동맹이기도 한)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두 위기지역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북한-시리아 정상회담설은 아사드가 시리아에서 반정부 세력에 대해 승리한 이후 자신감을 느끼고 있고, 김정은은 국제적 지도자로 인식되는 자신의 위상에 새삼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언론에 등장하는 논객과 국무부 전직 관료들은 김정은이 '전범'을 초대할 것이라는 얘기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주목할 일은 트럼프에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우리는 고립되지 않았다. 러시아, 중국,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란을 포함한 강한 동맹국들이 있다. 우리는 각자 정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상호 존중의 기반 위에서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시리아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볼턴이 무력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대상국들이 트럼프를 둘러싼 매파들로부터 자신들과 세계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성격을 지닌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트럼프를 만나본 김정은은 아사드에게 트럼프에 대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이후 아사드는 트럼프에게 모종의 서한을 보낼 지 모른다. 이 서한에는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란과 헤즈볼라 세력에 대한 언급을 비롯해 2011년부터 단절된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 복원, 그리고 이란과의 물밑 접촉 과정에서 시리아가 협조할 수 있다는 의사 등의 내용이 담길 수 있다.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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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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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